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만 풀 수 없는 인생방정식

[영화 되돌리기] 굿 윌 헌팅
머리로만 풀 수 없는 인생방정식

수학은 수많은 천재들을 매료시킨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학문이다. 기원전 300년 전의 ‘피타고라스의 정리’. 이에 대한 유클리드의 증명이 아직도 타당성을 유지하고 있듯 시간을 초월하여 완전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심지어 괴델은 불완전정리(incompleteness theorem)를 통해 무모순성에 대한 증명이 곤란하다는 것을 보였다. 20세기의 놀라운 지성인중 한명인 버트런드 러셀은 자서전에서, 젊은 시절 자살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수학에 대해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의 놀라운 결과물이 항상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내 놓은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 태어나 라마누잔은 정규적인 수학 훈련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몇 권의 책을 통해 스스로 깨우쳤다.

당시 손꼽히는 수학자였던 하디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인도에서 그를 데려와 협동 연구를 수행하였고, 때론 그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불행히도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라마누잔은 근대 수학에 대한 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분수(連分數)에 관한 한 당시 어떤 수학자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도 비록 청소부지만 라마누잔보다도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한다(그런데 주인공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버드 출신의 수재다). MIT의 그 누구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쉽게 풀어 낼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주인공 윌은 불우한 성장 과정 때문에 세상과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는 그런 그가 한 스승을 만나 수학의 해답을 넘어선 삶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수학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인 필즈상(Field's medalㆍ4년마다 열리는 국제 수학자 총회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 부여되는 상) 경력의 제랄드 램보 교수는 복도 칠판에 어려운 수학 문제를 출제해 놓는 게 취미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내놓은 난제를 풀어낸 주인공이 나타난다.

풀이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 램보 교수는 폭력 사건으로 법정에 있는 윌을 찾아낸다. 램보는 뛰어난 자기 변호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 차례의 폭력 사건을 피해간 경력 때문에 수감된 윌을 두 가지 조건을 걸고 석방시킨다. 하나는 자신과 같이 수학을 연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윌의 치료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시 구속되지만, 윌은 램보 교수가 제시한 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런 기억과 천재적인 두뇌는 윌의 마음을 굳게 닫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재능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램보는 윌의 치료를 맡을 사람은 자신의 대학 동창이자 경쟁자였던 숀 맥과이어 뿐이라고 확신한다. 숀 맥과이어 역은 로빈 윌리암스가 맡았다(상처 받고 닫힌 마음을 여는 따뜻한 이미지가 너무나 잘 어울려서 때론 부담스럽지만, 이런 역할에 이만한 배우가 있을까?).

숀 맥과이어의 배려로 세상에 한 발짝 나아간 윌. 그는 확실성, 완전성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폐쇄적이고 자기완결성이 강한 수학의 세계에서 벗어나 불확실하고 오류투성이라 해도 살아볼 만한, 사랑해 볼만한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철학자 러셀이 세상과 우주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수학과 논리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밝힌 것처럼 어쩌면 진정한 수학자는 기호의 논리 뿐만 아니라 인간사의 논리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머리는 냉철하지만 가슴은 따뜻한 사람이 일구어내는 학문적 성과가 진정 인류가 원하는 방향이 될 테니 말이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2-15 15:04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