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만에 첫 베드신·사극연기이성애에 동성애… 복잡한 심리묘사 거뜬이제 스물여덟…"도전은 항상 설레죠"

배우 조인성을 그저 '꽃미남'이라고 칭한다면, 분명 실수다. 30일 개봉되는 영화 <쌍화점>(감독 유하ㆍ제작 오퍼스픽쳐스)의 호위무사 홍림을 선택한 것만 봐도 조인성은 간단한 배우가 아니다.

고려시대 공민왕(주진모)의 사랑을 받는 미남인 동시에 왕후(송지효)와도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조인성의 표현대로라면 '회색지대에 있는, 햄릿 같은 인물'이다.

데뷔 후 첫 베드신, 그것도 이성애 뿐 아니라 동성애까지 연기해야 했다. 나아가 복잡한 심리까지 연기해야 하는 배역이다. 게다가 사극도 처음이었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 조인성의 목소리로 듣고서야 그가 홍림을 택한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인성은 간절한 눈빛으로 "제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까요?"라고 반문했고, 발랄하게 "4차원이라고 생각할까봐 말을 안 할 때도 있어요"라고 눙쳤다. 스물여덟의 10년차 배우 조인성. 그의 도전은 분명히, 안주하는 다른 배우들과 그를 구분 짓고 있었다.

■ 홍림=새로운 옷 입기로 했다

조인성은 2006년 유하 감독과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호흡을 맞춘 뒤 차기작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유하 감독은 조인성을 생각하며 홍림 역을 만들어 나갔다. 숱한 제안이 있었지만 조인성은 유하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며 <쌍화점>에만 몰두했다.

"새로운 옷을 입기로 하고 어색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기억' '니은'을 새로 쓰기로 했지만, 원래 입은 옷의 버릇이 나오는 게 아닐까 고민도 했고요."

어찌보면 유하 감독이 던져준 고민이었다. 하지만 유하 감독을 통해서 해법도 찾았다. 조인성은 유하 감독의 전작들이 사람 이야기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조인성은 유하 감독이 만든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엄정화가 베드신을 펼쳤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삶의 고민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점을 기억했다.

"동성애 장치나 베드신에 대해 고민이 없진 않았지만, 제가 이상하게 소비되거나 그것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동성애는 소수자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욕망과 배신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어요. 베드신도 멜로의 최대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죠. 제가 <비열한 거리>에서 조폭 연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비루한 청춘을 연기하려고 했던 것처럼요."

문장의 수식과 호응을 정확히 표현하며 말끝을 살짝 올리는 말투가 인상적이다. 책을 많이 읽고 글로 써 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글 쓰기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쑥스러운 표정과 함께 금세 천진한 조인성으로 돌아갔다.

"시…나리오 같은 건 안 써봤는데요? 일기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낙서는 자주 해요. 써 보는 것이 좋은 버릇이고 글이 생각을 정리하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지적으로 명랑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주 쓰는 편이에요"라고 답했다. # 베드신=행위보다 감정이 어려웠다 <쌍화점>에서 동성애와 이성애를 포함한 베드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중요한 영화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조인성은 여배우인 송지효가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 준 데 대해 먼저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동갑내기인 송지효 덕분에 촬영이 순조로웠어요. 연기 생활에 용기를 낸 것이고, 대단한 도전이라고 봐요. 저보다 부담이 클 텐데 군소리 없이 임해줘서 고마워요. 베드신이 잘 나왔다면 전적으로 송지효 덕분이죠."

조인성은 사실 베드신의 어려움은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조인성은 "감독님이 행위보다 감정을 중시하셨어요. 죄책감이 담긴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육체적인 표현은 오히려 쉬웠죠. 어쨌든 제 안에서 갖고 있는 감정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제가 동성애 성향이 아니라서 애를 먹었죠. 감독님이 '동성애라 생각 마라. 왕을 왕비로 생각해라'고 말씀하셨어요."

■ 데뷔 10년

기분 좋은 배신을 하는 배우가 되고파 조인성은 최근 공군 면접을 치르고 빠르면 내년 1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조인성은 '데뷔 10년'이라는 말에 양팔을 테이블 위에 올린 채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아휴! 어느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10년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되려 질문 공세를 받았다.

"제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까요? 정말 고민이 많아요"라며 진심으로 고민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기분 좋은 배신을 항상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저, 이제 스물여덟이거든요. 좋은 사람, 좋은 어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이니까 배우로서 평가는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연기에는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하다고 봐요. 삶의 연륜도 묻어나야 하고요. 완성되어갈테니까요, 지금은 '저 사람 발전 가능성 있다'는 평만 들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