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프로 축구 수원삼성 동반부진삼성양키즈·레알 삼성 닉네임 무색

구겨진 '명가' 자존심, 더위 먹은 삼성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프로 축구 수원삼성 동반부진
삼성양키즈·레알 삼성 닉네임 무색


5월15일 수원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경기에서 조동찬 선수가 홈런을 친 뒤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스포츠의 의외성은 야구나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전날 1-0 완봉승을 거둔 뒤 다음날 0-10으로 완봉패로 지는 게 야구이고, 2, 3부 리그 팀이 1부 리그 팀을 누를 수 있는 게 축구다. 그래서 야구는 ‘도깨비 놀음’으로, 축구는 ‘공은 둥글다’라는 말로 그 의외성을 표현한다.

웬만한 이름있는 선수들을 망라하면서 ‘삼성 양키스’, ‘레알 삼성’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명성에 걸맞지 않게 동반 부진을 보이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타 동반 슬럼프…만만한 상대로 전락
사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삼성 라이온즈는 우승은 ‘따 논 당상’으로 볼 만큼 절대 강자로 꼽혔다.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로 거포 심정수와 철벽 유격수 박진만을 데려오면서 완벽한 라인업이 구성됐기 때문. 물론 삼성측은 이승엽과 마해영이 빠진 것을 감안하면 전력이 나아진 게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지만 심정수, 박진만이 바로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한국시리즈 챔피언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었기에 상대전력이 올라갈 밖에 없어 “그런 전력으로 우승을 못하면 감독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는 질시와 견제의 말이 쏟아지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 라이온즈는 기대에 걸 맞는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돌풍의 두산 베어스 정도. 두산과의 첫 3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곰 징크스에 시달렸지만 1위 권 유지에는 변화가 없었다. 1위가 승률 7할을 넘고 꼴찌가 4할 아래로 떨어지면 프로야구의 재미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5월까지 7할 승률을 유지하면서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아 ‘절대 강자’의 지위로 우승을 향해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더위가 시작된 6월이 되자 ‘더위 먹은 사자’처럼 투타 불균형이 빚어지면서 ‘절대 강자’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6월 초반 4연패는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6월말부터 시작된 시즌 첫 6연패 충격은 우승전선에 암운을 드리우기에 충분하다. 야구는 사이클을 그리는 게임이라 투타가 시즌 내내 호조를 보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근 삼성의 투타 사이클은 완전히 바닥권이라 해도 무방하다.

삼성은 지난 6일 현재 최근 7경기 동안 팀 타율은 1할7푼9리. 5월까지 팀 타율이 무려 3할 대를 기록했고 시즌 평균타율이 2할6푼6리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하락세다. 사실 삼성의 불방망이가 솜방망이로 변한 것은 팀의 공격을 이끄는 이른바 키 플레이어의 슬럼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올 시즌 최다승을 달리고 있는 롯데 손민한은 “삼성에서 강동우와 박한이 두명만 묶어두면 두려울 게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을 만큼 이들의 공격 비중은 심정수나 양준혁 같은 거포 이상이다. 호타준족의 이들을 막지 못하면 게임을 이길 수 없다는 걸 프로야구 최고투수가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3할 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도루로 상대투수를 흔들던 박한이와 강동우가 요즘 헤매고 있다. 투타에서 동반 하락이다. 특히 팀의 리딩히터인 강동우는 최근 7경기에서 타율이 1할도 안 되는 9푼5리. 박한이 역시 1할4푼8리여서 공격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통산 최다 안타의 주인공 양준혁 마저 최근 1할4푼3리로 타선 전체가 1할 대의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히 투수력에서도 한계를 노출해 선발 중 용병 바르가스와 전병호는 최근 방어율이 무려 10점 대 이상이고, 해크먼과 임창용 역시 5, 7점 대 방어율이다. 그나마 에이스 배영수가 6일 기아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제 역할을 다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죄다 동네북이 되다시피 했다. 결국 5일 해크먼을 퇴출 시키는 극약처방을 내놓을 만큼 위기상황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6일 현재 삼성라이온즈는 44승29패로 승률이 6할을 조금 넘는다. 통상 하반기에 들어서면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는 중위팀들이 경쟁팀을 잡기 위해 1위 팀에는 에이스를 내지 않고 느슨한 경기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유난히 팀간 승차가 크지 않고 상위진출을 위한 중위권 다툼이 심한 올 시즌은 이런 1위 팀 어드벤티지조차 통하지 않을 공산이 커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거센 도전은 시즌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삼성은 페넌트 레이스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단기전인 한국시리즈 역시 다크호스가 절대반지를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삼성의 김응용 사장 조차도 “정규시즌 1위는 가능할 지 몰라도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려울 것 같은데”라고 말할 정도다. 프로야구를 보는 즐거움도 ‘절대 강자’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데 있을 것이다.

K리그 시즌 전 제주도에서 열린 A3컵 대회 중국 선전과의경기에서 나드손, 김대의, 최성용(왼쪽부터)이 골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종이 호랑이…이겨본 적 언제더라
격세지감치고 이런 것도 드물 것 같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시즌 개막전만해도 수원의 기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삼성 하우젠 K리그 전기리그가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은 어떤가.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간데 없고, 하위권에서 허우적대는 초라한 모습만이 완연하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데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 김남일, 송종국 등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 타 구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시즌 전에 열린 한ㆍ중ㆍ일 챔피언들의 대회인 A3컵과 슈퍼컵, 컵대회를 연속 제패해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2년 연속 K리그 제패는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선수층도 두터워 벤치멤버만으로도 팀을 하나 더 꾸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정규리그의 결과는 딴판이었다. 전기리그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놓은 7일 현재 2승5무4패로 10위로 곤두박질쳤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선수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분위기 많이 침체되고 사기도 떨어져 있어 매우 어려웠다”고 실토했다. 무리한 일정과 이에 따른 부상 선수들의 속출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컵대회와 동시에 치른 아시아 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에서 중도 탈락한 충격이 뼈아팠다.

수원은 AFC챔피언스 리그 조별리그에서 일왕배 우승팀 주빌로 이와타,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선전 젠리바오(중국) 등 강호들과 맞붙어 선전했지만, 선전 젠리바오에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여기에 장거리를 오가며 잇따라 격전을 치른 탓에 선수들의 체력은 고갈되기 시작했다. 5월20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첼시와의 친선 경기도 체력 부담을 더했다.

지친 몸으로 다시 K리그 복귀해 국내팀들의 집중 견제를 받자, 부상자가 속출했다. 베스트 11조차도 꾸리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니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삼성 하우젠컵에서 11경기에 출장,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송종국은 왼쪽 발목 인대부상으로 정규리그에 출장하지 못했고, ‘진공 청소기’ 김남일은 오른쪽 종족골 골절로 삼성 하우젠컵 4경기만을 뛰고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원샷 원킬’의 골잡이 나드손도 지난달 5일 왼발목 타박으로 벤치 신세를 져야 했다. 김진우(우측무릎 인대파열) 마토(좌측 안와골 골절) 등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원정 경기는 물론이고 홈에서조차 승리를 맛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는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수원의 부진이 후기리그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10일 전기리그가 끝나면 8월24일 후기리그 개막까지 한달 반의 휴식기간이 주어진다. 팀을 추스를 절호의 기회다. 수원도 후기리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최근 독일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온 김남일은 9월초면 복귀할 것으로 본다”며 “송종국도 깁스를 풀고 재활을 준비하고 있어 후기리그 2경기 정도만 지나면 다시 그라운드에 설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후기리그 때는 주축 선수들이 돌아오기 때문에 제 페이스를 찾을 것”이라며 “목표는 K리그 우승”이라고 말한다. 차 감독이 후기리그에 팀을 어떻게 환골탈태시킬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정진황기자
박진용기자


입력시간 : 2005-07-14 16:55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