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난지도골프장을 생각하며


드디어 난지도골프장이 개장을 한단다. 태어날 때부터 시비에 시달리던 난지도골프장이, 개장을 눈앞에 두고는 입장료를 얼마 받을 것인가에 관하여 또 다시 시비에 말리다가, 마침내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난지도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난지도골프장에 가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저런 감상에 젖다가 문득 5년 여 전에 읽었던 신문기사를 떠올렸다.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가 난지도에 골프장을 만들 계획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잘 하는 일 같지가 않다. 땅값이 금값인 협소한 천만도시 서울. 그 서울의 서쪽에 수십 년 동안 버린 쓰레기를 쌓아 만든 드넓은 땅을 소중하게 이용할 용도가 얼마든지 있을 법 한데 하필이면 골프장이란 말인가. 인구 천만도시에 걸맞은 단 하나의 대단위 녹지공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가 골프장부터 지어놓고 세계의 손님맞이를 하겠다는 것인가? 국토의 평지면적이 한국의 열 배, 스무 배도 넘고, 인구는 우리보다 훨씬 적은 나라들도 골프장 수는 우리의 10분의1, 20분의1도 안 되는 경우가 유럽에는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유럽 제국의 수도에는 도심에 노약자나 차 없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대단지 녹지공원이 있다. 파리의 부아드블로뉴나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런던의 하이드파크나 리전트파크가 그런 보기이다….”

그런데 모나코는 세계에서 국토면적이 가장 작은 나라다. 모나코왕궁의 뒷산에는 몬테카를로라는 골프장이 있다. 3년 여 전의 일이었다. 모나코왕궁에 들렀다가 ‘몬테카를로 컨트리클럽’을 가노라니 쪽빛 지중해가 바로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 다녀온 사람은 잘 알겠지만, 모나코 주변의 산들은 온통 암반이다. 그래서 니스에서 육로로 모나코를 들어가려면 긴 터널을 통과하여야만 한다. 그러니 골프장을 만드는 동안 모나코 시내는 얼마나 시끄러워겠는가? 더구나 골프장의 침출수는 다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몬테카를로 골프장에서 라운드 하는 동안 “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이런 곳에 골프장을 조성하였을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히로노 골프장은 일본이 가진 세계 100대 골프장 가운데 하나이다. 히로노 골프장은 고베시의 뒷산인 로코산에 있다. 그리고 로코산은 서울의 북한산에 비교할 만하다. 어떻게 이런 곳에 골프장을 조성하였을까? 로코산에는 히로노 골프장외에 로코컨트리클럽의 골프장도 있다.

비버리힐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번화한 곳 가운데 하나이다. 땅값으로 치자면 서울의 성북동에 못지 않을 그런 곳이다. 그런데 레이건 대통령이 퇴임 후 입회신청을 하였으나 전직이 배우였다는 이유로 입회를 거절하였던 LA 컨트리클럽은 비버리힐스 바로 옆에 있다. 그리고 LA컨트리클럽 곁에는 또 다른 골프장인 월셔컨트리클럽도 있다.

캐나다는 환경보호에 관하여 가장 관심이 많고 엄한 법을 가지고 있다. 밴쿠버 인근에 있는 휘슬러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리조트가 있다. 또한 그곳에는 다섯 개의 골프장이 모여 있다. 아주 오래 전 휘슬러골프장에 간 적이 있다. 용평골프장과 비슷하게 생겼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골프장을 설계한 사람은 용평골프장을 설계하였던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였다. 또한 밴쿠버 시내에서 휘슬러로 가다보면 오른쪽 산기슭에는 훼리크릭이라는 골프장이 있다. 그 골프장의 몇 홀은 밴쿠버만의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특히 파3홀의 퍼팅 그린은 바닷물 가운데에 만들어져 있었다. 그 퍼팅 그린은 캐나다의 관광 홍보용 사진에 실리기도 한다.

몬트레이의 페블비치에는 여섯 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 중에 페블비치골프링크스와 사이프러스포인트컨트리클럽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이라고 일컬어진다. 페블비치의 세븐틴로드를 차로 달릴 때에는 부산의 영도가,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골프할 때에는 서귀포중문의 중문골프장이 생각났다.

태국의 수도 방콕 시내에는 무려 21개의 골프장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시내에도 10개가 훨씬 넘는 골프장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난지도의 골프장을 생각하면서 인류역사에 있어서, 개발과 보존, 건설과 파괴는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고 상호 모순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런던에는 하이드파크와 리전트파크가 있다하더라도 서울의 남산 같은 산이 없다. 베를린에는 티어그라텐은 있으나, 인왕산, 관악산, 청계산, 도봉산, 그리고 북한산과 같은, 서울시민이 오를 수 있는 그런 산들이 전혀 없다. 베를린 주변에 명산들이 있었더라도, 티어그라텐을 만들었을까? 런던의 윔블던에는 테니스코트뿐 아니라 윔블던컨트리클럽도 있으나, 서울에서는 기왕에 있던 골프장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시민공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 지어지는 난지도골프장은 늘 도마 위에 올랐다.

입력시간 : 2004-03-3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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