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계약, 트레이드로 둥지 옮긴 거물들이 지각변동 진원지초보사령탑들의 지략싸움, '포스트 이승엽' 등에 팬 관심 집중

2004 프로야구 개막 팡파르 '타타타… 막 오른 열광의 무대'
FA계약, 트레이드로 둥지 옮긴 거물들이 지각변동 진원지
초보사령탑들의 지략싸움, '포스트 이승엽' 등에 팬 관심 집중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동면에서 깨어난 녹색 다이아몬드가 선수와 관중들이 내뿜는 열기로 다시금 반짝이기 시작했다.

4월4일 개막 팡파르를 울린 삼성증권배 2004 프로야구는 어느 해보다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다가섰다. 한국야구 부동의 톱스타인 ‘국민타자’ 이승엽(지바 롯데 마린즈)이 국내 무대서 사라진 데다, 각 구단을 대표하던 거물급 선수들이 FA 계약이나 대형 트레이드 등으로 둥지를 옮긴 것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첫번째 이유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들의 면면만이 변화의 진원지는 아니다. 초보 사령탑으로 걸음마를 막 뗀 40대 감독 3인방의 등장도 그라운드에 새로운 색깔을 입힐 ‘붓’으로 꼽힌다.

확 바뀐 2004 프로야구. 8개 구단의 변모를 이끌어갈 주축 변수를 살펴본다.

■ 현대 유니콘스 - 투타 완벽조화, 내야 구멍이 문제

지난해 챔피언 현대는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정민태-김수경-피어리로 짜여질 선발진, 슬라이더의 대가 조용준이 틀어막을 뒷문 등 마운드가 여전히 높다.

방망이의 무게도 한층 더해졌다. ‘포스트 이승엽’의 선두주자 심정수와 한국 적응을 마친 용병 브룸바가 지키는 중심 타선에 ‘황금 독수리’ 송지만이 한화로부터 날아 들어와 강력한 대포를 보탰다. 송지만은 시범경기 홈런왕에 올라 일찌감치 활약을 예고했다. 심정수-송지만의 ‘SS포’는 지난 시즌 삼성의 이승엽-마해영 타선에 견줄 만하다는 평가다.

투타의 밸런스를 구축한 현대에게도 고민은 있다. 박종호(삼성)가 빠져 나간 2루수 포지션이다. 여기에 구멍이 난다면 현대의 한국시리즈 2연패 도전은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 SK 와이번스 - 든든한 마무리, 박경완 체력이 관건

특급 소방수 한 명만 있어도 감지덕지인데 두 명이 한꺼번에 출격할 태세를 갖췄다. 지난해 구원왕 조웅천이 건재한 데다 LG로부터 특급 좌완 이상훈을 거저 얻다시피 데려와 ‘더블 마무리’ 체제를 완성했다.

게다가 한 선수는 잠수함, 다른 선수는 왼손이어서 상대팀 타선에 맞춰 출격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두 선수를 릴레이로 등판시킨다면 3~4이닝 정도는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 있다. 6회나 7회까지 리드하고 있으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문제는 리드를 잡을 수 있는 공격력과 선발 투수들의 능력이다. 눈에 띄는 톱스타 없이 끈끈한 조직력과 젊은 투수들의 패기로 이뤄낸 지난 시즌 준우승 전력이 올해도 이어질지 여부가 관심을 끄는 것도 그 때문이다.

■ 기아 타이거즈 - 막강 방망이, 선발진이 아킬레스건

다수의 전문가들이 우승 후보 1순위로 꼽는 팀이다. FA로 풀린 ‘마포’ 마해영을 해결사로 데려와 타선의 파괴력을 한껏 배가시킨 덕분이다. 한 방을 갖춘 거포 부재의 고민을 단숨에 날렸다. 정확한 타격과 중 장거리포를 겸비한 왼손 타자 심재학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이종범-장성호-박재홍-홍세완 등 무시 못할 기존 라인업에 이들이 가세함으로써 기아는 8개 구단 중 최고 공격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에이스인 김진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투수력은 지난해와 반대로 걱정을 던져주고 있다. 제2, 3선발로 예정된 최상덕과 이대진도 부상에 시달린 전력이 있어 다소 불안하다. 만약 선발 투수진이 삐끗한다면 공포의 타선도 쓸모가 없다. 장기 레이스를 버텨낼 힘의 우선 순위는 아무래도 투수력 쪽이기 때문이다.

■ 삼성 라이온즈 - 이승엽 공백 심각, 투수력에 기대

팀의 색깔이 불과 1년 만에 전혀 딴판으로 바뀌게 됐다. 전통의 대포군단 삼성은 이승엽과 마해영 등 ‘차ㆍ포’를 모두 잃으면서 전면적인 체제 개편을 단행했다. 2점 잃으면 3점 빼내 이기는 식에서 2점 얻더라도 1점만 내줘 이기는 식으로 승리 공식을 바꾼 것이다.

열쇠는 물론 투수력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국보급 투수’였던 선동렬 코치의 지도력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다행히 선 코치가 조쳬?신예 투수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부쩍 성장한 모습을 선보이며 팀 방어율 2위의 주역이 됐다. 과연 선 코치가 이끄는 젊은 어깨들은 ‘승리해’(이승엽-브리토-마해영) 타선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까. 올 시즌 삼성의 사활이 달려 있는 대목이다.

■ 한화 이글스 - 알짜 선발진, 김태균 등 화력 막강

두산과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왕년의 롯데 에이스 문동환과 간판 타자 송지만을 내주고 현대서 데려온 마무리 투수 권준헌이 투수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재활훈련을 성실히 소화해낸 문동환이 완전히 재기한다면 한화는 동급 최강의 3선발을 갖게 된다. 권준헌의 소방수 안착 여부도 확실한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던 한화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한때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통했던 타력의 재건도 지켜볼 대목이다. 성공한 용병타자였던 데이비스가 컴백했고 LA 다저스 출신의 엔젤 페냐도 합류했다. 여기에 차세대 홈런왕을 노리는 김태균이 버틴 클린업은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 LG 트윈스 - 좌타군단 부활, 제2 신바람 조짐

‘돌아온 장고’들만으로도 팀에 활기가 넘친다. 무릎 부상에서 완쾌한 이병규와 고관절 질환을 딛고 더욱 힘차게 방망이를 돌리는 김재현 등 두 간판 스타의 가세는 천군만마다. ‘얼짱’ 박용택과 현역 빅리거 출신 알 마틴까지 더하면 화려했던 좌타자 군단의 확실한 부활이다.

마무리는 이상훈에서 진필중으로 얼굴이 바뀌었지만 중량감은 여전하다. 다만 선발진의 무게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소 가볍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결국 상위권 도약의 원동력은 좌타자 군단의 신바람 타격에 달려 있는 셈이다.

■ 두산 베어스 - 바닥권 전력, 끈기의 팀컬러로 극복

전문가들은 두산을 올 시즌 최하위권 전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톱타자 정수근과 왼손 거포 심재학이 빠져 나간 타선은 더욱 빈약해졌다. 안경현-김동주-홍성흔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을 빼면 무서운 타자가 없다. 그나마 이들 세 명의 중량감도 다른 팀에 비하면 많이 처지는 게 사실이다. 투수진도 2002년 16승 투수 게리 레스의 복귀 외에는 별다른 보강이 없었다.

변화라면 팀 전력이 약체로 변했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초보 사령탑 김경문 감독은 안팎의 비관적 전망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다. 두산 특유의 곰 같은 뚝심을 견인해낼 묘책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 롯데 자이언츠 - 도약이냐 답보냐, 야구판 흥행의 변수

3년 연속 꼴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 겨울 FA 대어 정수근과 이상목에 ‘올인’한 롯데의 행보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뜨거운 이슈다. 롯데의 도약은 비단 롯데 구단만의 과제가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 부활과도 연결된 문제.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력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정수근, 이상목 두 선수의 합류가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지만 단번에 팀을 업그레이드 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롯데도 두산과 마찬가지로 신임 양상문 감독의 용병술과 지략에 올 시즌 농사의 상당 부분을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4-07 21:5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