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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의 창이냐! 레드삭스의 방패냐!
투·타에서 '별들의 제국' 구축한 최고 명문팀, 컵스·말린스도 우승 야망 불태워

이승엽(지바 롯데), 심정수(현대 유니콘스), 이종범(기아 타이거즈)이 포진한 타선. 정민태(현대 유니콘스), 임창용(삼성 라이온즈), 송진우(한화 이글스)가 이어 던지는 선발 로테이션. 야구팬들로선 상상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갈 만한 드림팀 아닌가.

하지만 이런 멤버 구성은 말 그대로 꿈이다. 국가대표팀 혹은 올스타전에서나 잠깐 볼 수 있는 ‘단막극’일 뿐이다.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이 같은 팀을 만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가진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한 메이저리그에서 돈 많은 구단은 얼마든지 드림팀을 만들 수 있다. ‘악의 제국’이란 빈축에도 개의치 않고 달러를 물쓰듯 하며 특급 선수들을 쓸어 담는 뉴욕 양키스가 대표적인 예다.


- 뉴욕 양키스, A로드 영입으로 드림팀 구성



양키스의 핵타선을 이끌어갈 알렉스 로드리게스(왼쪽)와
게리 셰필드.
레드삭스는 커트 실링(왼쪽)의 가세로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함께 막강 선발투수진을 구축하게 됐다.

뉴욕 양키스의 스타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 올 스토브리그 막판 북미 프로스포츠 선수 중 최고 연봉(10년간 2억5,000만 달러)을 받는 초대형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이하 A-로드ㆍ전 텍사스 레인저스)마저 데려와 제국의 두께와 높이를 더했다. 양키스의 유격수 자리엔 또 다른 천재 선수 데릭 지터가 버티고 있어 A-로드는 3루수로 포지션을 옮길 예정.

올 시즌에 예상되는 양키스의 핵타선을 한번 살펴보자. 먼저 클린업 트리오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타자들은 A-로드, 게리 셰필드, 제이슨 지암비다. 세 선수 모두 한 시즌 40홈런, 100타점 정도는 거뜬히 올리는 빅리그에서도 소문난 거포들이다. 양키스로 옮기기 전 소속팀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한 것도 공통점이다.

이들을 앞뒤에서 받치는 타자들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팀의 정신적 리더인 데릭 지터를 비롯해 버니 윌리엄스, 호르헤 포사다 등은 양키스의 붙박이 스타들. 여기에 일본 홈런왕 출신의 마쓰이 히데키까지 버티고 있으니 투수 입장에선 가히 쉬어갈 타자가 없는 셈이다.

양키스의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도 선수 구성에선 별로 뒤질 게 없다. 지난 시즌에도 결국 ‘밤비노의 저주’를 풀지 못했지만 전력 만큼은 양키스와 비등했다. 특히 3할 타자가 6명이나 포진한 타선은 아메리칸리그 최강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타선의 중량감이 양키스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 타점 기계 매니 라미레즈, 당대 3대 유격수로 꼽히는 노마 가르시아파라, 지난 시즌 대활약을 펼친 데이비드 오티즈 정도 외에는 지명도나 파괴력에서 양키스 타자들에게 상당히 밀리는 게 사실이다.

- 보스턴 레드삭스, 막강 선발 투수진

보스턴 레드삭스의 화려함은 오히려 선발 투수진에서 돋보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이스인 20승 투수 커트 실링을 데려와 현존 최고의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짝지운 원투 펀치는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다. 제3~5선발에도 각각 독특한 개성으로 한가락 하는 투수들인 데릭 로(싱커), 팀 웨이크필드(너클볼), 김병현(사이드암)이 자리잡아 선발 투수진의 질만 따진다면 빅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에 비해 양키스는 로저 클레멘스, 앤디 페티트, 데이비드 웰스 등 지난 시즌 합작 53승을 거둔 선발 3총사를 모두 내보내 투수진의 무게가 뚝 떨어졌다. 비록 케빈 브라운, 하비에르 바스케스 등 각각 LA 다저스와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투수들을 데려와 3총사의 공백을 메웠지만 보스턴 선발진에게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통상 투수진의 높이에서 승부가 갈리는 야구의 속성상 보스턴 레드삭스가 ‘앙숙 대결’에서 뉴욕 양키스를 한발 앞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1920년대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을 필두로 한 ‘살인 타선’보다 더 무서운, 빅리그 사상 최강의 타선을 구축했다는 양키스의 방망이도 보스턴 투수진에게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챔피언 반지를 끼기 위해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것이든 막아낼 수 있는 방패를 갖춘 두 명문 구단의 대결, 올 시즌 빅리그 관전 포인트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수천억 원의 연봉을 풀며 빅리그 최고 전력을 갖추긴 했지만 또 다른 명문 구단 시카고 컵스의 넘실대는 야망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FA 계약 마감시한이 임박해서 전격적으로 친정 구단에 컴백한 그렉 매덕스가 불러온 효과다.

그렉 매덕별?누구인가. 88년부터 16년 연속 15승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빅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의 투수이다. ‘제구력의 마술사’란 애칭으로 잘 알려진 매덕스는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도 4회나 수상한 바 있다.

‘미래의 사이영상 후보’ 마크 프라이어, ‘닥터K’ 케리 우드 등 기존 투수들에 그렉 매덕스가 가세한 시카고 컵스의 선발진은 단숨에 리그 최강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CBS 스포츠라인의 설문조사에선 보스턴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최고 선발팀에 꼽히기도 했다.

- 시카고 컵스, '저주'풀고 다시 우승 도전

이 설문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최고의 선발진을 갖춘 팀들이 같은 리그, 같은 지구에서 자웅을 가리게 됐다는 점이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시카고 컵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내셔널 리그 중부지구에서 피할 수 없는 일전을 앞둔 것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뉴욕 양키스의 원투 펀치인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를 한꺼번에 데려와 마운드를 일거에 높인 팀이다.

다른 지구에 속한 팀들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겠지만 이들 네 팀 중 두 팀은 시즌 종료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투수력과 타력에서 유난히도 많은 드림팀이 선을 보이는 2004 메이저리그. 하지만 멤버들이 훌륭한 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은 둥글고 결과는 항상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빅리그의 챔피언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플로리다 말린스 아니었던가. 플로리다 3루수인 마이크 로웰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뱉은 가시 돋친 일침은 그런 점에서 드림팀을 구축한 부자 구단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돈으로는 결코 월드시리즈 우승을 살 수 없다. 조 디마지오나 베이브 루스가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더라도 플로리다가 양키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쏟아 부은 돈을 감안한다면 1점 정도는 더 내줬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모든 팀들이 꿈꾸는 것은 우승이 아닌가. 결국 우승하는 팀이 드림팀인 것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03-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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