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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되돌리기] 투스카니의 태양
이혼녀의 자아찾기

‘ 이혼 후 화려한 재기!’ 결혼한 여배우가 배우로서 최고의 찬사를 듣는 순간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간혹 이혼이라는 개인사적 비극으로 배우 역량이 극적으로 향상되는 기회가 될 때가 있다. 탐 크루즈와의 이혼 이후 출연한 영화 ‘ 디 아워스’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니콜 키드먼이나 이혼 후 ‘ 중독’에 출연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미연이 그 좋은 예이다.





불혹의 나이에 가까운 여배우 다이앤 레인도 이혼 이후 더욱 주목을 받은 스타 가운데 한 명이다. 프랑스 배우 크리스토퍼 램버트와 이혼 후 ‘ 언페이스풀’에 출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레인은 영화 ‘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이혼녀의 역할을 맡은 직후 “ 영화의 주인공을 굳이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It was simple to play her!” 물 만난 고기처럼 극중 물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다이앤 레인의 모습이 매력적인 영화 ‘ 투스카니의 태양’. 영화는 이혼녀의 자아 찾기를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의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펼쳐 보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능력 있는 문학 비평가로 인정 받으며 살고 있는 프란체스카는 어느 날 남편의 외도 소식을 접하고 급작스런 이혼 수속을 밟는다. 1년 간 지루한 이혼 과정을 밟은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프란체스카는 게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탈리아 투스카니 여행을 떠나고 투스카니의 코르토나 지방의 한 저택에 마술처럼 이끌린다. ‘ 브라마 솔레’, 태양을 그리워하다라는 이름이 붙은 전원 저택을 무턱대고 구입한 그는 그 날부터 기약 없이 길어지는 집수리에 매달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낯선 삶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경험한다. 어느덧 이혼녀의 홀로서기에 자신감이 붙게 되고 조각처럼 멋진 이탈리아 남자와 꿈같은 로맨스도 기대하며 투스카니의 매력에 빠져든다.

하지만 영화는 나이 들어도 매력적인 다이앤 레인과 설탕처럼 달콤한 이탈리아 남자의 끈적끈적한 연애담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잃고 의기소침해진 여자가 진정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처럼 여성주의적인 감성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혼에 따른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결혼에 대한 불안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여성이 투스카니 태양 아래에서 깨달은 것. 그건 아마도 씁쓸한 듯 달콤한 포도주처럼 성숙한 뒤 제 맛을 내는 인생의 진실이 아니었을까.

참고로, 이 영화에서 프란체스카가 이혼하는 과정 또한 한번쯤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영화 속에서 프란체스카의 남편이 바람을 펴서 이혼을 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프란체스카가 위자료를 물고 집을 나오는 장면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법은 이혼 시 불륜과 같은 배우자의 책임 불이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재산도 형평성을 고려해서 분할한다고 한다. 이는 이혼 수속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진행시키고 과거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서로의 발전적 미래를 도모하기 위함이라는데, 남편의 외도에 뒷통수 맞고 집에서까지 내쫓기는 여주인공에게는 참 잔인한 법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빈털터리가 된 덕분에 낯선 곳에서 미련없이 새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본다면 부당한 듯 보이는 주법령이 주인공의 당당한 독립에 큰 계기가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게이 친구로 열연하는 한국계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의 모습도 눈여겨 보면 좋을 것이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5-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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