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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마지막에 웃는 자, 누구인가?
원주 TG vs 전주 KCC, 정규리그 1·2위팀간 대접전
변수 많은 단기전 승부, 허재의 마지막 투혼 등 볼거리 풍성


7차전을 꼬박 다 치러 봐야 승부가 갈릴 것 같다. 그만큼 백중세다. 3월 29일 막을 올린 2003~2004 애니콜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붙은 원주 TG삼보와 전주 KCC는 둘 다 좀체 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 라인업을 갖춘 팀들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비록 1ㆍ2위로 순위가 갈렸지만 두 팀은 각각 40승(14패)과 39승(15패)을 올리며 종전 최다승 기록(2002~2003 시즌 오리온스, LG 38승)을 나란히 경신했을 정도로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한다. 4강 플레이오프 관문을 똑같이 파죽의 3연승으로 돌파해 체력 면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어느 해보다 팽팽한 대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부의 고비고비를 수놓을 변수들을 살펴본다.


- 정규리그의 추억이냐 뒤집기냐



전주 KCC 민렌드의 골밑슛을 원주 TG
김주성이 막고있다.



우선 눈여겨볼 것은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 2위 전주 KCC가 오히려 1위 원주 TG삼보에 4승2패로 우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시즌 내내 거침없이 선두를 질주한 TG삼보이지만 이상하게도 KCC 앞에서는 유독 꼬리를 내렸다.

단기전 승부에는 자신감 등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KCC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팀 감독들이나 전문가들도 박빙의 접전을 예상하는 가운데 KCC의 근소한 우세를 점친다.

하지만 역시 단기전에는 다른 변수들도 많다. 그 중 첫 판을 누가 잡느냐 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가장 믿을 만한 승부의 변수다. 기선 제압의 효과는 단기전에서 무서운 위력을 발휘한다. 7차례 벌어진 역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은 5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71%의 확률이다. 이번 1차전 승리팀이 과연 ‘확률의 운’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포인트가드 대결

원주 TG삼보와 전주 KCC가 강팀으로 군림하는 데는 걸출한 포인트가드의 역할이 크다. 용병이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은 포인트가드의 역량에 달려 있다. 확실한 포인트가드 한 명은 팀 전력의 ‘또 다른 절반’이라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TG삼보의 민완 가드 신기성과 KCC의 컴퓨터 가드 이상민의 대결은 챔피언 결정전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승부처다. 신구 세대를 대표하는 코트의 사령관인 이들의 손놀림에서 양 팀의 득점력이 상당 부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은 빠른 스피드, 이상민은 빼어난 경기 조율 능력을 각각 장점으로 가졌다. 두 선수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논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처럼 큰 경기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이상민이 약간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 평이다. 다만 무리한 수비 가담으로 파울 트러블에 종종 걸리는 이상민의 단점은 치명적 실수로 나타날 수도 있다.

- 토종MVP와 용병MVP 대결

올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에 오른 김주성(TG삼보)과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낚아챈 찰스 민렌드(KCC)의 ‘토종-용병 매치업’도 큰 관심사다. 소속팀의 파워포워드로서 주득점원 구실을 하는 이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출렁일 것은 분명하다.

득점력과 기술적인 면에서는 민렌드가 한 수 앞선다. 게다가 다른 용병들과 달리 감정을 잘 조절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점도 민렌드를 더욱 믿음직스럽게 한다. 반면 높이와 스피드를 겸비한 김주성은 수비와 블록슛 능력이 탁월하다. 서로를 뚫고 막아야 하는 처지의 두 MVP가 벌이는 대결의 결과는 챔피언 트로피의 향배와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 소리없이 강한 남자들의 대결

두 팀의 베스트 파이브를 살펴 보면 유사한 개성을 가진 선수 둘이 눈에 띈다. TG삼보의 양경민과 KCC의 추승균이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여느 스타瑢낮?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지만 공수 양면에서 성실한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소속팀에서는 소금과 같은 존재들이다. 둘 다 포지션이 스몰포워드인 것도 공통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양경민이 3점포에서 다소 우세하고, 추승균이 수비력에서 더 끈끈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덧붙여 양경민은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추승균은 꾸준한 활약을 해준다는 차이점도 있다.

이들은 승括?고비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곧잘 터뜨리는 재주를 갖고 있는데,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두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전 포인트로 제시하기도 한다. 소리없이 강한 두 남자의 대결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전체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 농구 대통령 유종의 미 거두나

베스트 파이브 멤버끼리 붙여 놓을 경우 두 팀의 우열을 가리기는 무척 힘들다. 하지만 코트 밖의 ‘5분 대기조’인 식스맨 전력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다. 물론 두 팀 모두 알짜 식스맨을 보유한 팀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TG삼보에는 곧 농구의 전설로 남게 될 대선수가 마지막 빅뱅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은퇴를 공식 발표한 ‘농구 대통령’ 허재다.

‘허재가 마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농구계의 한 속설처럼 코트에서 발휘되는 허재의 능력은 가공할 만하다. 비단 농구 실력뿐만 아니라 불혹에 이른 나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어린 후배 선수들의 파이팅을 불러 일으키는 마술도 부린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중요한 승부처에 잠깐잠깐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TG삼보에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그의 독한 승부사 기질로 미뤄 은퇴 직전 마지막으로 찾아온 우승 기회를 쉽사리 날려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2003~2004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은 우승 트로피의 주인을 가리는 것보다 허재가 보여주는 최후의 투혼으로 인해 더욱 드라마틱해질 듯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03-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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