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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되돌리기] 거울 속으로
분열된 자아 속 현실찾기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금지된 재생’을 보면 거울을 통해 자신의 뒤통수를 대면한 한 남자의 모습이 나온다. 이 비현실적인 그림은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거울의 속성을 무시하고 거울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암시하고 있다. 에셔의 그림 ‘거울이 있는 정물’과 ‘정물과 거리’에서도 거울이 현실과 현실 너머의 공간을 결합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처럼 거울은 두 개의 공간 사이에 놓여 이 둘을 분리시키면서도 결합시키는 패러독스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문학 작품은 거울의 이미지를 차용해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을 열어 보이기도 하고(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때로는 분열된 자아를 표현하기도 한다(이상의 시 ‘거울’). 영화 ‘거울 속으로’는 거울의 이 두 가지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전직 경찰인 주인공 우영민. 그는 자신의 실수로 동료가 살해되면서 그 죄책감에 시달리다 삼촌의 권유로 삼촌 소유의 백화점에서 보안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1년 전 화재 사고 후에 재개장을 준비하던 백화점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은 기묘하게도 모두 거울 속 누군가에게서 살해당한다.

사건을 파헤치는 우영민과 그의 옛 동료 경찰은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한 여성을 보게 되고 그녀가 1년 전 화재로 죽은 여성의 쌍둥이 동생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을 열쇠를 쥐고 있는 쌍둥이 자매와 그녀를 둘러싼 거울의 존재. 사건은 점점 살해 현장마다 있었던 거울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데 사건을 추적하던 우영민은 우연찮게 거울 속 자신을 맞닥뜨린다. 이제 주인공은 미스터리 같은 살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거울 속 자아와도 대결해야만 한다.

영화는 어찌 보면 단조로울 수 있는 거울 속 귀신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하고 있다. 우선 거울을 통해 분열된 자아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죄책감 때문에 현실의 자아와 거울 속 자아의 분열을 경험한다. 거울 속 자아는 현실의 자아를 압도할 만큼 강한 인물이다. 결국 이들이 대면하면서 분열된 자아가 극복된다.

두 번째 장치는 풍부하게 인용되는 그림들이다. 감독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고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듯이 영화 속에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나 벨라스케스의 ‘가로 누운 비어스’처럼 거울이 등장하는 그림들이 장황하게 거론된다. 이 그림들은 그 옛날 화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거울의 이미지를 상기시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거꾸로 서명을 했다는 일화에서처럼 실제로 많은 화가들은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을 하나로 만드는 거울을 사랑했다. 레오나르도가 ‘거울은 우리의 스승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러한 장치들은 자칫 과잉의 이미지를 내러티브가 따라가지 못 하는 공포 영화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또한 영화 마지막에 가면 ‘저 거울 속 세계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간은 아닌가’, 혹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덧 없는 그림자인 것은 아닌가‘라는 철학적 물음마저 제기하고 있어 주제의 묵짐함도 지니고 있다.

자, 지금 이 순간 뒤에 놓여진 거울을 한 번 바라보자. 그 안에 누군가가 이 세상을 또 다른 세상인양, 또 다른 거울 속 풍경인양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5-03-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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