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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되돌리기] 도그마
농담과 조롱으로 풀어본 성경

도그마(Dogma)는 본래 그리스도 교리를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Tism이 붙어 도그마티즘(Dogmatism)이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흔히 교조주의라 일컫는 도그마티즘은 도그마(교리)를 영원불변의 것으로 인식해 변화된 상황이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선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조주의적 아집은 종교나 독재자에게서 볼 수 있다. 교조주의적인 지배자는 역사의 이성과 사회 정의에 의해 공격당하곤 하지만 종교는 그렇지 못하다. 3세기 신학자 테르툴리아누스가 ‘종교는 불합리하기에 믿는다’라고 말했을 만큼 자연적 인식 능력인 이성으로 종교를 재단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가 신의 말씀을 듣는 일이기 때문에 그 말을 해석하는 중간자가 존재해야 하고, 그래서 자의적 해석을 배제할 수 없다. 신학자 니이버가 지적한 대로 ‘종교는 절대자 앞에서의 겸손인 동시에 절대자를 빙자한 자기 주장’이기도 하다. 즉, 신은 선하지만 교회는 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있다. 가톨릭 교회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은 영화 ‘도그마’의 케빈 스미스 감독이다. 그는 신성과 불경을 넘나들며 독특한 소재의 코믹 판타지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도그마’에는 각기 다양한 성경 속의 인물이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 바틀비와 로키. 이들은 ‘죽음의 천사’라고 불리는 타락천사들로, 하느님이 인간을 벌하기 위해 행한 사건(유황불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한 일, 노아의 홍수 등)에 개입한 자들이다. 그런데 술에 취한 로키가 신을 모독하면서 두 사람은 인간세상으로 ?겨난다. 지상에서 온갖 악한 짓을 벌이던 바틀비와 로키는 천상으로 되돌아갈 궁리를 하던 찰나에 천국으로 통하는 뉴저지 주의 한 교회를 발견한다. 하지만 죄 많은 타락천사가 다시 천국으로 가면 선한 신의 무오류성과 전지전능함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 되는 까닭에 이들을 저지하려는 자들이 등장한다.

천사 메타트론과 13번째 흑인 사도 루퍼스, 뮤즈 세렌디피티, 예언자 제이와 과묵한 밥, 그리고 인류를 구원할 예수의 마지막 후손인 베서니 다. 이들은 하나같이 성경을 비틀어버리는 인물들이다. 성적 불능을 내보인다며 바지를 내리는 천사에서,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성경에 누락되어 있다며 인종차별적인 성경을 비난하는 흑인 사도, 신은 여자였다고 주장하며 성의 노리개로 일하는 천상의 여신, 섹스에 안달 난 예언자까지 성경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이들의 등장은 이 영화가 기독교에 대해 뭔가 통쾌한 독설을 퍼부을 거라는 예상을 해보게 한다.

특히 성배를 두고 골프 연습을 하거나 신자 모집을 위해 예수를 우스꽝스러운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추기경의 모습에까지 이르면 영화의 농담 속에 교회에 대한 조롱을 엿볼 수가 있다.

하지만 ‘교회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단지 하느님이 더 낫다는 말이다’라고 은근슬쩍 종교계의 비난에 대해 수세적 입장을 취한 감독의 얘기처럼 영화의 독설도 사실은 강도 높은 독기를 뿜어내지는 못한다. 전지 전능함이 의심스러운 무능한 신, 세속적으로 유능한 교회, 인간 이하로 타락한 천사를 비꼬는 듯하다가 결국 선한 신을 등장시켜 악을 벌하고 교회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도덕적인 귀결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고리타분한 성경을 전복시키려는 도발적인 반란은 실상 엄포에 불과했다.

영화 ‘도그마’는 교회가 기업화되고 믿음이 환금성을 갖는 우리 시대에 종교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게 한다. ‘종교는 불합리하기에 믿는다’는 테르툴리아누스의 역설적인 말이 종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유일한 답은 아닐까.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5-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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