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당당한 '돌싱' 안방에 '웃음폭탄' 던지다

“카메론 디아즈와 동갑이에요.”

11월7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의 새 일일시트콤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연출 이재우, 월~금 오후 9시25분)에서 이혼녀 ‘홍진주’ 역을 맡은 변정수(31). 그가 입사 면접 때 ‘나이가 몇이냐’는 상대방의 질문에 자랑스럽게 답한 말이다.

전작인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의리 있는 이혼녀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변정수가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에서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미지를 앞세워 본격적인 웃음 사냥에 나섰다. 주 무기는 역시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캐릭터의 힘이다.

“‘아내의 반란’에서처럼 우울한 캐릭터는 잘 안 맞아요. 시청자들이 제가 원하는 건 대리만족을 주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삶의 색깔이 다른 세 자매를 내세운 드라마다. 그는 세 자매 중 첫째로 이른바 돌싱(돌아온 싱글)이다.

“결혼은 찬란한 오해에서 시작해 참담한 이해로 끝났다”며 미국 동반 유학길에서 이혼을 선언하고 소믈리에(와인 전문가)가 돼서 귀국한다.

가정주부도 전문직이라 생각하고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를 꿈꾸는 둘째 선주 역은 영화 ‘거짓말’의 김태연이, 두 언니들을 보며 결혼과 사랑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막내 미주 역은 신인 한민이 각각 맡았다.

“코믹하지만, 두 동생들 주변 정리를 도맡은 엄마 같은 측면도 있어요. 감동도 준답니다.”

변정수가 연기하는 이혼녀는 결혼이란 관문에서 다시 출발선에 서는 사람이다. 당당하고 세련됐다. 전 남편과도 ‘사랑과 우정사이’의 유쾌하고도 모호한 연애관계를 지속한다.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적 시트콤이라지만, 자칫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질 법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다르다. “제 성격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싸우고 헤어질 때는 미워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과거일 뿐이잖아요.”

점점 ‘돌싱’들이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에 맞게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깨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주변에도 비슷한 돌싱들이 많은데, 이제 좀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서구화된 만큼 남의 일에 신경 안 쓰고,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게.”

1인 5역 소화해내는 12년차 주부

화면에서처럼 실제로도 ‘밝고 유쾌한 캐릭터’라는 변정수는 결혼 12년차 주부다. 그가 말하는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은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란다.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항상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요. 이번 시트콤은 촬영에만 꼬박 나흘이 걸리는데, 그 나흘간은 남편이 아이를 돌보고 나머지 사흘은 제가 온전히 보상하죠.”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에 아내, 모델, 연기자, 사업까지 1인 5역을 거뜬히 소화하고 있는 변정수는 “스케줄에 빈틈이 있는 것을 싫어한다. A형이라 빨리 일처리를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는 말로 ‘슈퍼우먼’의 비결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그토록 왕성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변정수. 과연 그는 나이가 들면 어떤 연기자로 기억될까. 코믹한 캐릭터의 생명성은 얼마나 지속될까.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자는 게 좌우명이에요. 걱정 안 해요. 세월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물 흐르듯이 따라갈래요. 대신 길이 없다면 땅을 파서라도 흘러가겠죠. 그게 변정수식 삶이에요.”

생년월일: 1974년 4월15일

키: 174㎝ 체중: 48㎏

학력: 경원대학교 섬유미술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원 서비스최고경영자(CEO) 과정

수상: 2002년 MBC 연기대상 인기상

2003년 모델라인 제20회 코리아베스트 드레서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