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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이야기] 명문골프장의 조건


지난 화요일이었다. 중앙일간지의 스포츠란에는 거의 모두 빠지지 않고 한 가지 기사가 실려 있었다. 제주 남제군에 위치한 ‘ 클럽 나인 브릿지’(파72 ㆍ 7,190야드)가 미국의 골프매거진이 뽑은 ‘ 세계 100대 프라이빗(회원제) 골프 코스’로 선정되었다는 기사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세계 100대 회원 골프장을 보유하게 되었고, 이는 1900년경 함경남도 원산에 국내 최초의 골프장이 들어선 이후 200여개의 골프장이 건설되기까지 한국 골프장 10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인 브릿지 골프장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2일 사이에 열렸던 LPGA의 CJ오픈경기의 개최지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골프장이다. 겨울을 눈앞에 두었던 시절이었음에도 봄 날씨처럼 화창한 날씨에 분홍빛 스웨터를 입은 안시현 선수가 우승함으로써 더욱 더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골프장이기도 하다.

나는 지난 4월 4일경 그곳에서 난생 처음 라운드를 해 본 적이 있다. 국내 10대 골프장을 선발하는 어느 잡지사의 패널이 되었을 때, 나는 나인 브릿지 골프장에서 라운딩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발 대상에서 제외시켰었다. 그래서 나는 나인 브릿지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기로 약속해 놓고는 모처럼 가슴이 설레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일행은 하이랜드 코스의 1번 홀부터 라운딩을 시작하였다. 나는 3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 5번 홀에서 버디를 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곱 개의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 이븐 파를 쳤다. 이어서 크리크 코스에 들어섰다. 하이랜드 코스의 9번 홀 티샷을 할 때부터 불기 시작하였던 바람은, 우리 일행이 크리크의 1번 홀에서 티샷을 하려할 때부터는 더욱 세차게 불기 시작하였다. 파3(151야드)의 2번 홀에서 내가 티샷을 할 때는 5번 우드를 잡고 잘 맞았는데도 온 그린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셌다. 그리고 4번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 이르렀을 때에는 눈발까지 흩날렸다. 그러자 나를 제외한 우리 일행은 라운딩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만둘 수 없었다. 5번 홀이 끝나고 그늘 집에 들렸을 때에, 다른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동안 나는 화장실에 가서 뜨거운 물을 틀어 놓고는 곱은 손을 잠시 녹힌 일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 우리 일행은 마침내 라운드를 마쳤다. 대미를 장식하는 듯, 나는 9번 홀에서 버디를 했다. 그 결과 나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하고 나머지 여덟 홀에서는 모두 파를 기록하여, 후반 나인 홀에서는 1언더 파를 쳤다. 결국 나인 브릿지 골프장에서의 감격적인 나의 첫 라운딩 후의 스코어는 1언더 파였다. 우리 일행을 동반하여 그날 나와 함께 라운딩하였던 도우미 임현정씨는 “자기네 골프장에 처음 와서 언더파를 쳤던 아마추어골퍼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인 브릿지 골프장이 그날 내게 정복당한 사실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나인 브릿지 골프장에서 라운딩 하면서, 그 골프장이 좋다고 말했던 사람들의 판단에 공감은 하였다. 하지만 골프장 가이드 북에 적혀 있는 것과는 달리, 나인 브릿지 골프장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골프장이라는 생각이 얼른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인위적인 골프장이라는 인상을 가졌다. 그런데다가 클럽 하우스 앞은 비좁고, 락카실은 구획지워져 있어 답답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때문에 나는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서부터 밖으로 나올 때까지, 편안함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이곳에서 라운딩을 한 많은 골퍼들이 이 골프장을 좋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우리나라의 골프장에서는 유례가 없는 페어웨이와 퍼팅그린의 잔디의 종류가 동일한 데다가, 보기 드물게 매우 잘 관리되어 있어 현혹된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 골프장의 건설비가 다른 골프장의 그것에 비하여 월등히 많았으며 지난 한 해 동안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적자를 보면서까지도 내장객의 숫자가 4만을 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듣고는, 그래도 이 골프장이 국내 골프장 가운데 가장 좋은 골프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더 수긍이 갔었다. 왜냐하면 정말 값어치 있는 것이라면 그 물건의 주인은 엄청난 희생까지 감내해 가면서도 소중하게 다루는 법인데, 나는 나인 브릿지 골프장에 다녀오면서 그 곳의 주인이 진심으로 골프장을 명문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성을 골프장에 들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05-0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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