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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안정환, 이헌재, 그리고 吳起


얼마 전 히딩크 감독이 지난 1992년 월드컵대표팀을 이끌면서 있었던 비화를 몇 마디 공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 중에는 안정환 선수에 대한 일화도 있었다. 즉, 안정환 선수는 출중한 외모에 뛰어난 기량으로 수많은 축구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으나, 훈련장에 오면서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고급 승용차를 타고 왔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히딩크감독은 그를 몇 차례 출장에서 제외시키기도 하였다고 했다. 이러한 일화에 비추어 보면, 아마도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 선수의 도덕성과 성실성 등 인간적인 태도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면서도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 선수를 대표 선수로 발탁했고, 결국 안 선수는 대회 기간 동안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에 이르는 데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초기의 위나라는, 진(晋)나라가 3개로 갈라지면서 생긴 나라로, 춘추 시대부터의 강대국인 진(秦)나라와 인접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나라의 왕인 위문후는 즉위 초, 진(秦)나라 방위를 위해 요충지인 서하 땅의 태수로 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어느 날 위문후는 책황에게 서하 태수로 쓸 만한 사람을 천거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한참 동안 망설이던 책황이 오기(吳起)라는 사람을 천거하였다.

그러자 위문후가 책황에게 반문하였다. “ 오기라니! 그 사람은 옛날에 노나라 장수가 되기 위해서 자기 아내를 죽인 자가 아니냐? 내가 소문으로 듣기엔, 오기는 재물을 좋아하고, 또 여색을 좋아하고, 뿐만 아니라 성격이 매우 잔인하다고 합디다. 그런 자에게 어찌 서하 태수라는 중책을 맡길 수 있단 말이요? ”

책황이 대답했다. “ 신은 다만 오기의 뛰어난 능력을 천거해서 상감의 일을 도우려는 것뿐입니다. 그의 성격과 행동까지 따질 건 없지 않습니까? ” 그 후 위문후는 오기를 서하 태수로 등용하였고, 이에 오기는 책황과 위문후가 기대하했던대로 위나라를 방위를 튼튼하게 다졌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며칠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이헌재 부총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부 인명의로 되어 있던 부동산의 매입과 매도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부도덕성과, 위기의 한국 경제를 살려낼 만한 출중한 능력 사이에서 인사권자인 노대통령과 여론은 엄청난 긴장 관계를 형성했던 것이다. 그런 긴장 관계는 이헌재부총리의 자진사태로 일단락되기는 하였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필자의 가슴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감정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필자는 평소, “하늘은 어떤 한 사람에게 모든 재능을 주지 않았다”는 속담을 믿는다. 또한 도덕성도 갖추고 능력도 갖춘, 말하자면 성인군자 같은 그런 인재는 우리 주변에 그리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히딩크가 벤츠를 타고 훈련장에 나타난 안정환 선수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를 기용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히딩크의 선택에 대하여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았었다.

나아가서 가끔씩 골프나 그 밖의 여러 종목의 스포츠선수들 가운데 때때로 비도덕적인 이들을 볼 때에도, 과연 어느 정도까지 우리는 그들의 비도덕성을 용인하여 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뇌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필자는 오기를 서하태수로 등용시켰던 위문후의 태도를 떠올리곤 하였던 것이다.



소동기 변호사ㆍ골프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3-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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