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넘치는 인도의 매력으로 가득

[영화 되돌리기] 신부와 편견
생기 넘치는 인도의 매력으로 가득

‘뚜루뚜 루뚜, 뚜르뚜 루뚜 뚜루뚜 루뚜 따다다’, 반복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요즘 한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인도 음악이다. 일명 뚫?송(Tunak Tunak Tun)이라고 불리는 이 노래는 인도의 유명한 가수 달러 멘디가 불러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연히 인도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쳐 한 때 택시 운전자로 힘겹게 살아가던 달러 멘디를 인도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줬다.

어딘지 유치하고 촌스럽게 느껴지는 이 노래는 인도 특유의 방그라(Bhangra) 리듬과 서양의 랩과 레게 음악이 결합돼 독특한 퓨전 스타일이 느껴지는 곡이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인도 대중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인도는 전통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현대화 시키며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의 이러한 문화 전략은 그들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슈팅 라이크 베컴’으로 유명한 거린더 차다 감독의 최신 영화 ‘신부와 편견’은 인도의 가장 전형적인 영화 스타일이 고스란히 배어든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도 영화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춤과 노래에 트렌디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는 주제의식까지 담아내고 있다.

인도 영화에서 춤과 노래는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빈번하게 인도 전통 복장인 쿠르타(남자)나 사리(여자)를 입고 등장하고 몸을 비비 꼬는 ‘루디’라는 춤과 손뼉을 치면서 추는 ‘기다’라는 춤을 추며 영화의 흥을 돋운다.

그런데 외지인들에게는 생경한 이 모습이 사실은 가장 자연스러운 인도인의 모습이라고 한다. 종교가 일상 생활인 이들은 전통 춤이나 음악을 신에게 다가가는 방편으로 여긴다. 인도 영화에서 전통적인 춤이나 음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이들의 강한 종교성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 전통적 요소가 강하다고 해서 영화가 고리타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제인 오스틴의 고전 소설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영화 ‘신부의 편견’은 영국의 부유한 청년들과 인도 전통 가정에서 교육받은 네 딸들이 서로 얽히며 인연을 만들어가는 내용을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군무(群舞) 신은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로맨틱하며, 영미의 오만한 제국주의를 풍자하는 대사들은 날카롭고, 결혼의 조건에 매달리는 여자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영화는 한 편의 흥겨운 뮤지컬처럼 관객을 들썩이게 하고 그 사이 관객은 어느덧 인도만의 매력적인 색감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색색이 다채로운 인도 여성의 의상에서부터 총천연의 자연풍광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식민지 역사는 도통 찾아볼 수 없는 인도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영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 시절을 겪었으면서도 문화적 자존심만은 끝까지 지켜낸 인도. 이들의 영화 속에서는 이처럼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하지만 결코 이들은 전통으로 승부를 걸지 않는다. 영화 ‘신부와 편견’이 서구인들에게 익숙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주인공들이 모두 영어를 쓰는 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닐 것이다.

인도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서구인의 기호에 맞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벌써부터 해외 기술과 자본을 영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과연 할리우드 문화 제국주의에 맞서서 아시아 문화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신부와 편견’의 성공은 그럭저럭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고 있는 듯하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5-26 14:47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