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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2004 프로야구 신인왕은 누가?
"처음이자 마지막" 불꽃 경쟁
한화 송창식 김창훈, 삼성 권오준, 현대 오재영 등에 시선집중


평생 딱 한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기회다. MVP(최우수선수)는 언제든 선수의 기량이 만개한다면 오를 수 있는 고지이지만 신인왕은 그렇지 않다. 첫번째 도전이 곧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MVP보다 신인왕 되기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올해도 프로야구는 첫 선을 보인 새내기 선수들의 참신한 활약으로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다. 개중 몇몇은 일찌감치 신인왕 타이틀을 ‘찜’이라도 해 놓으려는 듯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로 달려나가는 중이다. 자연스레 신인왕 후보들의 면면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규리그의 3분의 1 언저리까지 소화한 현재, 시선을 잡아 끄는 신인들은 대개 고졸 출신에 집중돼 있는 게 특징이다. 여드름도 채 가시지 않은 이들의 플레이는 그러나 농익은 수년차 선수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을 만큼 대담하고 노련하기까지 하다.






- 앞서 가는 한화 고졸 3인방

한화의 19세 동갑내기 고졸 3인방 송창식, 김창훈(이상 투수), 최진행은 그 중에서도 야구 관계자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키는 신예들이다.

먼저 5월 23일 현재 4승2패를 기록하며 다승 경쟁 선두권을 추격중인 송창식은 정민철, 문동환 등 제2, 3선발 투수들의 부진으로 시즌 초 난국에 처할 뻔했던 소속팀을 떠받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 ‘막내답지 않은 막내’다.

182cm, 89kg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송창식은 탄탄한 하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가 강점. 48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내준 홈런이 고작 1개에 불과할 정도로 그의 공에는 타자의 방망이를 짓누르는 힘이 있다.

다승 1위의 김수경(현대)이 피홈런 4개, 송창식과 비슷한 방어율의 이상목(롯데)이 피홈런 11개를 기록중인 사실만 보더라도 그의 구위가 쉽사리 짐작된다. 유연한 피칭 모션과 좀체 표정의 변화가 없는 ‘포커 페이스’ 등 고졸 출신 투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자질 등도 대형 투수로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송창식은 성적에서도 실질적인 팀의 에이스급 투수로 자리잡았다. 팀내 선발 투수 가운데 다승 1위인 것은 물론, 방어율도 약간 높긴 하지만 노장 송진우에 이어 2위를 마크하고 있다.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역대 한화 신인 중 최고 계약금(4억2천만원)을 받고 입단한 왼손 김창훈도 눈여겨볼 젊은 어깨다. 김창훈은 직구 구속은 130km대에 머물지만 타자 근처에서 많은 움직임을 일으키는 변화구가 주무기다. 송창식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가 무색할 만큼 노련하고 안정된 경기 운영 능력도 갖췄다.

5월 23일 현재 3승2패의 성적. 희소성이 있는 왼손 투수로서 좌타자가 주축인 팀과의 대결에서 많은 재미를 봤다. 다만 구질이 어느 정도 파악된 탓인지 최근 제법 두들겨 맞으면서 방어율이 7점대로 크게 치솟은 것은 신인왕 레이스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대목이다.

시즌 초 투수 일색으로 전개되던 신인들의 경쟁 구도를 일거에 뒤집고 나타난 ‘한화의 빅초이’ 최진행은 요즘 파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새내기 거포다. 개막 때만 하더라도 2군 신세였던 그는 4월 29일 노장 장종훈의 부진으로 운 좋게 1군에 올라오자마자 화끈한 장타력을 과시하며 대뜸 주전 자리를 거머쥐었다.

5월 6일부터 3경기 연속으로 터뜨린 3점 홈런 퍼레이드가 그 결정적인 계기였다. 특히 3경기째 홈런은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LG의 특급 마무리 진필중을 상대로 뽑아낸 역전 결승홈런으로, 최진행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결정타’이기도 했다.

188cm, 93kg의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최진행은 장타력의 등급에서도 루키답지 않은 괴력을 뽐내고 있다.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하면 타구는 까마득한 점이 되어 날아가는 것. 실제 그의 홈런 대부분은 비거리 120m를 훌쩍 넘어서는 장거리포였다.

5월 23일 현재 그의 타율은 2할9푼. 하지만 안타 18개 중 홈런이 7개, 2루타가 6개로 장타율은 무려 7할2푼대에 이른다. ‘포스트 이승엽’을 꿈꾸는 팀 선배 김태藍?훨씬 상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당 팀내 1위다.

유승안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타격만 놓고 보면 김태균의 데뷔 시절보다 낫다”며 최진행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송창식, 김창훈에다 최진행까지. 될성부른 떡잎이 셋이나 활짝 피어오르는 한화는 지금 신인왕 배출의 꿈에 흠뻑 빠져 있다.

왼쪽부터 한화 송창식·최진행·김창훈, 삼성 권오준, 현대 오재영.



- 인상적 활약 펼치는 마운드가 우세

한화의 고졸 3인방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는 있지만 다른 팀의 신인들도 이들의 독주를 방관하지만은 않을 태세다.

그 선봉에 서 있는 선수는 삼성의 해병대 병장 출신 ‘중고 신인’ 권오준. 그는 지난 99년에 입단했지만 현역 복무 등으로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던 터라 신인 투수의 자격요건을 아직 갖추고 있다. 권오준은 시즌 초 선동열 수석코치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차 주목받더니 이내 삼성 마운드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호지스, 배영수, 김진웅 등 다른 선발 투수들이 헤매는 동안에도 꾸준한 피칭을 보여 코칭스태프의 굳은 신뢰를 얻은 것.

5월 23일 현재 4승3패로 배영수와 함께 팀내 다승 1위, 방어율에선 단독 1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삼성 선발진에서 명실공히 에이스나 다름없는 성적이다. 마무리 임창용, 미들맨 김현욱 등 당대 최고의 사이드암들이 터줏대감으로 있는 삼성에서 ‘선발 권오준’이라는 새로운 잠수함 공식을 연말까지 이어간다면 신인왕도 불가능한 타이틀은 아니다.

이밖에 김수경, 조용준 등 투수 신인왕을 꾸준히 배출해 온 전통의 투수 명가 현대의 고졸 새내기 오재영도 ‘가문의 영광’을 이어갈 만한 재목으로 눈길을 끈다.

시즌 초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제4선발 자리에 발탁돼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 오재영은 이후 2연승을 올리며 코칭스태프의 기대가 거품이 아님을 증명했으나 뜻밖의 손가락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인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 부상 후 첫 선발 등판에서 비록 패전 투수는 됐으나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며 다시 본격적인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05-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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