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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LP 여행] 4인조 록 그룹 '무당'
본고장 헤비메탈의 진주, 우리가락을 록에 접목시칸다



젊은 재미 동포로 구성된 4인조 록 그룹 ‘무당’은 한국 최초의 헤비 메탈 그룹이었다. 1960~70년대를 걸쳐 국내에도 수많은 록 그룹들이 생겨 났었지만 영국, 미국 등 록의 본고장에서 전통적인 록을 습득하여 결성된 그룹은 없었다. 한국적인 가락을 록에 접목해 독창적인 사운드를 창출했던 록의 대부 신중현 조차도 외국에서 정통 록을 공부한 경험은 없다. 이처럼 무당이 탄생하기 이전의 국내 록 밴드들은 대부분 ‘외국의 록을 누가 더 똑같이 잘 카피’하는 지에 승부를 걸던 수준이었다. 무당은 이민을 떠나 미국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록을 공부한 해외파 그룹이었다. 이들은 이 땅에 처음으로 본 고장의 강력한 헤비 메탈 사운드를 수혈했던 선구자들이다. 국내에 첫 모습을 나타낸 것은 세션을 맡았던 1980년 6월 당시 인기 절정의 미국 팝 가수 레이프 가렛의 내한 공연이었다.

197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팀을 결성할 당시 최우섭, 한봉, 김성관 3인조였다. 3명 모두 주로 샌프란시스코와 LA지역의 대학 캠퍼스를 주무대로 활동을 했다. 이들은 한국적 색채를 강조하기 위해 그룹 이름을 '무당'으로 지었다. 이 후 리드 기타 최우섭(알렉스 최), 드럼 차종면(지미 차), 베이스 기타 정진, 키보드 장화영(얄비 장) 4인조로 라인업을 재구성 LA의 ‘젊음의 록 콘서트’에 3차례 정도 출연하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이들의 탁월한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던 당시 세계적인 팝 가수 레이프 가렛은 이 한국인 록 그룹에게 1980년 남산 숭의음악당에서 있었던 자신의 첫 내한 공연에서 세션을 부탁했다. 무당은 TBC공개홀에서 가진 리허설에서 세계적인 4인조 남녀혼성그룹 '아바'의 장비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의 음향시스템을 공수해 와 국내 음악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지대한 레이프 가렛은 당시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의 히트곡 ‘춤추는 인생’에 우리말 가사를 붙여 외웠습니다." 리더 최우섭이 당시 인터뷰에서 전해 준 이야기다. 그때 무당은 인기 정상의 여가수 윤시내를 “ 소울 감각이 넘치는 훌륭한 가수”로 손꼽았다. 그래서 그녀를 위해 ‘무지개’, ‘그대 생각’ 등 두 곡을 작곡해 와 레이프 가렛의 공연장에서 국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소녀 팬들의 열광적 반응 속에 내한 공연은 성공했다.

공연 후 무당은 독집을 제의 받았다. 이때 '그대 생각'등 리더 최우섭의 창작곡들을 준비해 언더 무대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기타리스트 이중산, 베이스 박찬용, 드럼 황종수와 함께 데뷔 음반 <무당,오아시스,1980년>을 발표했다. 멜로디가 좋은 곡들이 포진했지만 이 음반에서는 정통 헤비 메탈의 진수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1983년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위해 팀을 재편하여 귀국했다. "로큰롤의 열기를 대중 음악계에 다시 높이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2집 음반 <멈추지 말아요,오아시스>'를 발표했다. 이때의 라인업은 보컬, 기타 최우섭, 보컬 지해룡, 베이스 김일태, 드럼 한봉 등의 4인조였다. 수록곡 중에는 정통 헤비메탈 사운드를 구사하는 강력한 기타 리프를 담은 '그 길을 따라'같은 곡이 있었다. 그래서 이 음반은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음반 발표 후 소극장 무대 위주로 헤비 메탈 라이브 콘서트 운동을 펼쳤다. 리더 최우섭은 "당시 국내에는 해외처럼 대형 야외 실황 공연장이 없던 터라, 우리의 정열을 흠뻑 쏟아 내기에는 미진했다. TV 공개 방송을 통해서나마 정통 헤비 메탈사운드를 전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회상한다. 젊고 파워풀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이들을 위해 1984년 12월 평론가 이백천은 롯데호텔에서 '젊음의 록사운드 조인트 콘서트'를 기획했다. 서세원이 진행을 맡은 이 공연은 젊은이들을 위한 생음악 연주장이 없던 국내 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록 콘서트로 주목을 받았다. 상업적인 방송보다는 록 음악을 고집하며 무명으로 활동해 온 베테랑 그룹들이 참가했다. 무당을 필두로 당시로선 무명의 들국화, 미8군에서 활동하던 김준과 로커들로 구성된 저스트 프렌드, 82년 장끼들로 출발해 활동을 하던 동방의 빛 등 쟁쟁한 뮤지션들 일색이었다. 강력한 사운드를 구사했던 무당에겐 밤무대 출연 유혹이 거셌다. 하지만 음악적 자존심을 지키려 라이브 무대만을 고집하며 설악산, 용평, 잠실체육관, 남이섬 등지에서 공연을 통한 음악 활동에 주력했다.

국내 유일의 라이브 그룹으로 명성을 얻어가던 무당은 1985년 2월 장길수 감독의 '밤의 열기 속으로' 영화 음악을 맡았다. 당시 직접 영화에 출연했던 리더 최耳렝?"한국 영화 음악은 감미로운 멜로디 위주였다. 또 영화 음악은 영화의 부속물로 그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밤의 열기 속으로’의 영화 음악은 이 두 가지 점에서 탈피, 새로운 영화 음악을 창조하려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영화 속에는 무당의 콘서트 장면이 상당 부문이 삽입되었다. 이후 공식 배급이 되지는 않았지만 3집 음반을 발표했던 무당은 더 이상 활동을 이어 가지 못하고 80년대 중반 이후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멤버 중 지해룡과 김일태는 그룹 ROCKㆍKOREA를 결성해 86년 독집음반을 한 장 발표하기도 했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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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4-02-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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