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X파일 파장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제일기획의 ‘광고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보고서’ 소위 ‘연예계 X-파일’의 사실 여부를 놓고 대중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기 연예인 99명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 소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이 보고서는 풍문으로만 나돌았던 국내 연예계 스타들의 평판과 스캔들까지 거론돼 있어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90%이상 사실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단지 소문일 뿐이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다만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볼수록 재미있다. 각종 보도에서 A양 B군 등 이니셜로 나온 이야기들이 누구 것인지 이번에 누군지 알게 됐다. 두고두고 놀려야겠다”는 의견이 많아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대중의 재미거리로 전락했다. ‘연예계 X-파일’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인터넷망을 타고 삽시간에 유포되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 중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파일 작성 목적이 ‘스캔들 예방용’으로 “모델 계약 이후 개인적 사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연에 관리해 광고주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일기획측은 밝히고 있지만 연예인을 별점으로 평가하며 상품화한 것이나 스캔들을 개재한 것은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연예계 X-파일’에 대해 해당 연예인에 대한 평가나 전망 등은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몇몇 연예인들의 믿을 수 없는 소문에 실망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한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X파일’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연예인들 중 안재욱이 연예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연예기획사들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지만 ‘연예인 X파일’의 명단에 올라 있는 연예인이 직접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안재욱은 1월21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기자회견에서 “보통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반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 등 집단이 형성된 단체생활을 할 때 ‘누가 어떻다더라' ‘누구누구는 그랬다’ 등 말 한마디 잘못 전해지는 소문을 가지고 한 사람을 바보 만드는 것은 쉽다”며 “지금까지 자부심을 갖고 대중문화 발전에 앞장서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드리고자 일을 했던 많은 연기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점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안재욱 역시 이번 ‘X파일’ 명단에 게재가 되었지만, 다른 스타들과는 달리 깨끗한 자기관리와 성실성, 좋은 인간성 등으로 인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는 “그 문서에 누가 좋게 평가가 되었고, 누가 좋게 평가되지 않았고 가 지금 중요한 얘기 같지도 않다”며 “촬영장에서 즐거운 연기를 하고, 또 슬픈 연기를 하고 있을 연기자들을 보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보고서를 접한 네티즌들은 연예인들에 대한 정상적인 기사에 문제의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댓글을 다는 등 좋지 않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톱스타 A양이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평소에 흔히 볼 수 있는 홍보성 기사가 게재된 모 포탈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리플이 대부분 보고서에 나온 A양의 소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또 톱스타 B양의 해외 유학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리플과, 톱스타 C양의 컴백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리플 역시 보고서에 쓰여 있는 ‘좋지 못한 소문’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들은 한마디로 시기가 가장 좋지 않을 때 언론이나 인터넷매체의 기사속 주인공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일부 연예기획사들은 자사 연예인들에 대한 홍보용 보도자료의 배포를 중단시키고 있는 상태다. 특히 보고서의 ‘소문’항목에 많은 내용이 게재된 연예인일수록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쪽이다.

한 연예인의 매니저는 “당분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언론에 기사가 실리고 포탈사이트로 옮겨지면 네티즌들이 루머와 자꾸 연관지으려 할 것”이라며 “그 보고서에는 다른 연예인에 관련된 소문이 우리 소속 연예인에 대한 루머로 둔갑해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몇몇 스타들은 깔끔한 자기관리로 인해 후한 점수를 얻어 보고서를 접한 네티즌들로부터 반사이익을 얻기도 한다. 대표적인 스타가 장동건 문근영 비 안재욱 지진희 등이다. 장동건은 이 보고서의 세부 항목인 ‘현재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관리’에서 별점(★) 5개 만점에서 모두 4개 반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항목인 ‘소문’에 대해 “스캔들이나 시끄러운 소문 없음”이라고 평가, 모든 면에서 스타로서의 자질이 충분함을 나타냈다.

문근영도 별 4개 이상 높은 점수를 얻은 스타. ‘자기관리’ 항목에서는 “착하고, 싹싹하고, 순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함”이라며 “염정아씨가 그러는데, 이렇게 에쁜 애 처음 봤대요. 촬영장에서 쉴 땐 할머니랑 쑥을 캐러 다니는데, 다음날 아침에 ‘언니 쑥차 드세요’ 이러면서 선배들에게 다려 준대요”라며 영화 ‘장화홍련’에 함께 출연한 염정아의 말을 인용해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런가 하면 비에게는 “매력이 풍부함 - 연기력, 가창력, 춤, 외모 모두 좋음” “연기와 가수 활동에 있어서 공인된 노력파”라며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처럼 좋은 점수를 얻은 스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보고서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소문’ 항목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연예계 X-파일’의 인터뷰에 응한 걸로 알려진 스포츠신문 기자와 방송 리포터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제일기획측에 대해 끝까지 법적 소송까지 할 방침이다.

제일기획측은 이에 대해 “내용도 사실에 근거하기 보다는 루머나 소문에 그치고 있다고 판단하여 자료에서도 소문이라고 분류해 놓았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김상호 프리랜서


입력시간 : 2005-01-24 16:28


김상호 프리랜서 sh433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