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PGA 새내기 챔피언 4인방 강수연·장정·김주연·이미나

그린 여왕들의 행복한 수다…"남자친구가 있어야 시집가죠"
美 LPGA 새내기 챔피언 4인방 강수연·장정·김주연·이미나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나란히 생애 첫승을 올리며 ‘위너스클럽’에 이름을 올린 ‘새내기 챔피언’ 4인방이 모처럼 국내 그린에 함께 나서 관심을 모았다.

강수연(29ㆍ세이프 웨이클래식)과 장정(25ㆍ브리티시오픈) 김주연(24ㆍUS여자오픈) 이미나(24ㆍ캐나다오픈)가 그 주인공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제주 로드랜드골프장에서 열린 로드랜드컵에 출전, 고국팬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대회기간 중에 짬을 내 함께 모여 수다를 떨었다. 시종 웃음과 여유가 넘치는 더없이 행복한 ‘그린 여왕들의 수다’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 매주 연속되는 투어생활을 하다 보니 남자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는 것은 물론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단다. 남자친구가 없는 만큼 당연히 결혼계획도 현재로서는 백지상태다. “남자가 있어야 결혼할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상형은 제각각이다. 김주연은 “독신주의”라며 웃음을 흘렸다. 이미나는 편안하고 유머가 넘치는 김제동 같은 스타일을 선호한다. ‘작은거인’ 장정은 “권상우 정도 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들에게도 스트레스는 있다. 아니 일반사람들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그렇다면 해소법은. 강수연과 김주연은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노래에 실어 날려보낸다. 김주연은 “수연 언니랑 노래방 자주 가요. 저 노래 너무 좋아해요”라면서 신을 냈다.

당장이라도 ‘노래방 가자’는 말이 튀어나올 기세다. 강수연은 후배들 챙기는 게 낙이다. 장정은 인터넷 소설과 뜨개질을 즐긴다. 시합을 앞두고는 인터넷 골프게임을 즐긴다.

장정은 “골프게임이 실전 플레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평소 과묵한 이미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어머니와의 수다”라는 썰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린 여왕들은 서로에게서 닮고 싶은 플레이 스타일이 있다. 장정은 강수연의 장점에 대해 “엄청나게 공격적이죠. 섬뜩할 정도”라며 강수연의 과감한 플레이가 부러운 눈치다.

이미나는 장정을 치켜세운다.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도 스코어는 언제나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강수연은 김주연의 파워를 꼽는다.

“힘이 넘치죠. 세리를 보는 것 같다”고. 김주연은 이미나의 포커 페이스가 마음에 든다. “얼굴만 봐서는 버디를 했는지 보기를 했는지 알 수 없어요. 완전히 포커 페이스”라고 말했다.

"우승한다니깐 대접이 달라졌어요"

우승후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부쩍 늘어난 주위의 관심이다. 강수연은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잖아요. 역시 우승하고 봐야 한다니깐요”라며 싱글벙글이다. 장정은 “모든 게 좋죠. 미국 대회에서 응원하는 현지 갤러리도 많이 생겼고, 한국에 오니 심지어 차 타는 곳까지 쫓아오시는 분들도 있어요”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6월 US여자오픈 마지막날 18번홀에서 기적의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아 생애 첫 승을 메이저 챔피언으로 장식했던 김주연은 “아직도 당시 상황을 믿을 수 없어요”라면서 “팬들도 그 순간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벙커샷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느냐고 묻는 팬들도 있어요”라고 흐뭇한 표정이다.

특히 동료선수들의 챔피언 대접과 주최측이 티 타임이나 프로암 조편성에서 비중 있는 조에 편성을 해줘 내심 쾌재를 부르기도 한다고. 늘어난 인터뷰 제의 등 즐거운 비명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들 4인방은 로드랜드컵에서도 인기를 톡톡히 실감했다. 대회장에서 연일 TV카메라와 기자들로부터 인터뷰가 줄을 이었다.

식당이나 대회장에서 골프팬들의 사인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심지어 팬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경기에 방해가 될 정도.

장정은 대회 마지막날 17번홀에서 티샷하는 순간 한 갤러리가 “여기 장정이 경기하고 있어, 빨리 이쪽으로 와”라며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바람에 티샷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장정은 “경기로 보면 아쉽지만 저에 대한 관심 때문에 그런 것을 어떡하겠어요”라며 “고맙게 제게 관심을 보여주신 걸로 생각하겠다”고 웃어넘기는 여유를 과시했다.

이들의 우승 비법이 궁금하다. 강수연은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전에도 몇 차례나 기회가 있었지만 그런데 우승을 쫓아가면 언제나 달아나는 느낌이었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아예 즐기기만 하자, 이렇게 편안하게 마음 먹으니 우승이 찾아온 것 같아요”라고 했다. 장정도 이 말에 동감했다.

“맞아요, 다른 선수 생각하지 말고 좋은 플레이만 하자고 다짐했더니 거짓말처럼 좋은 결과가 찾아왔다”고 했다.

데뷔 2년째인 김주연과 신인인 이미나는 “언니들보다 빨리 우승해서 그런지 좀 얼떨떨했다”며 언니들 앞에서 겸손을 보였다.

자신감이 가장 큰 수확

무엇보다 우승이후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미국진출 6년 만에 지난 7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장정은 더욱 그렇다. 장정은 우승이후 출전한 최근 LPGA투어 2경기에서 준우승, 3위 등 톱3를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7월 BMO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루키’ 이미나는 “예상외로 빨리 찾아 온 우승 이후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늦깎이로 우승컵을 안은 강수연은 “우승을 쫓아다녔지만 이젠 우승이 따라오도록 하겠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챔피언 4인방의 공통적인 목표는 “감을 잡은 만큼 이왕이면 우승한번 더 하고 싶다”는 것이다.

로드랜드컵매경오픈에 출전했던 이들 해외파들은 첫날 공교롭게도 몸에 탈이 나는 동병상련의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4인방 가운데 강수연 장정 김주연 등 3명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강수연은 대회 하루 전날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이동하기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 주차장턱에 발을 헛디뎌 넘어져 왼손을 크게 다쳤다.

강수연은 심한 타박상과 함께 인대까지 늘어나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강수연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모처럼 고국에서 열리는 만큼 팬들을 위해 차마 포기할 수 없다”며 붕대투혼을 발휘했다.

또 ‘작은 거인’ 장정은 같은 날 밤 음식을 잘못 먹어 장염으로 고생했다. 장정은 밤 12시경에 병원을 찾기도 했지만 경기 당일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채 건강음료 한 병만 먹고 버티는 악전고투속에서도 첫날 2언더파를 쳐 공동 8위에 올라 ‘역시’라는 찬사를 받았다.

대회 이틀전에 입국한 김주연은 시차적응이 되지않아 두통과 현기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무리하게 경기출전을 강행했던 강수연은 결국 1라운드를 마치고 다시 병원을 찾아 깁스를 하면서 경기를 기권하는 대신 방송해설위원으로 변신, 골프팬들에게 보답했다.

첫날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해외파들은 결국 우승을 국내파 후배(이가나)에게 내줬지만 투철한 프로정신과 세계정상의 샷을 선보이며 고국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이들의 밝은 웃음과 투철한 프로정신을 보면서 ‘코리안 낭자군’의 우승행진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동철기자


입력시간 : 2005-09-13 17:30


정동철기자 ball@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