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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되돌리기] 신체 강탈자의 침입
외계인을 보는 사회적 시각



미국에서는 가차없이 깨지고 한국에서는 논란 속에서도 순항 중인 영화 ‘우주전쟁’. 이 영화를 보면 문득 최근에 발생한 영국의 테러가 떠오른다. 평범한 시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도시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 그들의 가공할만한 파괴력에 시민들은 속수무책이다. 여기에 모든 시민을 구출해낼 수 있는 멋진 영웅은 없다. 주인공 탐 크루즈도 허둥지둥 가족을 챙겨 냅다 줄행랑이다. 이렇게 보면 우주전쟁은 제목의 스케일과 달리 도시 재난 영화와도 같다. 외계 생명체는 일종의 테러 공포에 대한 메타포인 셈이다.

이처럼 S-Fi 영화 속의 물리적 공포(외계인에 의한 상해 치사)와 생물학적 공포(외계인에 의한 유전자 변이)는 때론 사회적 공포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포의 사회적 의미는 S-Fi 영화의 고전 '신체 강탈자의 침입(The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미있는 것은 1956년과 78년(리메이크 작), 두 번 제작된 각각의 영화가 1950년대와 70년대 팽배했던 다른 의미의 사회적 공포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1993년에 아벨 페라리 감독에 의해 또 다시 리메이크되기도 했지만 평이 좋지 않았다.)

영화는 제목처럼 우주 외계인이 지구인의 신체를 강탈, 복제해서 지구인을 섬멸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계인이 지구에 침입하는 방식은 지구 식물에 외계 생명체의 씨앗을 교배 시키는 것이다. 이 식물을 통해 외계 생명체와 접촉한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기계처럼 감정 없이 낯선 사람으로 변해간다. 주민들은 ‘제 남편이 아니예요,’ ‘제 부인이 아닙니다’ 같이 매일매일 이상한 하소연을 하고 이를 전해 듣는 남자 주인공(56년 작에서는 정신과 의사 마일즈, 78년 작에서는 보건부 검시관 매튜)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간다.

그렇다면 1950년대 미국 사회는 어떠했을까.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격화하자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 팽창에 우려를 갖기 시작한다. 여기에 중국의 공산화와 한국 전쟁 그리고 메카시 선풍으로 미국은 공산주의자에 대해 일대 마녀사냥에 들어간다. 영화 속에서 외계인이 되어 감정 없이 경직된 인간들이 바로 친구들을 고발하는 반공주의자 들이다. 이러한 공산주의자 색출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는 서서히 모든 인간 관계를 잠식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외계인이 되어 가듯이 말이다.

하지만 70년대 리메이크 됐을 때는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동일한 정치적 알레고리를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리메이크작은 70년대식 사회적 공포를 끌어들인다. 그것이 바로 도시 소외(Urban Alienation)다. 실제로 56년 작이 산타 미라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78년 작은 LA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70년대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을 중심의 전통가치가 붕괴되어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50년대식 집단적 광기 대신 무관심한 개인화가 심화해 영화 속에서처럼 좀비마냥 표정 없는 이웃들이 점점 늘어났다. 일종의 삭막한 도시생활에 대한 풍자다.

그렇다면 90년대의 외계인는 어떨까. 영화 '맨인 블랙 2'를 보면 외계인들의 입국을 심사하는 공항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20세기 초반에 입국 심사를 하는 이주민들로 북적이던 뉴욕 엘리스 섬에 대한 기억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영화는 외계인을 통해 늘어나는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고자 한건지도 모른다.

결코 지구인과 동화할 수 없는 외계인들. 이들이 영화 속에서 다양한 공포의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지구인과 동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영원한 타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5-07-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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