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계절인가 수확의 계절인가박찬호,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부활최희섭 '반쪽선수 벗기', 김병현 '선발잔류'가 관건

코리안 빅리거 후반기 전망
위기의 계절인가 수확의 계절인가
박찬호,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부활
최희섭 '반쪽선수 벗기', 김병현 '선발잔류'가 관건


절반의 성공, 이제 나머지를 채울 차례다.

올스타전을 전후로 숨을 고른 메이저리그가 15일(이하 한국시각)부터 후반기에 들어갔다.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르는 각 구단은 전반기에 85경기 안팎을 소화했다. 전반기가 땀의 계절이었다면, 남은 후반기는 수확의 시기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전반기를 ‘절반의 성공’으로 마쳤다.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지만 속이 후련할 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다. 이들이 올시즌을 마친 뒤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후반기 성적에 달려 있다.

박찬호.

달라진 박찬호, 심한 기복이 문제
텍사스 레인저스 박찬호(32)는 롤러코스터 같은 피칭을 했다.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로 이적한 뒤 3년 동안 14승에 그치며 죄인처럼 살았다. 올시즌 시작 전부터 방출 위협까지 받았던 박찬호는 4월 한달 동안 3승1패 방어율 3.86으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 지난 3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팀 내 최고 연봉자로서 떳떳할 만한 피칭이었다.

박찬호는 5월에 2승무패를 기록했지만 방어율이 5.40까지 올라갔다. 6월에는 2승1패 방어율 8.74로 더 나빠졌다. 반짝 살아나는가 싶더니 다시 추락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박찬호는 7월 2차례 등판에서 1승1패 방어율 3.55를 기록했다. 4월에 보여줬던 피칭을 재현하며 후반기 전망을 밝힌 것이다.

박찬호가 들쭉날쭉한 피칭을 한 것은 그가 아직 시행착오 중에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올시즌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 삼진이나 플라이볼보다 땅볼을 유도하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LA 다저스 시절처럼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뿜어내지 못하는 대신, 구속은 조금 떨어져도 변화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범타를 유인하는 패턴이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4월까지 달라진 박찬호에 적응하지 못했다. 박찬호는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스플리터, 슬러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낮게 제구하며 상대를 현혹했다. 그러나 몇 차례 호투가 이어진 뒤에는 밸런스가 흐트러지기 마련. 타자들은 새로운 박찬호에 적응하기 시작한 반면 박찬호의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달랐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찬호는 이내 제 페이스를 찾았다. 투심 패스트볼이 듣지 않을 때는 다른 구종을 승부구로 삼고, 향상된 집중력과 제구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신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박찬호의 후반기는 낙관적이다. 여름에 워낙 강한 체질인 데다, 한번 주춤해 본 경험이 두 번째 추락을 막아줄 버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반기 8승3패를 기록한 박찬호는 8월 초쯤 10승째를 따낸 뒤, 시즌이 끝날 때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5승 고지를 정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희섭.

후반기 성적에 따라 진로 바뀔 수도
LA 다저스 최희섭(26)도 기로에 서 있다. 후반기 성적에 따라 내년 이후 그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다저스의 주전 1루수로 우뚝 서거나, 백업 요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혹은 또다시 트레이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희섭 역시 전반기에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최희섭은 구단의 든든한 지원 아래 주전 1루수로 시즌을 맞는 듯 했지만, 짐 트레이시 감독은 그에게 절반의 기회만을 줬다. 왼손 타자인 최희섭이 오른손 투수만을 상대하도록 한 것. 상대 투수에 따라 타석에 설 기회가 제한되자 최희섭의 타격도 요동이 심했다. 4월 중순까지 1할대 타율에서 허덕이다가, 한달 만에 타율을 3할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5월 말부터 다시 추락.

최희섭은 6월 11일 미네소타 트윈스전부터 15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까지 4경기에서 무려 7홈런을 뿜어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최희섭은 이 홈런으로 빅리그 전체적인 주목을 받았고, 덕분에 7월13일 올스타 홈런더비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최희섭은 4경기 7홈런 이후 또다시 깊은 슬럼프에 빠져 타율 2할3푼6리 13홈런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최희섭은 컨디션이 좋을 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격했고, 몸쪽 낮은 변화구에도 곧잘 대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진화한 스윙을 했다.

반면 슬럼프 때는 너무나 무기력했다. 표정에서부터 자신감을 잃고, 스윙이 무뎌지면서 타석에서 소극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최희섭은 좋은 컨디션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저스가 풀타임 메이저리거 3년째를 맞는 그에게 바라는 점이다.

김병현.

예전 구위, 신뢰 회복이 급선무
시즌 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전격 트레이드된 김병현(26)도 후반기 전망이 안개 속이다. 불펜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됐던 김병현은 전반기 동안 구원투수로 18차례 등판해 3패 방어율 7.66으로 심각하게 부진했다. 반면 대체 선발로 나선 8경기에서는 2승4패 방어율 4.29로 괜찮은 피칭을 했다.

일단 김병현은 후반기를 4선발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자리가 확고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불펜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고, 팀을 떠날 확률도 있다. 게다가 김병현은 최근 라커 사용문제로 구단과 마찰을 일으켜 다시 한번 ‘이기적인 선수’ ‘고립된 선수’로 낙인찍혔다. 그가 예전의 구위를 회복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구대성 등 반전드라마 기대
이밖에 전반기를 조용하게 보냈던 선수들도 후반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애매한 성적을 냈던 구대성, 마이너리그에서 부활의 칼날을 갈았던 서재응(이상 뉴욕 메츠), 불펜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했던 김선우(워싱턴 내셔널스) 등의 반전드라마가 기대된다. 아울러 추신수와 백차승(이상 시애틀 매리너스), 송승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도 빅리그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김식 기자


입력시간 : 2005-07-22 11:24


김식 기자 seek@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