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이야기] 신사 스포츠와 비신사들


필자의 직업은 변호사다.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면서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훌륭한 변호사를 형상화하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그 당시 필자가 그리고 있던 훌륭한 변호사의 모습은 이런 것이었다.

21세기, 각자에게 그의 몫이 돌아가는 사회.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자기의 정당한 몫을 누리는 권리의식과 그에 터잡은 행동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숱한 고민과 방황 끝에 여러분의 권리주장을 위한 성실한 도구로서 국민들 가운데 살아 있는 법을 구현함이 자기 길임을 깨닫고 이제 변호사로서 출발하오니 많은 격려와 성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호사라고 하면 ‘돈 잘 버는 직업’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필자를 만나면 언제나 “잘 되지? ”하고 인사하기 때문이었다. 돈 많이 벌고 있느냐는 뜻이었다. 물론 공개석상에서 변호사가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마저도 사석에서 만나면 돈 많이 벌고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공개석상에서의 그들의 말은 오로지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변호사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여 지금도 변호사로서 세상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한편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고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모 은행의 소송대리인으로서 부도가 나서 청산 중에 있는 대구의 모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자그마한 섬유업체였다. 사장을 만났을 때 회사가 망한 이유가 노조 때문이라고 푸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노조 간부들, 특히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노동운동가로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것을 보았다.

노조를 탄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사람들에게 돈을 집어 주고 그들의 입을 빌어 노조원들을 모아 놓고 우리 회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하였다. 필자는 그 때 그의 주장이 모두 자기변명에 불과한 억지주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근간의 신문에는 일부 노조 간부들이 취업장사, 납품비리, 공금유용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필자는 그런 기사를 보면서 십여 년 전 그 사장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필자가 골프에 관하여 글을 써 온지 벌써 15여 년이 된다. 골프에 관하여 전문적으로 글을 쓰게 된 까닭은 우연히 만난 어떤 선배 판사가 골프법률의 전문가가 되어 보라고 권한 데에 있다. 그 분의 말에 공감한 바가 있어 골프회원권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고, 그 결과를 글로 발표했다.

회원권자인 많은 골퍼들을 위해 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덤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그 후 필자가 골프회원권 관련 송사를 맡은 사례는 골프회원권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골프회원권자의 부당한 주장을 상대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송사를 치르고 나서 느끼는 감정은 골프가 신사들이 즐기는 스포츠라고 말하지만 기대와 달리 골퍼들 가운데에는 신사답지 않은 사람이 많은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었다.


소동기 변호사·골프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6-01 17:16


소동기 변호사·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