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100년을 빛낼 태극전사구대성 10번째 메이저리그 데뷔, 2005 시즌 '부활' 다짐하며 저마다 구슬땀

코리안 빅리거 8인방, 야망을 쏜다
한국야구 100년을 빛낼 태극전사
구대성 10번째 메이저리그 데뷔, 2005 시즌 '부활' 다짐하며 저마다 구슬땀


2005년은 한국땅에 야구가 들어온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야구의 ‘맛’을 알게 된 배달민족은 1세기 동안 ‘방망이와 장갑, 공으로 하는 놀이’에 열광했다.

60~70년대 하늘을 찌르던 고교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됐고, 94년엔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수 박찬호가 세계 최고의 스타들에게 공을 던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90년대 후반 경제 위기에 신음하던 한국 국민들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의 ‘덩치’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에 힘을 얻었다.

한국의 야구 도입 100년을 맞는 2005년엔 꼭 10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구대성(뉴욕 메츠)이 미국 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두차례나 낀 김병현(보스턴)을 비롯해 147억원의 무시무시한 금액을 연봉으로 받는 박찬호(텍사스) 등 본토 팬들에게도 얼굴이 알려진 특급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있다. 지난해 ‘동반 부진’했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하나같이 2005시즌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구대성(36ㆍ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와 입단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확정 보도’가 나와 언론의 메가톤급 오보 사태를 불러일으키며 결국 ‘옆집’인 메츠 유니폼을 입은 구대성은 메이저리그의 한국선수들 가운데 역대 최고령이다. 69년생인 구대성은 한국나이로 서른일곱. 한발 먼저 한국-일본-미국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하고 록음악을 하겠다며 은퇴해버린 이상훈(71년생)보다도 두살이 많다.

한양대 직계 후배인 박찬호를 비롯해 새파란 후배들이 활약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 구대성이 30대 후반의 나이로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돈이 아닌 ‘야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본 오릭스에 잔류하거나 한국으로 ‘유턴’할 경우 구대성은 메츠가 내민 80만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야구선수로서의 꿈과 자녀교육을 위한 현실적 고민이 싼 몸값을 감수하며 미국을 택하게 했다.

대전고 재학시절 당시 고교 최강이었던 신일고와의 연습경기에서 1회 내리 3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화들짝 놀란 감독에게 “나를 테스트하는 중”이라며 능글맞게 얘기하고, 다음 3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아웃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지독한 승부근성과 배짱으로 무장한 구대성은 ‘셋업맨’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왼팔이 등 뒤에 숨었다 갑자기 나오는 독특한 투구 동작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물다. 특히 왼손타자들이 가장 까다로워 하는 구질을 가져 위기때 왼손 거포를 상대하는 중간투수로 위력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 100주년에 100승을 쏜다-박찬호(32ㆍ텍사스)
‘코리안 특급’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강속구를 뿌리던 ‘파워 피처’ 박찬호는 이젠 ‘예전처럼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한가운데에 공을 던질 수 없다. 99년만 해도 선수들을 평가하는 ‘스카우팅리포트’가 ‘파워 피처의 교과서’라 평가하며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했던 박찬호는 6년 뒤엔 “몸맞는 공을 조심하느라 한복판에 던지면 홈런을 많이 얻어 맞았다”는 분석이 내려질 정도로 평가가 추락했다.

어느덧 ‘변화구 투수’가 돼 버린 박찬호에게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냉정하다.

최근 발간된 ‘스카우팅리포트’는 “텍사스는 박찬호가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린 지 오래”라며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만 지켜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47억원의 팀내 최고 연봉을 받고 있지만 1선발 자리는 빼앗긴 지 오래다. 올시즌도 케니 로저스, 라얀 드리스에 이어 3선발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런 참담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기 위해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지난시즌까지 박찬호의 메이저 통산 성적은 94승72패. 6번만 더 이기면 ‘100승 고지’를 밟는다. 한국프로야구를 통틀어도 23시즌 동안 100승 투수가 15명에 불과했던 점을 따지면 박찬호의 기록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 잠수함 언제 물위로 떠오르나-김병현(26ㆍ보스턴)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선수는 김병현이다. 본인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에게 홈런을 맞고, 털썩 마운드에 주저앉은 장면은 미국팬들도 생생하게 기點求?순간이다.

‘가운데 손가락 사건’과 한국기자와의 충돌 사건 등 야구외적으로 더 많은 뉴스를 양산한 김병현은 지난 2년 동안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조금만 아파도 몸에 신호가 와 던질 수 없게 된다”는 김병현의 고백처럼 ‘부상’이 올시즌의 변수다. 보스턴은 이미 연봉으로 600만달러를 받는 김병현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시작전까지 악착같이 ‘세일’에 나설 것이다. 애리조나 시절의 완벽한 ‘마무리’를 기억하는 콜로라도, 밀워키, 뉴욕 메츠 등이 김병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 집옮기기는 그만!-최희섭(26ㆍLA 다저스)
지난해 최희섭은 두차례나 팀을 옮겼다. “최희섭은 우리의 미래”라던 시카고 컵스는 플로리다 말린스로 최희섭을 트레이드시켰고, ‘시골 휴양지’에서 주전자리를 꿰찰 때쯤 느닷없이 LA 다저스로 보내졌다. 폴 디포데스타 단장은 ‘거포’ 숀 그린을 내보내고 ‘빅초이’에게 주전자리를 보장할 정도로 굳은 믿음을 보내고 있지만 짐 트레이시 감독과 지역 언론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1루수로서는 보기 드물게(?) 7번 하위타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 풀타임 3년차 최희섭은 특유의 파워를 앞세운 ‘장타’를 터뜨려야 안정적인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디포데스타 단장이 “빅초이는 다저스의 미래”라고 추켜세우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성적에 따라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게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 어라, 자리가 없네-서재응(28ㆍ뉴욕 메츠)
한국인 선배 구대성이 팀에 합류했지만 서재응은 반가움 보다는 답답함이 앞선다. 지난 2003년 루키 시즌에 선발 자리를 꿰차며 영원한 ‘메츠맨’으로 남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릭 피터슨 투수코치와 불화를 겪으며 ‘찬밥’ 신세가 됐다.

지난해말 귀국하면서 “선발 투수 자리가 보장된다면 한국에서도 뛸 수 있다”고 말해 연고권을 갖고 있던 기아 타이거즈가 때아닌 메이저리거 영입전을 펼치기도 했었다. 결국 “국내 복귀는 없다”고 입장을 정리해 한국행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메츠 구단에 대한 서재응의 불만이 고스란히 팀 관계자들에게 흘러들어가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메츠는 페드로 마르티네스-톰 글래빈-크리스 벤슨-스티브 트랙슬-빅터 잠브라노 등 선발진이 꽉 짜여져 있고, 불펜의 구대성, 마무리 브랜든 루퍼 등 마운드 진용이 갖춰졌다. 서재응이 낄 자리가 없다.

서재응으로선 선발로 뛸 수 있는 팀으로의 트레이드가 최선책이지만 메츠에 남게 될 경우 올시즌이 우울해진다.

● 미국의 중심에 ‘태양’이 뜰까-김선우(28ㆍ워싱턴)
운영난을 겪던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연고지를 ‘미국의 심장’ 워싱턴으로 옮기면서 ‘서니’ 김선우는 모든 여건이 나아졌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미국에 입성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빈약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강타자들을 ‘구매’했다. 미네소타의 유격수 크리스티안 구즈만, 콜로라도의 3루수 비니 카스티야, 플로리다의 1루수 윌 코데로 등을 데려왔다. 적어도 지난시즌 보다는 훨씬 나은 타선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선우가 선발로 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시즌 막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며 나름대로 활약했지만 프랭크 로빈슨 감독은 “김선우는 선발보다는 중간투수로 더 잘던진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 문제다. 현재로선 한국 투수들 가운데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 파트타임 말고 풀타임으로 뛰게 해줘!-봉중근(25ㆍ신시내티), 백차승(25ㆍ시애틀)
봉중근은 2005시즌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두살 연상의 박경은(27)씨와 백년가약을 맺어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커졌다.

왼손 투수란 장점이 있어 올해도 5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 게 우선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 선발 테스트를 받은 백차승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갈 전망이다. 이들은 선발이건 중간이건 가리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도록 빅리그에 남아 있는 것이 목표다.

한준규 기자


입력시간 : 2005-01-20 15:16


한준규 기자 manbok@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