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다면 이들처럼

얼마 전 뉴스위크지에 여성의 리더십에 관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한국과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들의 성공 비결에 대한 글이었는데 유독 눈을 끄는 여성이 한 명 있었다.

바로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 그녀가 누구던가. 심은하, 김남주가 입었던 웨딩 드레스의 디자이너라고, 할리우드 배우들이 결혼식 때 찾는다던 디자이너라고 언론들이 호들갑스럽게 기사화하던 디자이너 아니던가.

한 벌에 3,000만원까지 한다던, 그리고 절대 대여해주지 않고 구입해야만 입을 수 있다던, 그 사치의 절정에 있는 웨딩 드레스를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문득 그녀의 삶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대학교를 나오고 보그지에 입사, 보그 역대 최연소 간부가 된 베라 왕. 랄프 로렌 책임자로 일하다가 마흔 살이 되어서 신부복 사업에 뛰어들면서 명성을 얻는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녀의 가장 장점은 낡은 것을 새롭게 보는 안목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다문화를 접한 그녀이기에 누구보다도 자신의 패션에 접목의 묘미를 잘 살려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할리우드에서는 머라이어 케리, 케이트 블란쳇, 우마 서먼, 샤론 스톤 등이 공식 석상에서 베라 왕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면서 베라 왕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제니퍼 로페즈가 네 번째 남편 마크 앤소니와의 결혼식 때 입으면서 세인의 주목을 끌었다.

사실 로페즈는 벤 애플렉과의 결혼식을 위해서 베라 왕의 드레스를 공짜로 협찬받았다가 돌려주지 않은 전력이 있다. 그녀가 베라 왕의 웨딩 드레스를 선호하는 데는 혹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웨딩 플래너’의 영향은 아닐까.

영화 ‘웨딩 플래너’에서 로페즈는 고객 4명의 결혼식을 맡아서 준비하는데 그 가운데 신부 둘이 베라 왕의 웨딩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는 첫 번째 신부는 어깨 끈이 없는 전형적인 드레스를 입는다. 가슴 둘레에 다이아몬드와 은 구슬 장식을 달고 가운데에 새하얀 리본을 달아 청순함과 발랄함을 더했다.

영화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마지막 결혼식에서 신부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장식을 가슴 둘레 레이스에 달고 겹겹이 된 실크 레이스를 치마 속에 받쳐 입어 풍성한 자태를 자랑했다. 베라 왕의 드레스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화 속 캐릭터에 맞게 조금 사치스럽게 제작된 모양이다.

영화는 능력있는 웨딩 플래너 로페즈(메리 피오레 역)가 거물급 인사의 결혼을 맡으면서 회사의 동업자로 승진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웨딩 플래너로서의 수칙 ‘신랑과 눈이 맞으면 안 된다’를 깨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페즈와 눈이 맞는 신랑은 매튜 메커니히(스티브 에디슨 역). 스티브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메리를 구해주면서 서로 호감을 갖기 시작하고 스티브의 결혼식을 메리가 준비해 나가면서 두 사람은 각자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영화 스토리보다 재미있는 건 고객의 기호와 성향에 맞는 맞춤 결혼식의 모습이다. 고객이 모로코 사람이라면 결혼식도 모로코식인 법.

캘리포니아 대학의 아테나 신전에서 촬영된 모로코식 결혼장면에서는 마치 모로코의 작은 도시 ‘페즈’에 와 있는 것처럼 식장이 꾸며진다.

그리스식 웨딩에서는 식장에 올리브와 오렌지 나무가 세워지고 전통적인 접시 던지기가 행해진다. 교회 결혼식도 볼거리가 많다. 교회 신도석을 따라서 꽃이 활짝 핀 체리 나무를 옮겨 놓아 성스럽고 성대한 결혼식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결혼식이 화려하고 근사하다고 너무 부러워 할 필요는 없을 듯. 역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은 로페즈가 소박한 드레스를 입고 진정 사랑하는 신랑을 맞이하는 그 순간일 테니 말이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