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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침묵의 카르텔' 깨지나
이하늘 vs 베이비복스 불꽃 튀는 비난전
외국가수 노래 샘플링 놓고 감정 대립… 건전한 상호비판 계기 삼아야


요즘 연예계의 단연 화제는 남성 그룹 DJ DOC의 멤버 이하늘의 여성 댄스 그룹 베이비복스에 대한 비난과 양측의 갈등 증폭이다. 이하늘과 베이비복스측의 비난과 갈등은 네티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일부 연예인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하늘



이하늘의 동료 그룹 비판은 동료 연예인에 대한 칭찬으로 일관하던 연예계에선 동료 연예인에 대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는 동업자 의식으로 무장해 동료에 대한 비판은 거의 하지 않았다. 동료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금기였다. 특히 특정 연예인을 거명하는 비판은 사실상 전무한 편이었다.

가수 조PD나 최근 데뷔한 남성 그룹 바운스가 노래를 통해 가창력보다는 외모와 섹시함에 기대어 가수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비판을 한 것과 가수 이은미 등이 립싱크를 하는 가수들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이 고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중견 연기자들이 연기력 부재의 신세대 탤런트나 배우들을 사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비판하는 것이 간혹 눈에 띌 뿐이었다.

지난해 11월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의 기자 간담회장에서 연기자로 처음 데뷔하는 고아라(15)양이 선배인 손예진을 거론하면서 “스태프가 그러는데 예진 언니는 가식적이래요”라는 비난을 했다가 손예진 팬들이 일제히 흥분하며 사태가 확대되자 고아라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 측은 “기사가 고아라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보도된 것 같다” 며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나쁘게 말할 리가 없지 않느냐.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이 표현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 일단락 됐다. 이 사건은 동료 연예인의 비판이 그 동안 얼마나 부재했는지를 역으로 보여줬다.


“투팩 상업적 이용”, 선제공격

이하늘과 베이비복스간의 강등의 촉발은 이하늘이 음악 케이블 방송 m.net의 게시판을 통해 베이비복스의 최근 앨범에 대해 ‘베이비복스가 전설적인 힙합아티스트 투팩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 이는 투팩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베이비복스를 만나면 혼내주겠다’ 는 비난이었다.

이에 대해 베이비복스측이 한 신문지상을 통해 ‘DJ DOC의 랩은 그저 미국 랩을 빌려쓰는 정도에 그쳤다고 본다. 자신도 남의 것을 활용하면서 다른 사람의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하는 것은 공인의 도리가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급기야 이하늘은 같은 방송 게시판에 ‘미아리복스’ ‘섹스 가수’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난의 강도를 이어갔고, 이어 힙합전문사이트 힙합 플레야의 게시판에 베이비복스측의 공식사과 요구를 거절하며 모든 대응에 맞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이에 대해 베이비복스측은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이하늘 측에 전했고 이 와중에 래퍼 김진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 같으면 투팩의 곡을 사용할 수 있더라도 그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거절했을 것”이라며 “베이비복스가 투팩의 위상을 알았다면 그렇게 존경심 없이 돈벌이만을 위해 투팩의 랩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해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양측의 팬까지 가세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는 양쪽의 입장을 옹호하는 공방전으로 치열하다.

베이비복스

이하늘의 이번 동료 연예인 비난과 비판은 비판의 무풍지대였던 연예계에 적지 않은 의미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연예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 자질과 양식의 부재, 마약복용, 폭력행사 등 공인으로서 자세결여, 가창력과 연기력 부족으로 인한 대중문화의 하향 평준화, 연예인으로서 불성실한 태도와 약속위반 등 연예계의 산적한 문제가 獵쨉Ⅵ?자성의 목소리는커녕 발전을 위한 건강한 동료의 비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같은 동료 연예인의 무조건 감싸안기가 연예계를 고이게 하고 썩게 하는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료 봐주기 관행, 고름 터져

동료에 대한 비판은 연예인 개인뿐만 아니라 연예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매우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비판 부재는 반드시 부패와 비리를 낳는다. 그 동안 방송사 비리, 일부 배우와 영화감독과의 부적절한 관계, 일부 연예인들의 범법행위가 사회문제가 됐을 때 연예계 종사자들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것은 연예계의 비리만을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하지만 동료 연예인에 대한 비판은 반드시 정확한 논거와 대안 제시가 뒤따라야 하며 이에 대한 반박 역시 일시적이며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거이어야 한다. 이번 이하늘의 베이비복스의 비난은 논거나 대안 제시보다는 감정적인 비난 부분에 무게가 더 있었고 전달과 표현 방식에 있어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난은 상대에게 반감을 불러오지만 비판은 상대의 발전을 가져온다.

또한 팬들도 단순히 호불호의 자세를 떠나 냉정하게 비판과 비난의 본질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팬이라고 해서 사태의 정확한 파악에 앞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측만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건강한 비판의 무력화만을 불러올 뿐이다. 만약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나 연기자에 대한 비판이 정당하다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돕는 길이다.

이번 이하늘 사건이 비판의 무풍지대였던 연예계에서도 발전을 위한 상호비판의 장을 마련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발전 할 수 있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이제 연예인들도 서로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비판에 옹색하지 말자 그것은 곧 경쟁력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양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6-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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