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시에서 모티프 얻어리더 이기용의 창작곡 11곡 수록다양한 악기 실험… 중앙 일간지로부터 '올해의 최고 앨범' 평가

허클베리핀 3집은 2004년 말 주요 중앙일간지(조선, 문화, 한겨레 등)로부터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등 3개 부문 후보로 지목되었고 리더 이기용에게 ‘특별상’을 안겨주었다. 자주 제작한 이 앨범이 탄탄한 음악중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앨범 타이틀 <올랭피오의 별>은 빅토르 위고의 시 ‘올랭피오의 슬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3집은 이기용의 창작곡 11곡이 수록되어있다. ‘Hey Come’, ‘Time’, ‘물고기’ 같은 신곡들도 있지만 1집 때부터 묵혀두었던 ‘민요’, ‘자폐’, 2집 때 남겨두었던 ‘연’과 ‘불안한 영혼’ 같은 곡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는 3집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긴 세월동안 준비해 왔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2집 때 처음 시도된 다양한 악기 도입 실험은 3집 때 더욱 강화되었다. 이는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통해 다양한 감성을 표현해 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강해진의 바이올린 연주는 압권이다.

이기용은 “2집 트랙<사막>을 강해진과 작업했다. 고정된 틀 속에 갇혀있는 클래식 전공자보다 그는 록의 필을 잘 이해했고 노래의 감정이입을 최고로 이끌어내는 최고의 연주자”라고 추켜세웠다. 수록곡은 어느 곡 하나 빼놓을 곡이 없다.

2번 트랙 ‘I KNOW'는 리드미컬하고 빠른 템포로 대중적 선호도가 가장 강력한 곡이고 3번 트랙 ‘연’은 탁월한 서정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앨범 재킷 사진은 ‘연’의 뮤직비디오 촬영 때 드럼 김윤태가 촬영한 사진들이다.

최고의 트랙은 6번 ‘불안한 영혼’이다. 이 곡은 이기용의 삶이 반영된 노래다. 흥미롭게도 이 곡은 보컬이 나올 때까지 3분 이상 연주만 계속된다.

잔잔한 아르페지오로 진행되다 고막을 터트리듯 ‘팍’ 터지는 반복 단순적인 스타일이다. 아르페지오 부분은 한 개인이 꿈을 꾸고 섬세한 상상력을 가지지만 시대가 만들어 놓은 촘촘한 그물망 속에 갇혀 폭발직전의 분열적인 낭만과 아름다운 긴장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무심한 세상은 결코 그 평온한 상태를 지속시켜 주질 않는다. 그래서 폭발하는 것인가?! 이기용은 “그래도 테러를 할 수 없으니까 내 몸 안에서 폭발하는 거다. 차라리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면 저 안에서 둥글둥글 살아갈 터인데...복지는 그 사회의 생명이다. 장애인, 도시빈민, 사회 부랑아 같은 사회낙오자들과 문화에 관심이 없는 이 세상은 천천히 그 사람들의 목을 죄는 것과 같다.”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은 ‘스왈로우’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솔로와 그룹의 앨범을 보면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허클베리핀의 경우, 앨범 타이틀은 한글, 수록곡수는 11곡 재킷은 노란색만 사용한다. 스왈로우의 경우는 앨범 타이틀은 영어, 수록곡수는 9곡이다.

그는 이에 대해 “별 뜻 없이 1집이 그렇게 나와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세워놓은 원칙”이라고 말한다. 앨범 바탕을 노란색으로 쓰는 이유는 원래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이라고. 사실 노란색은 병아리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듯 따뜻함과 생명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광기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한다. 앨범 타이틀을 한글로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순진한 이유를 댄다.

실제로 그는 현학적인 어려운 말 보다는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스왈로우’는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이기 때문에 영어 타이틀을 쓴다고 한다.

너무도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는 그는 “앨범 낼 때 내가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것을 담는다. 음악을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장난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인가. 남의 음악작업에 세션으로 참여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 세션 일을 하면 돈은 벌겠지만 자신의 음악에만 몰입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시대가 주목해야 될 대중음악 아티스트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