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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되돌리기] 세크리터리
그들만의 침실미학





일본 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바로 ‘오타쿠’다. 마니아 성향이 극단적으로 심화된 사람을 지칭하는 이 말만큼 일본의 대중문화를 잘 설명해 주는 말도 없다. 오타쿠들은 대개 게임이나 만화, 영화 등에 집착하는데 간혹 변태적인 것에 집착하는 마니아들도 많다.

SM 마니아가 그 가운데 하나다. 가학성 변태성욕의 새디즘과 피학성 음란증인 매조키즘의 첫 자를 딴 SM은 일본에서는 친근한 대중문화의 소재이다. TV나 소설, 만화책 뿐만 아니라 SM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페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카페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새디스트 손님에게는 얌전한 여종업원을, 매조키스트 손님에게는 채찍과 쇠사슬을 접대하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문란한 SM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SM이 등장하는 영화는 모두 포르노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성적 이상자들의 불쾌한 변태성욕으로 여겨지는 SM을 로맨틱 코미디로 우아하게(?) 승화시킨 영화가 한 편 있다. 2002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독창성에 대한 특별상을 수상한 영화 ‘세크리터리’다. 이 영화는 새디스트와 매조키스트의 소통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절대 섹시하거나 음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주인공 리 할로웨이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에 순종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욕구불만의 아이로 성장한다. 어린시절의 이런 트라우마로 인해 리는 점점 매조키스트가 되어가며 자신의 몸에 끊임없이 생채기를 해댄다. 자신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않고는 힘겨운 시간을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사회에 나온 리. 타이피스트 실력으로 변호사의 개인비서로 취직한다. 그런데 리가 모시는 변호사 에드워드도 이상한 정신병력의 소유자. 자신의 새디스트 경향을 꽁꽁 숨기고 사는 에드워드는 매소키스트인 리를 통해 꿈틀거리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녀를 힘껏 때리고 싶은 에드워드와 그의 손에 찰싹찰싹 맞아보고 싶은 리. 이 둘은 이렇게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며 서서히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새디스트인 자신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에드워드는 이 둘의 관계를 부정하려 애쓰고 리는 이런 에드워드에게 매달린다.

영화는 이들이 SM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파고들지 않는다. 리의 성장배경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독특한 가정사도 아니다. 이들의 성적 취향은 그냥 이들의 각자의 고유한 이름만큼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지 이들은 성적 쾌락과 함께 불쾌감을 함께 즐기고 가학, 피학적 고통을 성적 자극의 기제로 활용했을 뿐이다.

엉덩이를 때리고 손 발을 묶는 행위를 통해 쾌락의 정적에 달하는 이들을 혹자는 변태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인간의 침실미학에 공식이란 게 있을까? 쾌감을 얻는 방식에 대한 탐구는 순전히 사랑을 나누는 자들의 몫이다. 이들이 사랑하는 한 쾌감과 불쾌에 관한 상식적 잣대는 무의미하다. 단지 이들은 이들 방식대로 서로를 보듬어 주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의 성적욕망을 해결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게 되어버렸다. 어둡고 혼미한 애욕의 세계에서 과연 어떻게 자기 입에 딱 맞는 쾌락도출 기제를 찾아낼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이제 영화 ‘세크리터리’의 SM 커플의 애정행각을 보며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 고통까지 사랑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랑을 꿈꿔보자.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4-11-0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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