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특별기획 드라마 '사랑과 야망'

‘‘청춘의 덫’에 이어 또 한번 리메이크 드라마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까?’

20년 만에 리메이크돼 4일 방송을 시작한 SBS 특별기획드라마 ‘사랑과 야망’(극본 김수현ㆍ연출 곽영범)에는 이 같은 물음표가 따라붙어 있다.

드라마 극본의 대가인 김수현 작가가 1999년 ‘청춘의 덫’을 20여년 만에 리메이크해 40%대의 시청률로 성공을 거둔 후 또 다시 시도되는 드라마 리메이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년 전의 원작 ‘사랑과 야망’은 당시 조사에서 회당 최고 70%를 웃도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기에 리메이크의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은 크다.

일단 ‘사랑과 야망’은 첫주 방송에서 TNS미디어코리아 전국기준 14.1%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드라마 중 시청률 2위에 오르며 순조롭게 출발한 듯 보인다. 하지만 ‘청춘의 덫’과 비교해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시대적 배경이 초반에 폭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듯하다. ‘

청춘의 덫’의 경우 리메이크작에서는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바뀌었지만 ‘사랑과 야망’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60년대 초에서 시작했다. 중년 시청자들에게는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었지만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은 끌기 어려운 요소가 되고 있다.

4일 첫 방송 이후 9일까지 이 드라마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의 글이 500여개에 불과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극인 SBS 수목미니시리즈 ‘천국의 나무’ 시청자 게시판이 첫 방송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1,000개가 넘는 글로 뒤덮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10~30대가 주류인 인터넷 세대가 외면했다는 것이다. 20대 후반의 한 시청자는 “현재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분위기도 너무 어둡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원작 드라마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리메이크작의 출연진에 원작 출연진의 모습을 겹쳐서 보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러나 과거 출연진과 비교해 현재 출연진은 힘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박태수 역의 이훈과 김미자 역의 한고은은 각각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연기로 원작 출연진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훈은 과거 이 역할을 맡았던 이덕화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지고, 한고은의 감정이 북받친 상태에서 내뱉는 부정확한 대사도 조금 거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훈과 한고은이 자신만의 박태수, 김미자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미자의 연인 박태준 역을 연기한 조민기는 발군이었다.

어려운 가정환경,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랑 등으로 인해 불만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를 절제해 표현하려 한 조민기의 연기는 원작에서 이 역할을 맡은, 지금은 고인이 된 남성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이 초반 시청률 확보로 ‘청춘의 덫’처럼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성훈의 향기를 갖고 돌아온 조민기가 얼마만큼 중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김은구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ingk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