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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되돌리기] 숨바꼭질
다중인격 다룬 스릴러 '내 안에 또 다른 나 있다'



"하나의 시퀀스 안에서 감정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요." " 로버트 드니로는 대본에 충실하고 놀랄만큼 연기에 몰입합니다. 덕분에 훌륭한 배우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할리우드의 한 여배우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차분하고 사려깊은 이 말씨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힌트는 숀펜, 덴젤 워싱톤, 로버트 드니로와 같은 오스카상 수상자들의 상대 배우였다는 것. 정답은 바로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아역스타 다코타 패닝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12살(1994년 생)인 패닝은 2001년 영화 '아이 앰 샘'으로 데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른스러움과 똑소리 나는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총애한 여배우 패닝. 그녀는 매년 빼곡히 자신의 필리모그라피를 채우며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출연하는 영화마다 나날이 커가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영화 '우주전쟁'의 패닝은 두려움에 꽥꽥 괴성만 질러대는 어린 아이 역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커버린 모습이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숨바꼭질'에서는 제법 성숙한 모습의 패닝을 만날 수 있다.

할리우드의 헤비웨이트급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짝을 이뤄 더욱 화제가 된 이 영화는 비평가들 사이에서 폭탄을 맞은 듯한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들 패닝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었다. 심리 스릴러 영화에 맞춰 짙은 검은색으로 염색까지 한 패닝은 영화보다 섬뜩한 연기를 선보였다.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심리학 박사 데이빗은 갑작스럽게 부인이 자살하면서 9살 난 딸아이 에밀리와 한적한 시골에 내려와 살고 있다. 엄마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에밀리는 이 모든 일을 아버지 탓으로 돌리고 아버지에게 냉담하게 군다. 차가워진 딸의 모습에 안타까운 데이빗은 딸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딸은 이상한 말만 되풀이 한다.

현실에 있지도 않은 친구 찰리를 들먹이며 아빠를 괴롭히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가상의 존재인 찰리로 인해 살인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데이빗은 딸에게 일어나는 일이 심각하다는 걸 깨닫는다. 딸 주변을 맴도는 찰리와 숨바꼭질을 하는 데이빗과 찰리가 무서워지기 시작한 에밀리. 이 셋이 숨바꼭질을 끝낼 무렵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을 드러낸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영화는 그토록 가혹한 악평을 받아야만 했을까. 우선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제작사인 20세기 폭스는 기자들에게 흥미로운 홍보자료를 배포했었다. 충격적인 결말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말 부분의 필름을 상영 바로 직전에 극장에 배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엘렉트라'의 참패로 회생을 엿보고 있던 폭스로서는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어보겠다는 심보였지만 기자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지나치게 유난을 떠는 홍보전략도 문제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토록 비밀에 붙이고 싶어하던 결말도 별 볼일 없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심지어 '그리스도의 수난'만큼이나 예상가능한 결말이라는 혹평도 있었다.

영화의 반전이 충격적이었는지 평범했는지 관객의 취향에 맡긴다 하더라도 영화는 플롯상 허점이 많다. 주변인들이 대다수 작위적으로 소름끼치는 인물들로 등장하고 주인공이 비현실적으로 외부와 고립된 생활을 하는 등의 설정은 얄팍하게 의도된 스릴러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소재는 흥미롭다. 영화는 흔히 다중인격이라고 알려져 있는 분리성 정체 장애를 다루고 있어 독특한 심리 스릴러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두 명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스토리의 상투성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고 있다.

영화는 친절하게 두 가지 엔딩으로 되어 있다. 영화의 비밀이 모두 드러나는 결말과 2탄의 존재를 예고하는 듯한 결말로 나뉜다. 하지만 속편이 제작되기라도 한다면 미국의 비평가들이 또 어떤 혹독한 평가를 내릴는지.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5-08-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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