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올드코스가 세계 제일인 까닭


지난 7월 18일 일행들과 함께 133회 전영오픈이 열리고 있던 로얄트룬에서 오후 4시30분께 세인트앤드류스를 향해 출발하였다. 일행들은 하나같이 최경주 선수가 마지막까지 홀아웃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로얄트룬을 떠나는 것을 몹시 아쉬워하였다. 에딘버러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세인트앤드류스의 루삭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나니 저녁 9시. 여행가이드는 다음날 아침 올드코스가 아닌 주빌리코스에서 6시30분에 첫 팀으로 예약이 되어 있으므로 새벽 5시에 모닝콜을 넣겠다고 했다.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짐을 내려놓고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백야현상 덕택에 오후 9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밖은 여전히 밝았다. 호텔 테라스에 잠시 멈추어 섰다. ‘죄악의 계곡’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올드코스의 1번 홀과 18번 홀의 페어웨이를 넘어 저 멀리 세인트앤드류스만에 파도가 부서지는 것이 보인다. 왼쪽으로 올드코스호텔이, 그리고 오른쪽에 로얄앤에인션트골프클럽하우스도 보인다. 루삭호텔의 바로 옆에 있는 톰 모리스 가게도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3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 때 올드코스의 2번 홀 페어웨이에 일행 가운데 몇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구경 나온 분들은 모두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곳에서 라운딩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그 분들을 안내해 ‘Hole O'Cross’라는 별명이 붙은 5번 홀의 퍼팅그린까지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14번 홀의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있는 ‘Hell Bunker’에 이르렀을 때, 잠시 나는 올드코스의 가이드가 되었다.

“올드코스에서는 스윌컨 개울을 제외하면 워터헤저드가 없습니다. 해저드로는 그저 벙커만이 있을 뿐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올드코스의 벙커는 링크스골프장이 아닌, 우리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인랜드(in land) 골프코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더욱이 그것들은 만들거나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라, 생겨난 것들이라고 합니다. 14번 홀의 페어웨이 한 가운데 있는 이 벙커는 올드코스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1년 9월 이 곳에서 처음으로 라운딩을 하던 날, 세컨샷한 볼은 이 벙커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 당시 여기에 벙커가 있는 줄도 모르고 플레이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이 벙커에서 9번 아이언을 잡고 온그린한 다음 버디를 잡았습니다. 올드코스에서 난생 처음 기록한 버디였습니다. 저의 볼은 다행히도 벙커 안에서도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레이업을 하지 않고 직접 홀을 겨냥하였던 것입니다. 그 때의 상황은 불행 중 다행이었고 결과는 참으로 행운이었습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행운이란 참으로 묘미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답니다.”

“앨리스터 맥켄지라는 골프설계가가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의사였는데, 골프설계가로 더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매스터스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날과 페블비치골프링크스 바로 옆에 위치한 사이프러스골프코스는 바로 맥켄지 박사가 설계한 골프 코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맥켄지 박사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이 올드코스라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내세웠답니다.

‘좋은 골프장은 좋은 음악, 좋은 그림이나 그 밖의 다른 모든 좋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서서히 플레이어의 눈에 띄인다. 누구든지 세인트앤드류스의 올드코스의 멋과 맛을 첫눈에 알아보기는 어렵다. 올드코스는 오랫동안 변함없는 모습을 간직한 세상에서 유일한 골프코스이다. 구티볼이 유행하던 시절과 다름없이 오늘날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우리 모두가 죽을 때까지도 올드코스는 전혀 변함이 없을 그런 골프코스이다. 올드코스는 누군가가 세워 놓은 고도의 골프 기준을 우리들에게 모두 제공하여 준다. 올드코스는, 연령이나 성별, 계층간의 차별이나 핸디캡의 차이에 관계하지 않고, 모든 플레이어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여 준다’라고 말입니다.”

입력시간 : 2004-08-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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