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맘마미아·베토벤 바이러스 등 힘입어 가요·팝·클래식 약진

음반시장에 날아든 청신호일까? 그저 우연하고 일시적인 현상일까?

2008년의 이례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음반 판매가 호조를 띄고 있다. 4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린 동방신기는 지난 10일 열린 제23회 골든 디스크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본상, 인기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말 기준, 10만장 이상 팔린 앨범은 SG워너비, 슈퍼주니어, 에픽하이뿐이었지만 올해는 동방신기를 비롯해 빅뱅, 서태지, 브라운 아이즈, 비, 김동률 등 6팀에 이른다. 2006년 이후 발매된 음반 중 최고 판매량이자 10만장 이상 최다 랭크라는 점에서 음악계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IMF 당시 큰 타격을 받고 꾸준히 회복 중이던 팝에서는 영국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로 일약 스타가 된 폴 포츠의 와 영화 <원스>OST가 지난해 발매되어 올해까지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며 6만 장을 돌파했다.

올해 7월 초에 출시된 후 9월 개봉한 영화 흥행에 힘입어 10만장을 돌파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OST는 11월 한 달 동안에만도 음반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 집계 6천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 씨는 “최근 가요계 음반 시장은 양극화가 아니라 3극화를 이룬다.”면서 “아이돌이 한 파트, 싱어송라이터가 한 파트, 인디가 한 파트를 이루고 있다.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들이 10만 장을 기록해주었다면 인디 신에서는 4년 만에 컴백한 ‘언니네 이발관’이 2만장을 넘겨 인디밴드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최근의 음반시장 경향을 짚어냈다. 그는 “팝에서 10만장은 가요의 50만장이라고 볼 수 있어 <맘마미아>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메이저 음반사인 EMI의 아시아 유통시장 철수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올해 공연계 블루칩이었던 클래식 앙상블 ‘디토’, 카라얀과 메시앙의 탄생 100주년, 카잘스 서거 35주년 등 이슈가 많았던 클래식계는 올해 음반시장에서 가장 활기를 띤 장르다.

지난해에 발매된 루치아노 파바로티, 조수미, 임형주, 사라장 등의 앨범이 여전히 한터차트의 연간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통상적인 OST앨범과 별개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온 클래식 음악을 Vol.1과 Vol.2으로 담아낸 두 장의 앨범이 출시되어 3만장을 훌쩍 넘겼고 올해 영입한 조수미의 ‘미싱 유’ 역시 발매 두 달이 채 안되어 2만 장을 넘겼다.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출전 배경음악으로 쓰인 클래식 음악을 모은 ‘은반위의 요정’은 최근 발매 전, 온오프라인 음반 쇼핑몰에서 예약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 동방신기
2-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오닐
3-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이들 앨범을 출시한 유니버설코리아의 이용식 차장은 “2006년부터 클래식 음반 판매가 호전되고 있는데, 올해에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40%이상 증가했다.”면서 “베토벤 바이러스, 조수미, 신영옥, 용재오닐, 김연아를 중심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클래식 음반 전반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용재오닐이 드라마에 출연한 다음 날은 곧바로 용재오닐의 음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드라마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같다.”고 말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전 베를린 필 지휘자 카라얀의 스타일을 벤치마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1월 말에 발매된 카라얀의 교향곡 전집의 한터차트 월간 순위도 조수미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음악산업협회에서는 전반적인 음반 판매량 증가로 음반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와 음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음반은 팔린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를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음악 관계자들도 확신하지 못한다.

국내 대형 음반 쇼핑몰인 핫트랙스의 마케팅전략팀 김태영 과장은 “올해 팔릴 만한 음반이 많이 나왔던 것이지, 특정한 뮤지션의 힘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해보다 많이 팔린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고 다수의 음악 관계자들은 “시장이 건강하게 오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앨범을 기획 발매하는 굿인터내셔널의 성수원 과장 역시 “팔릴 만한 음반만을 기획해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새롭고 실험적인 앨범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게 사실”이라며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2007년 추정치 700억원대로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3천 억원 규모의 디지털 음원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골든 디스크상 역시 디지털 음원상을 추가로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익금의 분배구조에서 뮤지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음원시장에서는 몇몇의 아이돌 스타를 제외하고는 존재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사실.

이에 대해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 씨는 “근본적인 유통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음악산업에 크게 도움이 안되는 시장”이라면서 “MP3 다운로드가 아닌 영구적 소유가 불가능한 벨소리, 컬러링 등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 건강한 음악산업을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체질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음원시장이 음반시장을 실질적으로 대체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