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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만의 불안한 동거
[영화 되돌리기] 결혼피로연





최근 대만은 공문에서 중국을 표기할 때 ‘대륙’이라는 기존의 단어 대신에 ‘중국’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대륙의 정식 국명을 존중하는 차원이었다는 설명이 붙었지만, 대만 독립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었나하는 게 중론이다.

특히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천수이벤 이 정권을 잡은 이 후 대만에서 탈중국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대만 독립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인이고 싶지 않은 대만인들. 바람 난 아들을 붙잡으려는 중국. 과연 아버지를 떠나 온 자식이 그 질긴 연을 끊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아들은 돌아온 탕아가 되는 것일까? 대만의 이안 감독의 영화 ‘결혼 피로연’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떼어낼 수 는 질긴 인연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웨이퉁은 뉴욕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대만 출신 이민자다. 동성애자인 웨이퉁은 5년 넘게 사귄 애인 사이먼이 있지만 대만에 있는 웨이퉁의 부모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웨이퉁의 아버지는 국민당 장개석의 군대에서 부대 사단장으로 있다가 대만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 여전히 대륙의 향수에 젖어 있는 그는 가문의 대를 잇는 손자를 보는 게 소원이다. 결혼 독촉에 시달리는 웨이퉁은 부모 뜻대로 선을 보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결국 웨이퉁과 사이먼은 불법 체류자인 중국인 웨이웨이에게 위장 결혼을 제의하고 이들 셋은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한다.

대륙을 벗어나 미국에 정착한 웨이퉁. 그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을 떠나 자본주의 미국에 편입된 대만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는 이제 중국인 대신 미국인을 사랑하고 그와 백년해로를 꿈꾼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아직 정상적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영화 속에서 이들의 불완전한 관계는 동성애로 표현된다. 현실에서도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도 불완전한 동거의 모습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초기 대만을 지지했던 미국. 현재 미국은 슬며시 중국 쪽으로 기울어 지고 있다. 미국의 변심은 이제 불 보듯 뻔하다.

미국 애인 사이먼을 사랑하지만 중국 여자 웨이웨이와 결혼해야만 하는 웨이퉁은 결국 중국에서 벗어날 수 없는 대만의 현실이기도 하다. 웨이웨이와 웨이퉁은 서로 사랑하지는 않지만 웨이웨이의 임신으로 더욱 남남으로 헤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애정은 없어도 실리를 취하는 현재 대만과 중국을 의미한다. 결국 사랑하는 사이먼과 자신의 아이를 낳아 준 웨이웨이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는 웨이퉁. 그에게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현명하게 살아 나가야하는 대만의 힘겨운 고민이 엿보인다.

중국 본토와 연을 끊고 독립 국가를 세우려는 대만에게 영화 ‘결혼 피로연’은 서글픈 자화상과도 같다. 서구 문화를 ?아 가지만 결국 중국 문화를 벗어날 수 없는 웨이통의 운명처럼 자신의 전통을 껴안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현재 대만에게 필요한 지도 모른다고 영화는 말한다.



정선영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4-11-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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