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의 생생골프] 디보트 샷

골프 치다가 제일 속상하실 때가 언제이신지요.

마음 먹은 방향으로 볼이 가지 않을 때, 생각만큼 스코어를 내지 못할 때, 또 내기에서 돈을 잃었을 때 등 골프 하면서 마음 상하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진짜 기분 나쁜 것은 잘 친 샷이 디보트에 빠졌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페어웨이를 양쪽으로 가르며 멋지게 드라이버 샷을 날린 뒤 으쓱거리며 걸어갔는데 볼이 디보트 한 가운데 놓여 있을 때의 실망과 좌절, 혹은 배신감은 정말 당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죠.

타이거 우즈도 “잘 친 샷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디보트는 그것을 방해한다”며 “잘 쳐서 디보트에 들어가면 구제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잘 쳐서 들어 갔는지, 아니면 약간 잘못 맞아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러니 결국 디보트에 빠지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탈출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디보트 샷은 다른 샷보다 더 집중을 해야 합니다. 기본은 펀치 샷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볼이 잔디보다 낮은 곳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다운블로의 타격으로 볼부터 정확하게 때려내야 하거든요.

클럽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탄도가 낮아 거리가 많이 날 수 있지만 그만큼 그립을 짧게 잡으면 되니까요. 그립을 내려 잡으면 컨트롤하기도 쉬우니까 평소와 다름 없이 클럽을 선택하시는 것이 성공률이 높습니다.

스탠스도 평소처럼 잡으시면 되는데 다만 볼 위치는 보통 때보다 한 개 정도 오른쪽에 놓이도록 합니다. 다운 블로로 볼을 치기 위한 준비죠.

이와 함께 체중은 약간 왼쪽에 더 놓이도록 하세요. 스윙 때는 체중이동을 하지 마세요. 컨트롤 샷의 기본은 거리가 아니라 정확성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컨트롤 샷은 체중이동을 하지 않죠. 디보트 샷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백스윙의 크기는 좀 줄이세요. 4분의3 스윙을 한다는 기분으로 클럽을 천천히 들어 올립니다. 다운 스윙을 할 때는 볼을 깨끗하게 맞추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 때 볼을 디보트에서 꺼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마시고 더 박아 넣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샷을 하면 볼의 윗부분을 때리는 토핑을 하지는 않거든요.

손목 사용은 최대한 억제하셔야 하구요. 펀치 샷처럼 한다고 말씀 드렸으니 폴로스루를 낮고 길게 해야 한다는 것은 짐작하셨겠지요. 그렇게 하시면 피니시가 낮게 된답니다.

그러나 스윙의 결과 피니시가 낮게 되는 것이지 피니시를 일부러 낮게 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힘이 들어가서 제대로 샷이 안되거든요.

자, 이제 한 가지 팁을 드릴게요.

실제 스윙을 하기 전 근처에 있는 다른 디보트에서 연습 스윙을 하시는 거에요. 연습 때 실제라고 생각하고 하셔야 합니다. 디보트 샷을 하기 전 다들 잔디가 무성한 페어웨이에서 그냥 연습을 하시잖아요.

‘이거 제대로 꺼낼 수 있을까’라고 걱정 하시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다른 디보트에서 힘차게 연습 스윙을 하면서 감각을 되살리세요.

비슷한 상황에서 연습을 한 뒤 샷을 시도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준비하는 자세나 스윙의 감각이 다르고 따라서 결과도 확실히 달라진답니다.

정리=김진영 서울경제 골프전문 기자

입력시간 : 2005-10-18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