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가 나오는 영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관객을 쉴 새 없이 웃게 만드는 <덤앤더머> 같은 영화가 하나,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트루먼쇼> 같은 영화가 다른 하나다.

<예스맨>은 이 양쪽의 중간에 선 영화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짐 캐리 특유의 코믹 연기로 계속해서 웃을 수 있지만 극장을 나설 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관객은 영화에서 쳇바퀴 같은 삶에 갇힌 도시인의 전형인 주인공이 ‘예스’라 말하면서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는 과정에 자신을 대입시키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노’라고 말해야 할 때도 있지만 영화는 ‘노’라고 말한 후 훗날 ‘그때 삶을 좀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었는데’라고 후회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영화는 우리가 ‘예스맨’이 되어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사물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꿀 때, 삶은 변화되고 인생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독려한다.

결국 영화가 말하는 것은 인생의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노’라고 거절하며 마음의 문을 닫지 말자는 것이다. 데니 월레스의 베스트셀러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예스’의 철학을 몸소 받아들인 원작자의 경험을 밑바탕삼아 짐 캐리의 풍부한 코믹 연기로 실감나게 완성됐다.

‘노’를 입에 달고 살던 자가 어느날 갑자기 무조건 ‘예스’를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짐 캐리표’ 유머와 만나며 코미디로서의 제몫을 톡톡히 해낸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