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중외제약·서울메트로 등 브랜드 알리기 주력, 콘텐츠 적합성·차별화 과제

영화관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기업들은 일차적인 상표(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얻고 시민들 역시 ‘공짜’를 얻고 있지만 보다 능동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문화선진국 수준의 메세나 단계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일단, 기업 입장에서 영화관 마케팅은 순효과가 크다. 영화관 관람객은 주로 20~30대의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상표(브랜드)를 알리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수준 이상의 검증된 마케팅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이 강변 CGV에 설치한 ‘생각대로 T극장’이나 중외제약이 13일부터 3주 동안 전국의 CGV영화관에서 수험표를 제시하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제품, 영화 시사권 증정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영화관을 이용한 마케팅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마케팅 수단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업 공간인 영화관에서 또 다른 상업 마케팅을 덧입히는 방식은 기존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마케팅 방식은 카드사 등이 영화관에서 할인혜택을 주는 등 영화관에서 상품경쟁 마케팅을 벌여온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공기업의 영화관 마케팅의 경우 공익적 기업으로서 차별화를 두기보다는 기존의 사기업 마케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아 ‘상상력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무료 시사회로 영화관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시민초청 영화시사회 선정 작품은 공기업으로서 기업이미지나 공익성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상업영화가 대부분이다.

이미 마련된 상업공간에 기생하는‘묻어가기 식’의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보다는 능동적으로 메세나 공간을 창조해 기업마케팅을 사회공헌까지 확대하는 ‘상상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정보통신 기업인 AT&T는 스스로 공원을 만들어 지역과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바닥과 벤치 등에 기업 로고를 심어 상표(브랜드) 마케팅 효과도 얻고 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영화관 마케팅이 시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면서도 “상품경쟁의 공간에 또 하나의 상품경쟁을 더했다는 점에서 차원 높은 마케팅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어 “특히 독점적 사업권을 시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공기업은 마케팅에 있어서도 사기업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좀더 퍼블릭 한(공공성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 비영리적 공공성을 높여 신뢰를 얻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소수자 관련 영화예술을 지원한다든가 비주류예술가의 문화공간을 창조하는 등 영화관 마케팅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 지하철과 영화관의 어색한(?) 만남

서울 메트로는 시민 초청 무료시사회를 개최해 영화관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으나 공기업으로서 상표(브랜드)마케팅에 기여도나 기업 이미지와의 연관성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12일 서울 관수동 서울극장에서 지하철 이용고객 800여명을 초청해 영화 <앤티크> 시사회를 열었다. 지난 9월 27일에는 서울 신촌동 연세대 대강당에서 영화 <고고 70> 무료 시사회를 열었다.

지난 8월 9일에는 서울 독립문역 인근 서대문형무소 특설무대에서 영화 <다찌마와리> 시사회를 열어 1,500여명의 시민이 관람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서 <님은 먼곳에>를 상영했다. 서울메트로는 올 12월 2일에도 서울극장에서 800여명을 초청해 영화 <과속 스캔들> 시사회를 연다.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12일 있었던 <앤티크> 시사회에는 8,0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를 신청해 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상표(브랜드) 마케팅효과와 기업 이미지 제고에 있어서는 연관성을 찾기 힘든 형편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올해 서울시의 문화도시 만들기 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서울메트로 역시 문화사업을 활성화하게 됐다”며 추진배경을 설명했으나 “영화선정에 있어 특별한 기준은 없고 함께 행사를 하는 쇼박스와의 업무협약에 의해 개봉 예정인 가족이 함께볼 수 있는 영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31일에는 한 사설학원 관계자를 초청해 입시설명회까지 열어 그 기획의도, 공사와의 연관성을 놓고 빈축을 사기도 했다.

4- 중외제약 CGV영화관 제품마케팅 장면
5- 서울메트로 '과속 스캔들' 무료 시사 포스터

■ 영화관을 '브랜드 알리기' 공간으로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은 영화관을 자사 상표(브랜드)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해 주목 받고 있다. 상상과 감성이 열린 공간인 영화관이 자신들의 상표(브랜드) 정체성과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 공략 포인트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4일 서울 구의동 강변CGV를 ‘T’상표(브랜드) 공간으로 꾸민 ‘생각대로 T극장’을 선보였다. 새로 만들어진 극장은 아니지만 매표소에서부터 로비, 매점, 상영관 통로 등에 SK텔레콤의 상표(브랜드)인 ‘생각대로 T’의 이미지와 그림을 깔았다. 로비에 설치된 ‘생각대로T 트리’는 보는 이의 상상력과 생각에 의해 의미가 완성되는 열린 형태의 ‘공간 드로잉 설치작품’이라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지하철역이나 건물, 버스 등의 장소에 랩핑 광고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와 같이 영화관 내부공간을 ‘브랜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창조적인 세계가 탄생하는 영화관이라는 장소에서 T브랜드가 지향하는 창조적 상상력 및 문화코드를 보여주고자 이와 같은 기획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란 SK텔레콤 브랜드전략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관을 문화적 소통공간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일상적이지만 대표적인 상상과 감성의 공간인 영화관에서 T브랜드가 친숙한 문화코드로 자리잡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영화관의 중심 기둥에서 뻗어나가 천장 전체를 흐르는 레드와 오렌지의 선, 원모양의 팝아트 설치물을 설치했다. 이 작품들은 나무가 자라 열매가 열리는 모양 같기도 하고, 생각이 흐르는 모습 같기도 해 고객이 보고 느끼는 것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게 하려는 게 기획의도다.

SK텔레콤측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에서의 상표(브랜드)노출을 통해 통신사업에 걸맞는 상표(브랜드)이미지를 홍보하는 감성마케팅을 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3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신개념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를 선보인 것 역시 같은 의도다.

■ 타깃층 모이는 영화관서 여성 제품 소개

특히,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 영화관을 제품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제약회사까지 나왔다.

중외제약은 수능시험이 끝나는 13일부터 3주 동안 전국 59개 CGV 극장 매표소에서 수험표를 제시하면 추첨을 통해 입술보호제 2만개를 무료로 증정하고, 팝콘과 영화 시사권을 제공한다.

제약회사가 영화관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성걸 중외제약 헬스케어사업본부장은 “단순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접점을 찾는 것이 이번 수능 마케팅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제품의 주타깃층인 10~20대 여성 공략을 위해 소비자의 문화적 욕구와 감성을 충족시키는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외제약은 ‘수능 시즌’에 <미인도>, <007 퀀덤 오브 솔러스>, <와인미라클>, <연공> 등 국내외 대작들이 일제 개봉하는 만큼, 이번 판촉활동이 극장을 찾는 수험생들을 비롯한 젊은층 사이에서 제품 인지도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외제약은 영화를 비롯해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각종 문화행사와 연계한 ‘찾아가는 문화 마케팅’ 전략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