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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이야기] 레슨의 소중함


얼마 전 저명 인사들이 잊을 수 없는 자신의 스승에 관해 쓴 글을 모아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며 살아가면서 그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자체가 그 분들의 삶의 이끈 요인이 됐고, 당사자에게는 큰 복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에게도 언제나 떠올려지는 한 가지 추억이 있다.

대학에 들어가 어줍잖게 구도의 길을 흉내 내느라 틈만 나면 산에 오르면서 절에 들러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한 적이 있었다. 어느 해 오월 그 당시 법정스님이 머물고 계시던 조계산의 불일암을 방문했었다. 도착해 보니 불일암의 주인은 계시지 않았다. 사전에 연락을 드린 것도 아니어서 언제 오실지도 모르는 스님을 기다리다가 등에 진 배낭을 벗어놓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건너편에 펼쳐지는 조계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산중의 비가 그칠까말까 하던 즈음인지라 조계산의 중턱에는 안개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었고 조계산의 포근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런 광경들이 나로 하여금 “사무사”(思無邪)의 경지에 들게 하는 것 같았다. 문득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가 좋은 환경을 찾아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얻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그 이후 나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에 유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내가 골프를 처음 시작한 시기는 그런 일이 있은 지 훨씬 뒤다. 나는 골프를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며칠 전 어느 골프전문 잡지사에서 레슨에 관하여 특집을 마련 중에 있다며 레슨에 관해 몇 가지 질문하는 과정에서 그 기자는 마치 내가 레슨 무용론자임을 전제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그 기자는 내가 골프를 시작할 때 레슨을 받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 레슨 무용론자라고 생각했었노라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앞서 밝힌 바도 있듯이 매사에 좋은 스승을 갖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골프에서도 좋은 레슨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골프를 시작하면서 전문적 레슨을 받지 않았던 까닭은 레슨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신문을 보노라면 박세리 선수의 슬럼프가 화젯거리다. 박 선수가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도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박 선수의 슬럼프를 보면서 몇 해 전 내가 써두었던 메모를 꺼내 보았다.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선수가 뛰어난 선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프로골퍼라도 언제나 우승만을 하며 슬럼프 없이 생활할 수는 없다. 프로골퍼로서는 자기도 모르게 찾아드는 슬럼프를 미리 예방하고, 혹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그 기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비법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비법 가운데 최고가 프로골퍼도 자신의 레슨 프로를 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톰 카이트와 벤 크렌쇼의 뒤에 하비페닉이, 잭 니클라우스의 뒤에 잭 그라우트가 있었던 것에 비추어 보면 프로골퍼에게도 레슨 프로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 틀림 없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0-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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