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골프 마니아


지난 토요일 저녁이었다. 모처럼 부산에 살고있는 H씨가 서울에 올라와서 저녁을 함께 하였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모임은, 서울에 온 H씨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서울에 소재한 어느 큰 병원의 원장으로 취임한 또 다른 분을 위한 소연(小宴)이었다.

몇 몇 분들은 그곳에서 오기 전 서울근교의 어느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고 오신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골프가 화제로 떠올랐다. 그 날의 주인공인 병원장은 과연 저 분이 개그맨이 아니라 의사일까 하는 의심이 생길 정도로 일행들에게 재미있는 골프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음은 그 때 그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한 토막이다.

어떤 골퍼가 라운딩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갔다. 불행하게도 보지 않아야 할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마누라가 외간 남자를 집에 불러 들여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었다. 화가 난 골퍼가 당장에 두 사람을 쳐 죽일 요량으로 7번 아이언을 빼 들고 소리쳤다.

“ 애-라! 이 몹쓸 년놈들아!”

그러자 깜짝 놀란 그의 마누라가 골퍼를 돌아보면서 나무랐다.

“잠깐! 그래도 스윙은 똑바로 해야지요.... 그렇게 엉터리로 스윙을 해서야 되겠어요?”

그러자 골퍼가 내려치던 것을 멈추고 마누라를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그래? 어디가 안 좋은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눈물이 날만큼 웃었다. 그러자 책에서 읽었던 골프 매니아들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부인이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 때 골프를 마친 남편이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마누라의 베개 머리에서 이렇게 소리쳤다.

“ 여보!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기뻐하구려! 드디어 나도 대망하던 토너먼트 예선을 통과했다네!”

눈이 펑펑 내리는 아침에 골프하러 나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딸아이가 말했다.

“ 아빠! 이렇게 눈이 내리고 있는데도 골프하러 가세요?” 그러자 아버지가 즉시 대답했다.

“ 야, 너는 애인과 데이트하기로 약속하고 눈이 내린다고 애인을 만나러 가지 않을 거냐?”

97세까지 살았던 록펠러는 죽기 사흘 전까지 골프를 하였었다. 어느 날 그를 취재하러 왔던 기자들이 골프 하러 가기 직전의 록펠러를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 당신은 현세에서 많은 것들을 당신의 생각대로 이루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아직 다른 미련이 남아 있나요?”그러자 록펠러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있지, 있고 말고! 골프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일이라네…”

입력시간 : 2004-10-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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