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 변호사·골프칼럼니스트

[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소렌스탐과 태극낭자들
소동기 변호사·골프칼럼니스트

소렌스탐이 5번 출전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였다. 그래서 연초 그녀의 이혼을 두고 설왕설래하던 그녀의 골프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져 버렸다. 현재로서는 이혼의 상처가 아물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는 생각도 하지만, 필자도 그녀가 이혼 때문에 자신의 골프가 흐트러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녀에게 있어서의 결혼 생활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는 달리 오히려 짐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녀의 골프를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또 다른 선수가 있다. 구옥희 선수다.

구 선수는 필자가 전해들은 바로는 서울 서대문구청이 있는 홍제동의 산등성이에 있던 연습장에서 골프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때마침 그 무렵 그 곳에서는 최상호 프로도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골프 연습장의 주인이던 K변호사님께서 전해 주신 바에 의하면, 최상호 선수는 거기서 근무하고 있던 여직원과 결혼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홍제동에 있었다는 골프 연습장은 한국 프로 골프의 산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사유로 지금은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해서는, 서울컨트리클럽이 없어져 어린이대공원으로 변해 버린 것 못지않은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구 선수는, 아마도 국내에서보다는 일본에서 더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일본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 오고 있다. 더구나 그녀는 박세리가 미국에 진출하였던 시기인 1998년보다 훨씬 이전에 미국에 진출하였고, 우승까지 하였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골퍼들은 마치 박세리 선수가 개척자인 양 생각하고 있지만, 필자는 해외파의 개척자는 뭐라 해도 구옥희 선수라고 확신하고 있다.

종종 한국 골프의 생생한 역사를 들려 주시던 K변호사님은 어느 날 필자에게 구옥희 선수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 주신 적이 있었다. 결론은 그녀가 잡초보다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훌륭한 여자라는 것이었다. 다른 선수들이었다면 벌써 짓눌려서 없어져 버렸을지도 모를 엄청난 시련을 이기고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를 생각하면, 절로 존경심이 베어 나오며 경탄을 금할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을 손꼽아 보자면,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의 손자되는 손빈이라는 사람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동창생인 방연이라는 사람에 속아 누명을 쓰고, 두 발을 짤리고 얼굴에는 먹물로 뜸을 당하는 형벌을 받았다. 그렇지만 스승인 귀곡 선생의 예언에 따라 미친 사람 흉내를 내어 살아남은 끝에, 마침내 마릉이라는 곳에서 방연을 죽이고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어려운 일에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린다며 염려하는 것 같다. 소렌스탐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퍼부어지는 칭찬을 보면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자 프로 골퍼들이 그녀 때문에 주눅이 들지나 않을지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입력시간 : 2005-04-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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