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들 잇따른 경기중 사망사고로 일반인들도 돌연사 공포심장질환·고혈압 증세땐 전문가의 운동처방에 따라야

헉헉대며 뛰는 당신!!! 돌연사를 생각해 봤는가
축구선수들 잇따른 경기중 사망사고로 일반인들도 돌연사 공포
심장질환·고혈압 증세땐 전문가의 운동처방에 따라야


세계 축구계가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선수들의 경기중 사망 사고로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전 도중 카메룬 국가대표팀의 비비앵 푀 선수가 운동장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진 일로 충격을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사고가 빈발하자 축구인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탄식을 내뱉고 있다.

그라운드를 누비다 뜻밖에 ‘돌연사’ 하는 선수들의 주된 사인(死因)은 대체로 심장 계통에 발생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격렬한 신체 활동을 요하는 종목인 탓에 일반인들보다 강건한 선수들조차도 심장에 걸리는 부하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운동 중 돌연사의 위험이 있는 종목은 비단 축구만이 아니다. 어느 종목이건 과도한 신체 활동에서 비롯되는 사망 사고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곽이섭 동의대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스포츠와 돌연사의 상관관계를 짚어 본다.

- 돌연사의 최대원인은 심혈관계 질환

평소에 운동과는 담 쌓고 지내던 사람들이 ‘이제부터라도 건강을 챙겨야지’ 하면서 어느날 갑자기 운동에 나서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경우 불운하면 오히려 운동 중 돌연사라는 ‘횡액’과 맞닥뜨릴 수도 있음을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심장이 약하거나 고혈압 증세를 가진 사람들은 돌연사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대개 운동 중에 돌연사한 사람들의 직접 사인은 심장마비로 판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뇌출혈에 이은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주목할 것은 어느 경우이든 혈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즉 고혈압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한 가지 의문. 일반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건강이라고 하면 남 부러울 것이 없을 듯한 직업 운동 선수들에게 왜 심장마비가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운동 중 사망한 선수들의 사인을 살펴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간단치 않은 질환을 갖고 있었던 경우가 십중팔구라고 말한다.

사인이 되는 질환은 연령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35세 이전의 젊은 선수가 돌연사 한 경우엔 선천성 심혈관 질환이, 35세 이후의 경우엔 관상동맥 질환이 사인으로 많이 작용한다. 드물게는 35세 이전의 선수들이라도 관상동맥 질환이 사인으로 밝혀지기도 하는데, 관상동맥 질환의 가족력을 가졌거나 과도한 흡연, 과콜레스테롤 혈증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상동맥 질환은 심장을 둘러싸고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등에 의해 좁아져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총칭하는 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과도한 신체 활동에 따라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 혈압이 높아져 혈관이 막히는 치명적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별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했던 운동 선수가 경기 중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에 이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축구가 돌연사 위험 가장 높아

자기 신체에 무리가 갈 정도라면 어떤 운동이든지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것일까.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안전한 여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사와 연계해 운영하는 공제보험 제도를 보면 운동별 위험도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나타나 있다.

각 운동 종목을 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눈 이 제도에 따르면, 게이트볼 당구 줄넘기 등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은 가장 위험이 적은 A유형,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테니스 수영 등산 등은 그보다 위험이 높은 B유형으로 분류돼 있다.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분류된 C유형의 운동에는 럭비, 미식축구, 철인 3종, 익스트림 스포츠, MTB(산악 자전거), 스킨스쿠버 등이 포鍍틈?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종목들이 거의 다 들어 있는 B유형 중에서 돌연사의 위험이 가장 큰 스포츠로는 축구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축구 동호인들이라면 그 같은 사실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터. 공을 쫓아 자기 진영과 상대 진영을 쉴새 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다리가 풀리고 심장이 터질 듯 숨이 턱턱 막히는 게 축릿? 실제로 아마추어 축구대회에서도 종종 사망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 가슴통증 등 이상증세땐 운동량 줄여야

운동 중 돌연사를 미연에 막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돌연사는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이지만 사전에 울리는 ‘경고음’에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심장마비 돌연사의 사전 증상으로는 호흡 곤란과 맥박 이상, 가슴에 느껴지는 압박감과 통증, 눈의 통증 등이 주로 꼽히고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즉시 운동량을 줄여야 하는 게 원칙.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기습’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운동을 하더라도 혈관이 수축되는 추운 날씨나 아침 시간을 가급적 피하고, 충분한 준비운동을 통해 심장이 갑작스런 압박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곽이섭 동의대 교수는 “운동 중 돌연사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부류는 고혈압 환자이고, 고혈압 환자가 아니더라도 ‘운동 유발성’ 고혈압 환자와 같은 사람들은 사전에 운동에 대한 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에는 콩과 같은 단백질 섭취후 운동을 할 때 일어나는 운동 유발성 알레르기 쇼크사도 보고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3-11 14:4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