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인내를 배우는 운동


‘법률가들은 통상 논리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나는 논리적이지 못하다. 논리보다는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나는 법률가로서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생각할 때가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유능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말을 잘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달변가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변의 변호사들은 쉬지 않고 판례공부를 많이 한다. 젊은 변호사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나는 판례공부도 잘 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무실을 빌려주면 판례공부를 하겠다는 법무관들에게는 판례 공부 대신에, 제대하기 전 외국어공부나 하라며 거절한 적도 있었다. 그럴 경우에도 나는 변호사로서의 내 자질을 의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변호사로서 수임 받은 일을 잘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수임사건을 잘 처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위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능력이 부족한데도 훌륭한 변호사가 되려고 하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그래서 나는 변호사로서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의 조력을 받고 있다.

그런 방편의 하나로 나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군복무중인 사람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여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새로운 판례를 알게 되고 특히 젊은 법조인들의 사고와 행동에 접할 수 있어 좋다. 가끔씩 그들에게 두터운 기록을 주면서 준비 서면을 써서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내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아주 참신한 준비서면의 초안을 작성해 올 때가 많다.

그런 젊은 예비 법조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골프를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비록 현재는 돈이 없어 필드에 나가 라운드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 살이라도 더 젊은 나이에 연습장에 가서 스윙을 익혀 두면 반드시 기뻐할 때가 있을 거라고 말하며 골프를 권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공짜로 생긴 골프클럽을 쥐어 주며 연습장에 나가라고 강권할 때도 있다.

며칠 전에는 그런 과정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K법무관이 내 사무실에 들렀다. K법무관이 골프를 알게 된 지 벌써 일 년 정도 되었다. 오랜 만에 만나 저녁을 먹으러 인근 식당에 가는 동안 K법무관이 계속하여 상체를 비틀며 스윙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 식사 중에 물었다.

“ K법무관! 요즘 골프 잘 되어요?” “아니요, 요즘 죽을 지경입니다. 얼마 전에는 골프가 좀 된다 싶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전혀 되질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계속 이미지 스윙을 하다가 저녁에 퇴근하고 연습장에 가서 그대로 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레슨 프로의 말을 몇 마디 듣게 되면 이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골프에는 만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가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찰나의 기쁨을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며 인내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입력시간 : 2004-10-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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