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밴드 음악적 전성기에 활동했던 밴드한국 록 명곡 '아름다운 강산' 최초버전 수록유신정권 아래서 판금조치… 리메이크로 다시 대중에 알려져

신중현은 한국대중음악사상 최초로 창작 록을 발표한 선구적인 뮤지션이다. 1964년 ‘에드훠’로부터 시작된 그의 록 밴드 역사는 곧 한국 록의 역사라 해도 크게 잘못된 언급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실험을 선보였던 그의 음악이 현재 획득하고 있는 차별적 우위는 당시로서는 유일무이했던 ‘창작품’이었기 때문이 분명하다.

역대 신중현 밴드 중 음악적으로 가장 정점에 올랐던 밴드는 무엇일까? 흔히들 한국적 록의 완성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엽전들’을 언급한다. 하지만 신중현의 최 절정기에 활동했던 ‘THE MEN’ 또한 빠트릴 수 없는 명품 밴드다.

신중현사단의 전설적인 여성보컬 김정미와 한국 록 사상 최고의 명곡으로 회자되는 ‘아름다운 강산’은 ‘THE MEN’시절에 생산해낸 결과물들이다. 1971년 말 사단을 구축했을 만큼 바쁜 와중에도 신중현의 음악적 갈증은 계속되었다.

비로소 자기색깔을 또렷하게 드러낸 6인조 록밴드 THE MEN을 결성해 음악적 정점을 향해 내달렸다. 라인업은 리드기타 신중현, 베이스 이태현, 드럼 문영배, 오르간 김기표, 오보에, 섹소폰 손학래, 그리고 보컬 박광수다.

첫 앨범녹음이 한창이던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정권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며 유신정권을 출범시켰다. 곧바로 통행금지,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 등 통제시스템을 가동시켰던 유신정권의 색안경에 비친 록 밴드는 퇴폐의 중심이었다.

전성기를 맞이한 신중현에게 유신정권의 탄생은 곧 음악적 좌절의 신호탄이었다. 1972년 10월 신중현, 박광수, 장현이 보컬로 참여해 7곡이 수록된 첫 앨범 <장현 and THE MEN>이 발표되었다.

타이틀곡은 석양을 배경으로 한 앨범재킷이 말하듯 장현의 ‘석양’이다. 1970년 신중현 곡 ‘기다리겠소’로 데뷔한 장현(본명 장준기)는 매력적인 저음의 보컬로 신중현사단의 핵심가수로 떠올랐다. 아쉽게도 최근 작고한 그는 75년 활동금지 후에도 베스트앨범이 양산될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지대했다.

앨범 타이틀로만 보자면 1면에 수록된 '석양‘, 안개속의 여인’, ‘미련’ 등 전곡을 노래한 장현을 밴드의 리더로 오해할 수 있다. 이는 상업적 포장이다. 당시 THE MEN의 리드보컬은 장현이 아닌 한국 블루스 보컬의 선구자인 박광수다. 이 음반은 전략적인 제작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명반으로 자리매김 된 원동력은 따로 있다.

2면에 수록된 THE MEN의 ‘아름다운 강산’과 ‘잔디’ 2곡이 음악적 핵심이다.

그러니까 한국 록의 최고 명곡인 ‘아름다운 강산’의 최초버전이 수록된 음반이란 이야기다. 1972년 신중현은 '박 대통령의 노래를 만들라'는 청와대 전화청탁을 거절한 후 온갖 통제에 시달렸다. 이때부터 유신정권에 강한 거부감을 품게 된 신중현은 자신이 생각하는 애국가를 만들어보았다.

그게 러닝타임 10분의 대곡 ‘아름다운 강산’이다. 당시 장발단속에 대한 항의 표시로 리드보컬 박광수는 삭발을 하고 멤버들은 머리핀을 꽂아 귀만 내민 장발차림으로 공중파 TV 쇼프로에 출연을 단행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장면을 현란한 사이키조명으로 조롱하며 감행한 18분에 걸친 ‘아름다운 강산’ 연주는 일종의 음악 시위였다. 이후 THE MEN의 멤버들은 요주의 대상으로 낙인찍혔다.

오리지널 가수 박광수는 “아름다운 강산은 원래 신중현씨가 통기타로 만든 곡입니다. 처음 노래한 무대는 청평 페스티벌입니다. 반응이 대단했죠. 솔직히 저는 ‘잔디’가 더 애착이 갑니다.

그 노래 때문에 대마초 사건 때 엄청 당했지만요.”라며 회고한다. 대마초의 경상도 은어인 ‘잔디’ 묵직한 박광수의 보컬과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어우러진 숨겨진 명곡이다.

이후 이 음반은 판금조치가 내려져 대중에게 잊혀졌다. 다시금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1980년 밴드 ‘뮤직파워’ 이후. 이선희, 노브레인 등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된 한국 록 사상 최고의 명곡 ‘아름다운 강산’은 김민기의 포크송 ‘아침이슬’과 함께 금지의 아픔을 간직한 유신정권의 이단아였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