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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되돌리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위력



기타무라 유헤이 감독의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베네치오 델 토로 주연의 ‘헌티드’, SF의 걸작 ‘임포스터’, 이 영화들은 모두 개봉 후 며칠 만에 막을 내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입사내 배급사가 모두 속앓이를 했겠지만, 다행히 이런 단기 개봉작들도 나름대로 살 길이 있다.

영화들은 극장에서 상영하고 나서 일정 기간 홀드 백(매체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비디오 출시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제도) 시기를 거친 후 비디오 가게로 넘어 간다. 그 후에 TV(혹은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순서를 밟게 되는데 이 때문에 극장 개봉 시 쪽박을 찬 영화도 비디오시장에서 사랑을 받으면 그나마 본전을 뽑을 수가 있게 된다.

이것이 이른 바 콘텐츠 활용 창구를 다변화 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려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 전략 중 원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이 광범위하게 적용돼 문화 컨텐츠 산업의 핵으로 떠 오르고 있다. 영화의 경우에는 영화 속 캐릭터나 원작이 되는 소설, 주제가, 모바일 서비스, 게임, DVD 등이 원 소스의 상품 가치를 넘어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캐릭터와 게임 산업이 유달리 발달한 일본에서 이러한 문화 전략 성공 사례를 많이 접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4년 일본 내 순애보 열풍의 중심에 선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이다.

이 영화는 가타야마 쿄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한 유명 배우가 언론을 통해 그 소설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밝힌 이후 그의 팬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가 지난 해 영화화되기에 이르렀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일본 전역은 ‘세카추(일본어로 영화 제목을 줄인 말)’ 열풍에 휩싸였고, 배용준의 ‘겨울 연가’를 제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까지 했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나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옛사랑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복고풍 사랑이지만, ‘러브 레터’보다는 구태의연하고 ‘냉정과 열정 사이’보다는 구닥다리인 편이다.

결혼을 앞둔 34살의 사쿠. 그는 17살때의 잊을 수 없는 첫사랑 아키를 만난다. 하지만 아키는 통속적인 순정 만화의 주인공마냥 불치병에 걸린, 전형적으로 창백하고 아름다운 소녀. 어느 누구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만인의 연인이었던 그녀는 영화처럼 사쿠와 사랑에 빠진다.

이 둘 사이의 사랑의 메신저는 오래된 워크맨이다. 하지만 서로의 육성을 녹음한 테잎을 주고 받으며 교감을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키는 생을 마감한다. 영화는 시간을 되돌아가 젊은 날 열병처럼 앓은 사랑의 가슴앓이를 추억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욘사마를 누르면서까지 대흥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중에게 전략적으로 파고든 치밀한 기획력에 있다. 우선 유명 배우를 통한 입소문이 마케팅의 시작이었고, 영화 개봉 전부터 유명 가수가 부른 영화 주제곡이 네티즌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또한 과거 향수에 젖게 하는 고전적인 순애보가 오랜 불황 속에서 과거로 회귀하고픈 사람들의 지친 감수성에 자극을 주었다. 결국 ‘세카추’는 이런 열풍에 힘입어 드라마로까지 제작돼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21세기는 감성과 문화 중심의 산업이 각광받는 시대라고들 한다. ‘겨울 연가’로 짭짤한 수익을 본 우리로서도 문화 컨텐츠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했을 것이다.

하나의 문화 상품이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장르를 장악하는 문화 컨텐츠 상위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우리 한국 영화도 서둘러 산업적 마인드와 시장 지향적인 기획력을 갖춰야만 한다. 대중의 기호를 제대로 포착해 내는 탄탄한 기획력 하나만 있다면 ‘세카추’처럼 대단치 않은 소재로도 대대적인 열풍을 몰고 올 수 있지 않은가.

입력시간 : 2004-12-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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