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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LP 여행] 리리 시스터즈
펄자매에 필적한 쌍둥이 매력 넘치는 허스키 보이스





1960년대 후반은 여성 보컬 그룹의 전성 시대였다. 데뷔 1년 만에 가요계에 등극하며 전국을 시원한 여성 소울 창법으로 강타한 펄 시스터즈의 등장은 기폭제였다.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온 여성보컬그룹 중 단연 화제 거리는 연속적인 쌍둥이 자매 듀엣의 탄생이었다. 미 8군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체리 시스터즈가 첫 번 째 였지만 빼어난 미모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청순미를 뽐냈던 리리시스터즈의 인기는 한 때 펄 시스터즈에 필적할 만 했다. 특히 젊은 층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대표 곡은 번안 곡 ' 낚시터의 즐거움'과 ' 짝사랑'. 어리광 부리듯 상큼하고 경쾌했던 그녀의 노래들은 계층을 초월한 사랑을 받았다.

리리시스터즈는 ' 성아와 경아'로도 불렸다. 자매는 작은 이발소와 잡화점(서울 상회)을 운영했던 부친 김기순씨와 모친 황해옥씨의 유복한 집안에서 1남 3녀 중 첫째, 둘째로 1954년 7월 14일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30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자매는 어린 시절 경기도 문산으로 이사를 해 성장했다. 외모, 키, 목소리, 체형 등 구별이 힘든 판박이였지만 성격만은 판이했다. 언니 성아는 침착하고 온순한 내성적 성격인데 비해 동생 경아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문산여중을 졸업한 자매는 1969년 연기자를 꿈꾸며 멀리 안양예고에 진학했다. 학교에서 촬영에 필요한 연기, 무용, 승마 등을 배우면 연기자 수업을 했다. 자매는 특히 승마에 재능을 보였다.

펄시스터즈가 등장한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의 가요계는 가히 시스터즈 열풍이라 할 만큼 수많은 여성보컬그룹들이 결성되었다. 펄시스터즈를 필두로 쌍둥이 자매듀엣 체리 시스터즈와 리리 시스터즈 그리고 유리 시스터즈, 세자매 트리오인 화니 시스터즈, 퀸 시스터즈, 바니걸스 등등. 당시 인기정상의 자매듀엣 펄 시스터즈는 가수의 꿈을 키우는 자극제였다. 성아와 경아는 데뷔 시절 “ 가장 부러운 사람은 펄시스터즈다. 펄 언니들만큼 만 성공하면 좋겠다"고 털어 놓았다. 여고 1학년 때인 69년 7월, DBS에서 아마추어 경연프로그램 ' 예능 콩쿠르'를 열렸다. 자매는 기다렸다는 듯 듀엣을 결성, ' 새타령'을 불러 입상을 했다. 이 대회에서 가수의 길을 열어 준 유명 작곡가 서영은을 만났다. 심사 위원이었던 그는 깜찍하고 예쁜 미모에 노래까지 잘하는 쌍둥이 자매에 반했다. 장래성이 느껴져 자매를 픽업했다. 서영은은 " 정말 너무나 똑같이 생긴 쌍둥이라 처음 한달 동안은 구별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파주에서 안양으로 먼 길을 통학했던 자매는 가수 활동을 위해 작곡가 서영은의 서울 집에 기거를 하며 본격적인 음악 수업을 받았다.

5개월 간의 연습 끝에 1970년 2월, 팀 명을 리리시스터즈로 짓고 데뷔음반'5분전-신세기'을 발표해 정식데뷔를 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소울 풍의 타이틀 곡 '5분전'과 '풀 따기' 그리고 트로트 풍의 '강물 따라서'등 3곡을 발표했다. 출중한 미모의 여고생 쌍둥이자매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되었다. 여러 방송의 쇼 프로에 출연을 하면서 '5분전'이 제법 인기를 끌자 펄 시스터즈와 곧잘 비교가 되었다. 선두주자 격인 성숙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대학생 펄 자매에 비해 여고생 리리자매는 풋풋한 소녀적 취향의 분위기로 주목을 받았다. 데뷔 초기엔 사실 노래보다는 예쁜 쌍둥이자매라는 외모로 관심을 끌며 MBC TV의 인기가요프로 'OB그랜드 쇼'에 고정 출연을 했다. 리리시스터즈는 주간중앙의 표지모델과 럭키 치약의 전속모델로 채택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작곡가 장세용의 편곡으로 두 번째 음반(신진.1970년)을 발표했다. 음악색깔이 분명치 않았던 첫 음반과는 달리 포크 록, 소울 풍의 경쾌하고 비트있는 허스키 노래들을 선보였다. 번안 곡 '낚시터의 즐거움'이 빅 히트를 기록하면서 한 순간에 정상의 가수로 뛰어 올랐다. 또한 이 음반의 뒷면에 수록된 투 코리안스의 ' 길', ' 친구'(김민기 작곡)는 대단히 희귀한 음원으로 손꼽힌다. 이후 포크가수 김훈과 함께 스플릿 음반을 발표해 ' 짝사랑'이 히트를 쳤다. 73년 롯데제품의 CF와 CM송을 맡아 일본에 진출했다. 또한 언니 김성아는 인기가수 남진과 함께 4트랙 입체음향을 시도한 이제웅 감독의 뮤지컬 영화 ' 지구여 멈춰라, 내리고 싶다'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아 영화 배우로 데뷔했다. 74년 4월엔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과 함께 한 음반 ' 사랑하더니-아세아'를 발표하고 6월엔 일본 롯데의 초청으로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영화제에 한국 대표단과 함께 쇼 단원으로 동행을 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야마하음악학원에서 6개월 코스의 보컬 과정과 국제일본어학교 1년 과정을 수료하며 TV출연도 했다. 이때 야마하, 파이오니어, 빅터등 일본의 여러 레코드사로부터 취입제의를 받았지만 학업 비자 신분이라 더 이상의 공개적인 활동을 벌이지는 못 했다.

76년 자매는 일본 우에노프로덕션의 해외 순회 공연 제의를 포기하고 각기 영화에 출연을 했다. 언니 성아는 20만원의 게런티를 받고 최현민감독의 ' 젊은 도시'에서 여주인공인 대학생 청희 역으로 출연했다. 동생 경아는 김영호 감독의 특별수사본부 시리즈 ' 구삼육사건'에 출연, 영화 배우로의 첫 걸음을 디뎠다.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던 리리자매는 이후 결혼과 함께 슬그머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청소년층에 절대적 인기를 끌었던 남성보컬그룹 젝스키스의 멤버로 활동하다 솔로가수로 데뷔했던 은지원이 언니 김성아의 아들로 알려져 화제가 된 것이 최근의 소식이다.



최규성 가요 칼럼니스트 kschoi@hk.co.kr


입력시간 : 2004-05-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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