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재벌 구단주, 막강 자금력으로 세계 유명스타에 손짓카를로스 등도 '쇼핑 리스트'에, 영입 성사땐 R. 마드리드 아성 깰 수도

첼시, 베컴·호나우두 영입작전 '축구제왕' 야망 불 붙었다
러시아 석유재벌 구단주, 막강 자금력으로 세계 유명스타에 손짓
카를로스 등도 '쇼핑 리스트'에, 영입 성사땐 R. 마드리드 아성 깰 수도


지금 세계에는 새로운 ‘ 제국주의’가 꿈틀대고 있다. 미국 같은 슈퍼 파워나 국경을 넘나들며 이익을 챙기는 초국적 자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세계의 제국들이 꿈꾸는 야망이다.

특급 스타들을 돈으로 싹쓸이 해가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 세계 최고의 축구 시장인 유럽에서 ‘ 지구촌 대표급’ 선수들을 끌어 모아 제국의 모양새를 갖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같은 구단들은 좋은 본보기다.

이들 제국의 공통점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우수 선수들을 독점함, 아예 자신들에 대적할 상대의 싹을 자르는 전략에 있다. 그러나 어떤 제국도 일방적인 독주를 할 수는 없는 법. 뉴욕 양키스에게는 항상 딴죽을 거는 앙숙 보스턴 레드 삭스가 있고,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리그는 다르지만 첼시(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최대의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 이적시장에 태풍, 유럽축구 기상도 변화 예고

특히 지난 해부터 유럽 축구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한 첼시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대어들을 영입해 레알 마드리드 제국의 아성을 거의 무너뜨릴 태세다. ‘ 제2의 레알 마드리드’라는 세간의 평가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욕심이 최근 세계 축구계의 관심을 온통 첼시 구단의 행보에 집중시키는 상황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34경기 연속 무패 가도를 달린 아스날에게 빼앗겨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탓인지 또 다시 선수 이적 시장에 태풍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첫 머리에 오른 영입 대상은 최고의 섹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이다. 근래 잇달아 불거진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베컴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데다, 구단측도 운동 외적인 일로 입방아에 오르는 베컴에게 부담을 느껴 내보낼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베컴이 영국으로 컴백한다면 당연히 첼시가 가장 유력한 행선지다.

만약 이번 이적이 성사된다면 첼시가 레알 마드리드에 지급할 베컴의 몸값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대략 1억 파운드, 한화로 2000억원 안팎의 엄청난 금액이 관계자들 사이에 오가는 이적료 규모다. 첼시의 타깃은 베컴에 그치지 않는다. ‘ 축구황제’ 호나우두와 ‘ 프리킥의 마술사’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베컴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브라질 출신 초특급 스타들도 영입 대상이다.

마침 호나우두는 본인 스스로 베컴과의 동행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최근 영국의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은 나의 꿈이었다”면서 “ 베컴과 함께 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은근히 속내를 밝힌 것. 마음에 두고 있는 구단으로 첼시를 지목한 것은 물론이다.

- 유명 감독에게도 구애 공세

첼시의 무차별적인 구애 공세는 유명 감독들에게도 뻗치고 있다. 현재 첼시의 사령탑은 이탈리아 출신의 라니에리 감독. 지난 4년간 지휘봉을 잡아 온 그는 올해 프리미어리그 2위의 성적을 올렸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에 진출하는 등 나름대로 팀을 잘 이끌어왔지만 결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성에는 찰 수 없었던 모양이다. 때문에 시즌 내내 경질설에 시달려 왔고 급기야는 조만간 사퇴가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후임 감독을 물색하면서 능력 있는 지도자들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은 그 방증이다. 사령탑 영입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 최근 주목 받는 감독은 올해 챔피언스리그 4강에 함께 올라 있는 포르투갈 명문구단 FC 포르투의 호세 무링유,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오트마 히츠펠트 등이다. 올 초에는 에릭손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몇 차례 접촉을 가져 세간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실 첼시는 다소 침체기에 놓인 지금의 유럽 축구시장에서 머니 파워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자 구단 중에서도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 배경에는 물론 지난해 만성적인 부채를 갚아주고 새로운 구단주로 등극한 러시아 출신의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마르지 않는 돈줄이 자리잡고 있다.

서른 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러시아 메이저 석유회사인 시브네프티를 소유한 기업 오너이자 시베리아 추코트카주의 주지사를 맡고 있는 현역 정치인이다. 구 소련 붕괴 이후 석유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해 옐친 전 대통령, 푸틴 현 대통령 등 권력을 배경으로 급속하게 부를 확장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러시아에서 두 번째 가는 갑부인 동시에 첼시 구단 경영을 위해 오래 머무르게 된 영국에서는 현재 가장 돈을 많이 가진 대부호의 자리에 올랐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은 무려 75억 파운드(한화 약 15조6700억원)에 달하고, 그 규모는 매년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금고를 가진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을 손에 넣으면서 뿌린 돈은 대략 2억6000만 파운드(약 5400억원).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돈을 풀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힌다는 점이다.

지난해 첼시 구단 인수 후 후안 세바스찬 베론, 에르난 크레스포(이상 아르헨티나), 대미언 더프(아일랜드), 조 콜(잉글랜드), 아드리안 무투(루마니아) 등 각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들을 데려왔으면서도 또 다시 베컴, 호나우두 등 초특급 선수들에게 손짓하는 사실에서 아브라모비치의 호기가 결코 허풍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나아가 그의 잠재적인 ‘쇼핑 리스트’를 들춰 보면 성사 여부를 제쳐 두고서라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라울(스페인), 비에리(이탈리아), 앙리(프랑스), 다비즈(네덜란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웬만하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중 몇몇에게는 이미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해당 구단의 완강한 저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의 ‘깜짝 쇼핑’은 여건만 성숙된다면 언제든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번 베컴 영입 작업은 이를 잘 증명해 주는 하나의 사례다.

과연 ‘축구 제국’ 건설을 향한 그의 야심찬 걸음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세계 축구팬들의 궁금증은 날로 커져만 간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5-04 20:13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