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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LP여행] <시인과 촌장> 하덕규(下)
소리전도사로 나선 음유시인
아픔을 보듬고 평화를 노래하다


87년 꿈나무 소극장에서 첫 단독공연을 갖고 88년 시인과촌장 3집 <숲>을 발표했다. 히트 곡 ‘가시나무’를 통해 영적 구원의 고해성사를 노래한 하덕규는 “이제 나는 자유를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복음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지만 여전히 나약한 자아를 소년의 목소리를 통해 표현했던 ‘새날’또한 명곡이었다. 또 한계령 등 발표했던 80여곡의 가사를 묶어 시집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청맥’을 냈다. 이 시집은 5만권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88년 이후의 음악 활동은 영적 성장을 고백한 일기나 다름없다. 90년 첫 가스펠 앨범 <쉼>을 냈고, 92년 독집 <광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기독교적 음악세계를 드러냈다. 일부 팬들은 반감을 느끼며 멀어져 갔다. 하지만 인기에 연연하기 않고 신앙적 확신 위에서 현대 기독교 음악(CCM)의 길을 걸었다. 91년 숭의음악당에서 ‘자유’콘서트를 갖고 GNP' '아침무지개’등 미발표 곡과 히트 곡들을 묶어 시인과 촌장 10주년 기념 베스트음반을 발표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함께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자선공연을 연 그는 94년 공동 음반 <한 톨의 사랑이 되어> 제작을 계기로 조하문 장필순 이문세 등과 미국 캐나다 브라질등지의 해외공연에 참여했다. 소리의 전도사가 된 그는 95년 CBS FM에서 하덕규의 ‘CCM 캠프’진행을 맡고 97년에는 15년 음악생활을 정리한 기념앨범<15years, 15songs>과 함께 독집‘집도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다’를 발표했다.

그의 히트곡 <가시나무>는 리메이크곡으로 또다시 인기 정상에 오른다. 2000년 조성모는 <가시나무>를 리메이크한 앨범 <클래식>을 발표, 130만장이 넘는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가시나무의 리메이크는 조성모가 처음이 아니다. 97년 남성 듀오 유리상자가, 99년엔 신세대 발라드가수 이정봉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2000년에도 ‘맨발의 디바’로 불리는 이은미도 불렀지만 조성모에 의해 진가가 드러났다. 가히 ‘가시나무 신드롬’이라 할만 했다.

하덕규 스스로 젊은 날의 방황을 넘어 종교적 구원을 얻어가던 시기의 고해성사였던 이 곡은 “개인적 의미를 넘어 인간 존재의 고뇌를 음악어법으로 풀어냈다”는 평가 속에 재조명 받았다. 하지만 여배우의 손가락의 절단하는 등 남녀간의 선정적인 사랑표현으로 일관된 조성모의 뮤직비디오는 “원작을 훼손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성기완씨는 “조성모의 <가시나무>는 원곡의 철학적인 깊이가 달콤한 센티멘털리즘으로 윤색되면서 사유를 동반하는 호소보다는 직접적인 감수성으로 감각적인 N세대를 움직였다. 내지르는 노랫말만 난무하는 당시 신세대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귀한 노래 말을 접할 기회를 얻은 것은 오히려 바람직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에피소드 한 토막. 하덕규는 99년 말 가시나무에 대한 리메이크 허락을 받으러 온 조성모에게 “성모, 교회 다니냐”고 한마디만 물었다.“교회에 다닌다”는 대답에‘가시나무’라는 단어에 애착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허락을 했다.

2000년 3월 시인과 촌장 4집 ‘다리’를 발표했다. 사람과 사회, 사람과 사람사이에 다리를 놓아 단절된 인간들의 관계를 연결하고 싶다는 바람의 앨범이었다. 97년 함춘호와 재작업을 선언한 후 4년 만이었고 시인과 촌장으로서는 12년 만에 발표한 앨범이었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기념 콘서트를 열어 화제가 된 이 곡은 만도린 벤조 페니 휘슬 아이리쉬 포크 하프 등 이국적 악기 사용으로 아이리쉬 스타일에 얼터너티브 모던 록을 접합 시킨 곡으로 모던 록 그룹 델리스파이스가 부르기도 했다.

하덕규는 이기적인 마음의 뿌리인 가시를 없애고 사랑으로 화합한다는 메시지의 신곡‘가시나무2’를 발표했으나 라디오와 콘서트장이 아닌 TV에서 듣기는 여전히 힘들었다. 2001년 천안대 교회실용음악과에 출강을 시작한 그는 2002년 12월 세종문화회관의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고 전국 부흥투어 콘서트에 참여하며 대학 캠퍼스 등 곳곳을 도는 전도공연으로 CCM의 국내 활성화에 기여했다. TV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하덕규는 2004년 6월 KBS TV ‘낭독의 발견’에 얼굴을 내민데 이어 9월 연대 노천강당에서 열린 CBS 창사 50주년 기념 포크 페스티발 무대에 함춘호와 나란히 나와 4년 만에 팀을 이뤘다.

양희은이 불러 유명한 그의 곡 ‘한계령’이 고뇌가 극에 달해 자살의 유혹을 느낀 상황에서 설악산 한계령에 올라 만들어낸 곡이라면 ‘가시나무’는 종교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았을 때의 곡이다.“포크 싱어로서 존재와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시절이 시인과 촌장 시절이라면, 인간의 궁극적 해답을 찾는 여정이 그 이후의 음악 생활이었다. 이제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의 또다른 히트 곡 ‘사랑일기’는 임대주택 주거문화정착 홍보 송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의 홍보대사로, 사회의 아픔과 평화의 메시지를 노래를 통해 전파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  


입력시간 : 2004-12-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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