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의 생생골프] 그린 100야드 밖 깊은 러프 탈출


프로건 아마추어건 플레이를 하다 보면 발목까지 빠지는 러프 속으로 공을 날리고서는 당황해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마련입니다. TV 등을 통해 보기에는 파란 러프가 너무나 좋아 보이지만 막상 그런 곳에서 샷을 하려면 등줄기에 땀이 솟을 것 같아요.

드라이버 티 샷을 모처럼 시원하게 날렸는데 볼이 깊은 러프에 들어갔던 적을 생각해 보세요. 아마추어들은 물론 프로 골퍼들도 대부분 힘이 쭉 빠지고 말 거에요.

이런 경우 아마추어 골퍼들은 ‘아이구, 보기다’라고 생각하거나, ‘어디 한번 힘으로 싸워보자’하는 두 부류로 나누어질 것 같아요.

하지만 쉽게 포기하는 것도, 성급하게 덤비는 것도 모두 위험하답니다. 차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생각한 뒤 침착하게 실행에 옮기면 파를 잡을 수 있고 운 좋으면 버디도 낚을 수 있어요.

가장 먼저 하실 일은 거리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만약 6번 아이언 이상을 잡아야 할 거리라면 미련 없이 온 그린에 대한 욕심을 버리세요. 거리가 많이 남아있는데도 무리하게 그린에 올리려다 보면 미스 샷의 확률이 두 배 이상 커집니다.

게다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어요. 그러므로 6번 아이언 이상을 잡아야 하는 거리면 피칭이나 9번 등 짧은 아이언으로 바꿔 쥐고 페어웨이로 우선 볼을 빼내세요.

7번 아이언 이하의 짧은 아이언으로 샷해도 좋을 거리라면 다음 몇 가지 상황을 기억하세요. 먼저 그립은 조금 짧게 단단하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깊은 러프에서 샷을 할 때 그립이 느슨하면 잔디의 저항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볼을 제대로 칠 수 없고 따라서 볼이 얼마 날아가지 않는답니다.

또 거리 때문에도 짧게 잡으셔야 돼요. 잔디 때문에 볼에 스핀이 걸리지 않아 떨어진 뒤 많이 구르니까요. 스탠스는 볼이 평소보다 한 개 정도 왼발 쪽으로 오도록 잡으세요.

백 스윙은 평소보다 작게 합니다. 백 스윙이 작아지면 아무래도 컨트롤이 쉬워지고 그만큼 볼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뒤 땅이나 토핑 등의 미스 샷을 내면 볼과 클럽 사이의 잔디 때문에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볼이 튀어 가거나 러프에 더 깊이 박힐 수 있으니까 정확한 임팩트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해요.

스윙은 볼을 확실하게 쓸어 치는 기분으로 하세요.

이것은 보통 러프에서 샷을 할 때 볼과 클럽 사이에 끼는 잔디를 최소화하게 위해 가파르게 내리 찍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러프 샷 요령과는 반대라서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제 경험상 그린 주변이 아닌 곳에서 러프 샷을 찍어 하게 되면 볼의 라이를 짐작하기 힘든 상황에서 부상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헤드가 잔디 밑에 그래도 박혀 손목을 다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쓸어 치라고 말씀 드린 것은 볼 뒤 1m부터 빗자루로 쓸 듯 그렇게 치라고 말씀 드린 게 아니라는 것은 아시죠.

임팩트 전이 아니라 그 이후 폴로스루에서 넓게 쓸어 치는 기분을 가지세요. 마치 드라이버 샷을 할 때처럼 폴로스루를 크게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이렇게 하시면 볼은 좀 낮은 탄도로 날아간답니다. 하지만 제대로 날아 확실하게 그린에 올라갈 거에요.

깊은 러프 샷은 트러블 샷입니다. 트러블은 맞서 싸우려고만 들면 더 강한 힘을 발휘하며 클럽을 잡아 끈답니다. 여유 있게, 침착하게,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스윙하세요.


정리=김진영 서울경제 골프전문 기자


입력시간 : 2005-10-05 15:02


정리=김진영 서울경제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