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인 골감각으로 차세대 공격선봉장 낙점, 월드스타 재목감

박주영, 한국축구 희망으로 솟다
천부적인 골감각으로 차세대 공격선봉장 낙점, 월드스타 재목감

박주영,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솟다. 을유년 새해 벽두 한국 축구계가 들떠 있다.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괴물 골게터’ 박주영(20ㆍ고려대)의 골폭풍에 즐거운 비명이다. 2003년 대구 청구고 시절 한 해 동안 국내 4개 대회 득점왕, 2004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득점왕을 차지했던 박주영의 골사냥이 연초부터 위세를 떨치고 있다. ‘득점머신’ 박주영이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주영 골폭풍의 진원지는 카타르 도하. 지난 15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05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 축구 대회에서 박주영이 훨훨 날았다. 박주영은 1차전인 중국전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으로 10분 만에 두 골을 넣어 팀의 3대 2로 거둔 승리를 견인했다.

박주영의 진가를 보여준 것은 18일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2차전. 박주영은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 3 대 2 승리와 함께 팀을 4강에 이끌었다. 박주영은 0 대 0이던 전반 25분 후방에서 연결된 볼을 달려 나오던 상대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은 데 이어, 1 대 2로 역전 당한 후반들어 서는 헤딩슛과 절묘한 발리슛으로 2골을 보태는 원맨쇼를 펼쳤다.

중국전 2골에 이어 2경기에서 5골을 뽑는 순간이었다. 또 거슬러 올라가면 박주영은 지난해 10월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준결승(일본)과 결승전(중국) 2골 등 연속 4경기에서 8골의 고득점 행진을 벌였다.

박주영은 깜짝 스타가 아니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재목감으로 주목 받아 왔다. 고교3년 때인 2003년에는 4개 대회에서 득점왕에 올랐다. 그 해 그는 33경기에서 47골을 쏟아냈다. 작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는 6골을 넣어 한국에 통산 11번째 우승을 안기며 득점왕, MVP를 독식했다.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 선정 아시아 신인상을 수상했다.

박주영의 골 감각은 타고 났다. 유연성과 밸런스가 탁월해 스스로 찬스를 만들 줄 안다. 그리고 한 번 찾아 온 찬스는 놓치지 않는 고감도의 골센스를 갖췄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단 4번의 슈팅 찬스에서 3골을 뽑은 결정력은 이를 잘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박주영의 플레이는 정말 경이적”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박주영의 고교 시절 지도자인 변병주 청구고 감독은 “잘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급 성장세를 보일 줄은 몰랐다”며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골잡이는 물론 세계적인 대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말했다.

20살 청년 박주영의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는 한국 축구사에서 흔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청소년 대표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선수는 최순호(43) 전 포항 감독을 들 수 있다. 1979년부터 81년까지 청소년대표팀 주 공격수로 활약했던 최 전감독은 성인 대표를 겸한 80년 아시안컵(쿠웨이트)에서 4경기 연속 득점에 7골(해트트릭 1번 포함)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또 81년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호주) 이탈리아전 승리의 수훈갑(2골 1어시스트)에 오르며 천재성을 인정 받았었다.

한국 최고 스트라이커의 대명사인 차범근(52) 수원 감독의 경우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경기도 화산 초등학교에서 육상 선수를 하다 영도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하키 선수로 활약했던 차 감독은 68년 경신중학교로 전학하면서 뒤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경신고 3학년 때인 71년 청소년대표로 발탁돼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고려대학교 1학년 때인 이듬해 사상 최연소로 성인 국가 대표팀에 뽑혔지만 기록상으로는 최 전감독이나 박주영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박주영 본인은 이 같은 평가에 “어림없는 비교”라며 손사래를 친다.

두뇌 뛰어난 축구천재
박주영은 대구 반야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단순히 축구를 좋아했던 박주영은 반淪?축구 시합에 나갔다가 축구부 감독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축구화를 신게 됐다. 박주영은 체격이 좋다거나 남달리 빠르다거나 하는 특기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드리블 등 골 다루는 기술은 예사롭지 않았던 게 축구부에 발탁된 요인이었다. 박주영은 이 후 줄곧 스트라이커나 공격형 미드 필더를 맡았다. 청구고 1학년 때 프로 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후원으로 브라질 지코 클럽에서 1년 동안 유학을 하면서 축구에 부쩍 눈을 떴다.

박주영은 IQ가 높기로 유명하다. 145~150까지 거론된다. 박주영 본인도 정확한 수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박주영은 “150이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중학교 1학년 때 IQ테스트를 했는데 전교생 중 제가 1등이었다만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축구와 IQ와는 큰 상관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경기 중에 상대방의 움직임 등을 읽는 빠른 예측이 IQ덕분 때문인가”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지네딘 지단의 드리블과 티에리 앙리(이상 프랑스)의 골 결정력을 닮고 싶어한다. 이 2명의 월드 스타를 가장 좋아한다. 축구 인생의 목표도 이 톱 스타들이 주름잡고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잉글랜드 프리미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곳에 가는 과정이라면 일본 무대 등을 교두보로 삼을 계획도 갖고 있다.

박주영의 골 세리머니는 화려함이 없다. 양 손을 번쩍 처들고 나서 한 손가락으로 입술에 갖다 댄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3살때부터 교회에 다기기 시작한 독실한 크리스찬 박주영식의 길들여진 세리머니다. ‘뉴스타’ 박주영의 세리머니에 한국축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동철 스포츠한국기자

박주영 대표팀 발탁은 언제쯤
박주영은 언제쯤 본프레레호에 탑승할 수 있을까.

박주영의 고감도 골 결정력에 박주영의 대표팀 수혈론이 거세다. 카타르 초청 경기에서 박주영이 골폭풍을 몰아치자 국가 대표팀에 발탁해야 한다는 축구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은 전적으로 국가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요하네스 본프레레의 의중에 달렸다.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은 훌륭한 선수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골 감각을 높이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 나가면 더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호의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이 ‘충분한 경험을 쌓아 나간다면’ 이라는 전제를 붙인 만큼 당장의 대표팀 차출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은 오는 6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박주영이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축구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프레레 감독 입장에서 볼 때 박주영을 지켜 볼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번 미국 전훈 멤버로 박주영을 명단에 포함시켰다가 청소년대표팀으로 보내 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다면 박주영의 대표팀 승선이 앞당겨 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입력시간 : 2005-01-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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