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 3총사 가시덤풀 속 생존코드 찾기

, 무덤 헤치고 "일어서라"
코리안 빅리거 3총사 가시덤풀 속 생존코드 찾기

김병현

(26)이 이달 초 보스턴 레드삭스를 떠나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이로써 을 비롯한 (32,텍사스 레인저스) (26,LA 다저스)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 빅3가 모두 ‘무덤’으로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과 가 자주 등판할 홈구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악명 높은 ‘투수들의 무덤’이다. 반면 은 홈런타자들에게 특히 불리한 ‘타자들의 무덤’에서 시즌을 맞는다. 어느 해보다 힘겹게 올시즌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구장과의 싸움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무덤에 들어간 이상, 스스로 파고 나오는 것만이 생존 전략이다.

, 심리적 안정 찾는 게 급선무
이 입단한 콜로라도는 95년 개장한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이곳은 펜스가 왼쪽 106m, 가운데 126m, 오른쪽 107m로 좁은 구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홈런공장’으로 불릴 만큼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해발 1,600m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공기저항이 작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100m 높아질수록 타구의 비거리는 0.7m 정도 늘어난다. 해발 100m에 있는 구장에서 99m를 날아갈 외야 플라이가 110m짜리 홈런이 되는 셈이다. 이런 타구가 한두개만 나오면 승패도 뒤바뀔 수 있다. 타자들에게 대단한 특혜인 만큼 투수들에게는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공기 밀도가 적은 쿠어스필드에서는 투수가 공을 던지면 스피드가 약간 빨라지기는 한다. 대신 공끝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구속 증가에 따른 효과를 상쇄시킨다. 오히려 변화구가 꺾이는 각도가 무뎌지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다.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심리도 크게 위축시킨다. 홈구장에서의 자신감 상실은 원정등판 때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였던 데릴 카일과 마이크 햄튼도 담력 좋게 ‘투수들의 무덤’에 들어갔다가 들것에 실려나왔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 왼손 투수였던 햄튼은 2001년 방어율 5.41, 2002년 방어율 6.15로 심각하게 망가졌다.

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일 것이다. 그는 이전까지 쿠어스필드에 통산 12차례 등판해 1승3패 방어율 6.50으로 극심하게 부진했다. 홈런도 8방이나 얻어맞았다. 특히 신인이던 99년부터 2001년까지 쿠어스필드에서 10이닝을 던져 13안타를 허용하며 10점이나 내줬다.

그러나 은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한 2002년 쿠어스필드에 3차례 출전, 3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다. 당시에는 직구의 회전력과 변화구 각도가 워낙 좋아 삼진을 많이 뽑아냈다. 이 예전의 구위만 회복한다면 충분히 무덤을 헤치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는 희망적이다. 은 시범경기에서 감기몸살에 시달리면서도 시속 143km 안팎의 빠른 공을 뿌렸다. 최전성기 구위는 아니지만 점차 회복 중에 있기 때문에 이 쿠어스필드를 정복하는 장면을 기대해도 좋다.

박찬호

, 제트기류의 악몽이…
가 뛰고 있는 텍사스의 홈구장 아메리퀘스트필드 역시 만만치 않다. 쿠어스필드가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무덤이라면 아메리칸리그는 아메리퀘스트필드가 지옥이다.

아메리퀘스트필드는 펜스 왼쪽이 101m 가운데가 123m 오른쪽이 99m이다. 역시 작은 구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투수들에게는 공포스러운 무대다. 지난해 이 구장에서 나온 경기당 득점은 11.2점으로 메이저리그 최고를 기록했다. 타자들은 투수들의 눈물을 보며 신바람을 냈다.

아메리퀘스트필드 상공에는 홈플레이트에서 우중간 외야쪽으로 바람이 거세게 분다. 이른바 ‘제트기류’로 불리는 세찬 바람이다.

이 곳에서는 어지간한 우중간 타구도 제트기류를 타고 쉽게 홈런으로 연결된다. 특히 왼손타자에게 약한 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는 지난해 홈경기에서 13홈런을 허용했는데, 이중 오른쪽 관중석으로 떨어진 타구가 7개나 됐다. 그리 잘 맞은 타구가 아니어도 바람을 타고 훌렁훌렁 잘도 넘어갔다.

는 2002년 다저스에서 텍사스로 이적한 뒤 지난 3년간 14승에 그쳤고 방어율도 5점이 항상 넘었다. 물론 직접적인 이유는 허리 부상에 따른 구위 저하였지만 구장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구위가 떨어진 상태에서 의 밋밋한 패스트볼은 타자들에게 딱 좋은 사냥감이었다. 하늘로 띄우기만 하면 홈런 아니면 2루타였다.

는 홈구장 행사에서 폭죽이 터질 때 연기가 오른쪽 펜스 뒤로 빨려가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을 보고 제트기류의 위력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는 포심 패스트볼로 삼진이나 플라이아웃을 잡았던 가 피칭 스타일의 변신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최희섭

는 지난해부터 포심 패스트볼을 포기하고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했다. 투심은 포심보다 구속이 2~4km 느리지만 타자 앞에서 살짝 가라앉는 구종이다. 타자는 공의 윗부분을 때리기 쉬워 땅볼 타구가 자주 나온다.

지난해 시험적으로 투심 패스트볼을 섞어 던졌던 는 올해 본격적으로 투심을 던지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실컫 얻어맞아도 “오늘은 최고의 투심을 던졌다”며 만족해 할 정도였다. 투심이 살아나야 땅볼 타구를 많이 유도하고, 그래야만 홈런 공포증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믿을 건 힘밖에 없다
는 다저스에서 6년 동안 80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그런 가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 막상 그에게 영입제안을 했던 곳은 텍사스 뿐이었다. 높은 몸값이 부담스러웠던 탓이지만, 가 LA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유독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저스타디움은 좌우 101m, 가운데 120m여서 그리 넓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파울 라인 바깥쪽이 넓어 관중석으로 넘어갈 파울 타구가 야수에게 잡히는 경우가 많다. 또 외야 펜스가 높아 홈런 생산 능력이 떨어진다. 다저스타디움은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어서 는 덕을 봤지만, 은 반대로 손해를 보고 있다.

은 지난해 중반 플로리다 마린스에서 트레이드됐다. 다저스에서 31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6푼1리로 저조했고, 홈런은 1개도 때리지 못했다. 그전까지 경기당 0.13개꼴로 홈런을 쏘아올린 으로서는 아주 실망스러운 기록이었다.

다행히 은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대책을 마련해 가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큰 스윙을 하지 않고, 장점인 선구안을 최대한 살려 출루율을 높였다. 한동안 홈런이 터지지 않아 지역 언론이 시비를 붙이기도 했지만, 스프링캠프 후반 홈런 4개를 몰아치며 단번에 팀 내 홈런왕에 올랐다. 워낙 파워가 뛰어나 제 힘으로 무덤을 파헤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5-04-13 15:5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