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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되돌리기] 음양사
헤이안 시대의 화려한 부활





일본의 각종 고고학적 유물과 문화재 그리고 기록을 보면 이미 선사 시대부터 한국의 문화가 일본에 전파되었으며, 7세기까지 일본 고대 국가와 문화는 삼국시대의 한국인이 주도하였음을 할 수 있다. 8세기에 이르러서 일본의 수도가 나라에서 헤이안(平安ㆍ지금의 교토)로 옮겨진 후 비로소 일본의 고유색을 지닌 문화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때문에 일본은 이후 한국의 영향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일본이 습관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려고 하는 데는 아마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음양사’는 일본 영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왜색이 짙은 시대극이다. 특히 음양도에 깊이 빠진 헤이안 시대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궁정에 속해 점술로 길흉을 점치고 시각을 측정하는 관리인 음양사가 개인의 관혼상제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데는 헤이안 시대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에 그 이유가 있다. 영화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음양사의 대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헤이안으로 수도를 천거한 칸무 천황은 사실 나라(奈良)의 서북쪽에 위치한 나가오카로 천도하려 하였다. 그런데 공사 책임자가 암살되고 그 배후자가 동생 사와라 친왕으로 지목되면서 사와라 친왕은 유배 도중 아사하게 된다. 이후에 천황의 어머니와 부인이 죽는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자 칸무 천황은 사와라 친왕의 원령 때문이라는 음양사의 말에 따라 수도를 지금의 교토로 옮기로 헤이안(平安, 사와라 친왕의 혼을 달랜다는 의미로)으로 명명하게 된다.

이 후 음양사의 지위가 높아지게 되면서 역대 음양사 중에 최고의 스타면서 영화 ‘음양사’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베노 세이메이가 등장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세이메이가 귀족의 평상복(노시)를 입고 극존칭의 ‘사마’(욘마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칭호를 받는 것을 보면 이 당시 음양사가 어느 정도의 군위를 가진 인물인지 알 수 있다. 또 다른 주인공 히로마사. 영화 속에서 애절한 사랑을 하는 히로마사는 젊은 무관이다. 영화는 이 둘이 천황을 저주하는 세력으로부터 천황을 지켜내고 평화로운 헤이안 시대를 이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시대극인 만큼 헤이안 시대의 풍경을 유심히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툇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 이 장면에는 헤이안 시대 여름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은어가 보인다. 교토 근교의 가모가와 강 등에서 잡힌 싱싱한 은어는 매일 조정에 진상되었을 만큼 널리 사랑받은 생선이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문무관의 관제 복장에서부터 교토를 배경으로 한 궁의 모습, 음양사와 귀족들의 일상 생활을 마치 일본의 생활사 박물관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일본의 감각적인 문화가 만들어진 헤이안 시대의 화려한 스타일과 악령이 만연하는 어둠의 세계가 현대 일본의 모습과 닮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로운 불사신 아베노 세이메이의 재림을 꿈꾸는 일본인들의 바람이 영화에 담겨있다. 아베노 세이메이를 영웅으로 섬기는 일본인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는 아베노 세이메이가 현재 일본에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이 영화가 2001년 최고의 일본 흥행작이 돼 일본인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한 모양이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5-03-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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