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벙커샷의 몇가지 요령


지난 일요일 남부골프장에 갔다. 14번 홀에서 내가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우측에 있는 벙커에 들어갔다. 바로 전 홀까지의 나의 스코어는 7번 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중간에 있는 그라스벙커에 들어가는 바람에 보기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버디없이 파만 하고 있는 상태였다. 때마침 우리 일행들은 두 사람씩 편을 갈라서 내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볼이 벙커에 들어가자 상대방 측에서는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좋아하였다. 내가 9번 아이언과 8번 아이언을 빼어들고서 세컨샷을 하기 위해 벙커에 가서 보니, 나의 볼과 홀컵까지의 거리는 120여 미터 정도 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나는 가지고 있던 아이언 중에 8번 아이언을 선택했다. 세컨샷을 한 후 퍼팅 그린에 가서 보니 나의 볼은 홀컵으로부터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멈추어 서 있었다. 홀 아웃한 후 그늘집에 갔더니 일행들은 나에게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하면 벙커샷을 그렇게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냥 우연일 뿐이라고 말하여도 그들은 좀처럼 믿지 않으면서 나더러 벙커샷에 관한 요령을 말하여 달라고 계속 졸랐다. 그래서 나는 그 때 일행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나의 벙커샷에 관한 견해는 아주 복잡하면서도 지극히 단순하다. 먼저 복잡하다는 취지는, 벙커에서의 볼이 놓여 있는 모습이 페어웨이의 그것과 비교하여 볼 때 너무도 다양하여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벙커샷의 요령에 관하여,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벙커 안이, 페어웨이처럼 평탄한 경우도 있지만,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 되는 경우도 있고, 볼이 에그후라이가 되어 모래 속에 거의 파묻혀 있는 경우도 있는 등 아주 다양한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다가 벙커 안의 모래는 굵기도 일정하지 않다. 가는 모래로 되어 있는 벙커가 있는가 하면 굵은 모래로 되어 있는 벙커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모래알의 굵기와 볼이 놓여져 있는 제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훌륭한 벙커샷을 구사할 수 있는 골퍼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아이가 골프에 재능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하여지듯이, 나는 어떤 골퍼가 그린주변의 벙커에서 얼마나 훌륭한 벙커샷을 구사할 수 있는가를 지켜보노라면 그가 싱글골퍼가 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를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어떻게 벙커샷을 할 것인가를 알아차린다는 일은 먹이를 쫓는 사자의 본능적인 행동과 비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에서는 내가 느끼는 몇 가지 종류의 벙커샷 요령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우선 벙커 안의 모래의 굵기가 보통이고, 지면이 비교적 평탄한 경우라면, 샌드웨지의 클럽페이스부분으로 볼을 맞히거나 때리는 것이 아니라 블레이드의 밑바닥으로 모래를 밀어 누르는 듯이 클럽을 휘두르되 볼의 약 1인치 정도 뒷부분을 치면 자동적으로 클럽이 미끄러지면서 볼은 벙커로부터 탈출된다. 하지만 모래알이 아주 가는 경우에는 볼의 뒷쪽을 치게 되면 모래알이 긁은 벙커보다는 예상과 달리 클럽이 미끄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훨씬 볼에 가까운 지점을 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오르막 경사인데다가 모래알이 굵은 경우 너무 뒷쪽을 치게 되면 아마도 클럽은 볼의 밑쪽으로 스쳐 지나갈 뿐 볼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게 되는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에그후라이 되어 있는 특수한 경우에는 샌드웨지보다는 차라리 피칭웨지나 로프트가 더 높은 클럽으로 펀치샷을 구사하는 경우 쉽게 벙커탈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구선 앞쪽 턱이 높아 볼을 띄워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클럽페이스를 잔뜩 뒤로 젖힌 채 볼 뒷쪽의 모래를 치기보다는 볼을 걷어올리는 느낌으로 볼의 바로 밑바닥을 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벙커 안의 모래알이 가늘거나 항아리모양의 벙커와 같이 벙커 안이 비좁을 때에는 손목의 코킹을 잘 이용하되 클럽블레이드의 뒷부분을 볼의 바로 밑으로 밀어 넣는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벙커샷에 관한 견해가 지극히 단순하다는 것은 어떠한 종류의 벙커샷에 있어서든지 한결같이 팔로우스윙을 크게 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골프스윙에 있어서 팔로우가 커야 한다는 것은 비단 벙커샷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니지만 특히 벙커샷의 경우에는 팔로우가 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골퍼들이 벙커샷을 하는 경우 팔로우는 거의 하지 않은 채 펀치샷에 그치고 마는 경향이 있다. 벙커샷에서 팔로우가 기계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예를 들자면 굵은 모래알의 벙커에서 오르막샷을 하여야 하는 상황처?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벙커샷을 할 때는 더욱 의도적으로 팔로우스윙을 크게 하여야 한다. 물론 거리 조정은 백스윙의 크기와 볼을 때리는 요령으로 조절하여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6-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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