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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프로야구 마운드 세대교체 바람
'영건'들 미래의 에이스 눈도장 '꾹'
SK 엄정욱 '새가슴' 딱지 떼고 광속구에 경기운영 능력까지 선보여
삼성 권혁·권오준, LG 서승화 등 중고 선수들도 첫 등판서 위력투


“마운드 세대교체 우리가 책임진다.”

개막 후 1주일여가 지난 프로야구 마운드에 ‘앙팡 테리블’이 불러 일으키는 새 바람이 거세다. 갓 입단한 고졸 신인에서 몇 년 묵은 중고 선수들까지 그 면면도 다양하다. 이들은 오랫동안 프로야구를 주름잡아 온 기존의 일급 투수들에 대해 팬들도 다소 식상해 있던 차에 등장해 더욱 반가움을 주고 있다.

프로야구 역시 젊은 피가 꾸준히 새로 수혈되고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해야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톱 스타들의 변치 않는 활약이 오늘의 ‘인프라’라면 신참 선수들의 도약은 내일의 ‘성장 엔진’인 것이다. 시즌 첫 등판부터 인상적 투구를 펼쳐보인 영건들이 잠시 피었다 지는 꽃이 될지, 아니면 프로야구의 미래를 걸머질 거목으로 성장할지 팬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 삼성 ‘권씨 듀오’를 주목하라





‘국보급 투수’는 지도자로서도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선동열 수석코치의 작품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그것도 아주 화려한 모습으로.

지난해 말 삼성에 부임한 선 코치가 겨우내 공을 들인 제자들인 권혁(21), 권오준(24) 두 선발 요원이 시즌 첫 등판에서 나란히 첫 승을 올리며 스승의 기대에 확실히 부응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기아 강타선을 상대로 각각 7이닝과 8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는 빼어난 피칭을 선보여 야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주로 중간계투로 간간이 마운드에 올랐던 무명 선수에 불과했다. 2002년에 입단한 권혁은 큰 키(187cm)에 빠른 공을 가진 왼손 정통파 투수라는 점에서 장래성을 인정 받기는 했으나 두 해 동안 거둔 성적은 고작 3승2패.

하지만 지난 시즌 막판 현대 정민태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를 챙기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스토브리그 동안에는 ‘삼손’ 이상훈과의 트레이드 카드로 거론됐으나 선동열 코치가 막아서는 바람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이드암 권오준의 깜짝 출현도 예상 밖의 일이다. 권오준은 99년에 입단해 별다른 눈길을 끌지 못하다가 해병대에 들어가 군복무까지 마친 6년차 중고 투수. 지난 시즌 컴백해 간혹 마운드에 올랐지만 한 해 만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나타났다. 스피드, 변화구, 제구력 등 어느 하나 손색 없는 구위를 가졌다는 평가다. 현역 최고의 잠수함인 임창용과 김현욱이 버티고 있는 삼성에서 또 한 명의 특급 잠수함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SK 엄정욱 총알투 장전

직구 최고 구속 160k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가졌지만 마운드에만 오르면 헤매던 ‘새가슴’ 엄정욱(23)이 마침내 스타탄생을 향해 총알투를 정조준했다.

엄정욱은 4월7일 선발 로테이션에 정식으로 진입한 올 시즌 첫 경기 한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면서 깔끔한 스타트를 끊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광속구는 스피드건에 최고 154km를 찍었고 탈삼진도 5개나 기록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적절하게 섞어 던지며 타자를 농락하는 경기 운영능력. 힘으로만 밀어붙이다 몇 차례 얻어맞으면 제풀에 쓰러지고 마는 예전의 모습은 이제 찾아 볼 수 없었다.

엄정욱의 놀라운 변신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여기에는 코칭스태프의 덕이 컸다. 가능성에만 머물러 있는 엄정욱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판단한 조범현 감독이 스프링 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꾸준한 선발 기회를 부여했던 것. 그러면서 엄정욱은 한 꺼풀 한 꺼풀 미완의 딱지를 떼내어 갈 수 있었다.

최고 포수 중 한 명인 박경완이 지키는 안방의 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베테랑 박경완은 여우 같은 투수 리드로 마음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엄정욱에게는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해주고 있다.

- 한국의 랜디 존슨 뜬다



지난해 삼성전에서 집단 몸싸움 와중에 ‘국민타자’ 이승엽과 멱살잡이를 해 유명(?)해진 LG 3년차 좌완투수 서승화(25)도 올 시즌 주목할 만한 선수다. 193cm, 85kg의 호리호리한 큰 키에서 강속구를 뿌리는 모습이 마치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빅유닛’ 랜디 존슨을 연상케 하는 서승화는 8일 현대전에서 시속 150km의 직구를 던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까지도 직구 구속은 빠르기로 소문난 터였지만 제5선발로 낙점돼 집중 조련을 거치면서 공이 더욱 빨라졌다. 좌완 투수로 150km대 직구를 던진 것은 지금껏 이상훈(SK) 이혜천(두산) 정도밖에 없었다. 그만큼 서승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데뷔 후 아직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첫 승 고비만 넘기면 10승은 무리없이 할 것 같다”는 다짐이 허언으로만 들리지는 않는 까닭이다.

- 고졸 새내기 ‘우리도 있다’

김수경(현대), 김진우(기아)처럼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단박에 기둥투수로 성장한 선수들과 같은 고졸 재목들이 올해도 등장할까. 이런 질문에 ‘예’ 하면서 당차게 답할 수 있는 투수들이 시즌 초부터 몇몇 눈에 띈다. 투수왕국 현대의 신인왕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오재영(19)과 한화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창훈(19). 이들은 나란히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신인답지 않은 피칭으로 감격의 승리를 낚았다.

둘 다 쓰임새가 많은 좌완이지만 투구 스타일은 판이하다. 오재영이 두둑한 배짱에 140km대 중반의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정통파라면 김창훈은 정교한 컨트롤과 변화구로 승부를 거는 기교파에 가깝다. 왼손 투수에 약한 좌타자들이 즐비한 LG와 삼성의 타선은 이들의 녹록치 않은 투구에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이들이 좌타자 킬러를 넘어 당당한 차세대 에이스로 자라날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04-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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